부모와 자녀의 건강한 소통은 신뢰에서 온다
자녀의 말에 판단하려고 하기전에 공감부터 해야
대화의 끝, 결론이 반드시 있을 필요는 없다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 대담: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윤일현 대표

■ 진행: 방송부 정시훈 기자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정시훈 기자: 교육 진단 시간입니다. 현대는 자기 표현의 시대죠. 학생들도 자기의 생각을 감추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흔히 무엇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한다고 말을 하는데요. 잘 듣는다는 것은 꼭 자라는 아이들에게만 해당이 되는 말은 아닐 것입니다. 부모도 자녀의 말을 잘 들어야 부모와 자식 간에 대화가 되고 또 서로를 이해하게 되겠죠. 오늘은 듣기, 특히 이 부모가 자녀의 말을 잘 듣는 문제에 대해 얘기 나누어 보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윤일현 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선생님 전화로 모셨습니다.

윤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윤일현 대표: 예, 안녕하십니까?

▷정시훈 기자: 부모 자녀 간에 잘 듣기가 중요한 이유부터 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윤일현 대표: 예,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 잘 듣기가 중요한 이유는 듣기가 단순히 말을 주고받는 기술을 넘어 관계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부모가 말하고 지시하는 위치에 있었고, 아이는 그것을 일방적으로 따르는 것이 자연스럽게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아이들은 자기표현 욕구가 강하고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부모가 충고나 훈계 중심의 대화를 계속하면 아이는 자신의 이야기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느끼고 마음을 닫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임상·상담 심리학자인 토마스 고든의 P.E.T(Parent Effectiveness Training) 이론은 ‘부모 효과성 훈련’이라는 이론인데, 이 이론은 인간관계, 의사소통 중심의 부모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토마스 고든이 이 프로그램에서 강조하는 점은 특히 우리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듣기는 아이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라, 굉장히 중요합니다. 아이의 문제를 부모가 대신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고, 아이 스스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아이는 성장 과정에서 여러 감정적 어려움과 갈등을 겪게 되는데 이때 부모가 귀 기울여 듣고 감정을 인정해 줄 때, 아이는 ‘내 감정이 존중받고 있구나’라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위로나 공감에 그치지 않고 아이의 정서적 안정, 자기 이해, 문제 해결 능력 등을 기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잘 들어주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공감하는 능력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됩니다. 반대로 부모가 지적하고 명령하고 해석하고 충고하는 일을 지나치게 반복하면 아이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잃게 되고 의존적이 되기 쉽습니다.

결국 ‘잘 듣기’는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정서적 양육 방식이며, 부모 자녀 간 신뢰와 친밀감을 쌓는 토대가 됩니다.

부모가 잘 들을 때 아이는 부모를 안전한 사람으로 느끼며 어려운 순간마다 부모에게 다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잘 듣기가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

▷정시훈 기자: 부모가 자녀의 이야기를 잘 듣기 위해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윤일현 대표: 예, 부모가 자녀의 이야기를 잘 듣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자세는 판단을 잠시 내려놓는 마음가짐입니다. 자녀가 무슨 이야기를 할 때마다 몇 마디   나오면 또 판단하고 이러는데 이 판단을 내려놓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많은 부모님들은 자녀의 말을 들으면서 동시에 해결책을 떠올리거나 올바른 방향으로 교정해 주려는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동적인 반응은 아이의 말에 집중해서 듣는 것을 방해합니다.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에 부모가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면 제대로 이해받지 못했다는 좌절감을 느끼게 됩니다. 따라서 먼저 있는 그대로 듣고 받아 들이대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둘째로 감정을 중심으로 듣는 방식이 중요합니다. 적극적 듣기의 핵심은 아이가 하는 말의 사실보다 그 말 속에 담긴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부분 부모님이 이 부분에서 무심하거나 혹은 알고도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이가 하는 그 사실보다 말 속에 담긴 감정을 이해해야 되는데요. ‘하기 싫어’, ‘짜증 나’, ‘싫어’ 같은 표현을 들으면 부모는 행동을 바로잡으려고 하지만, 아이는 사실 자신의 감정을 공감받고 싶어합니다. 그때 부모는 ‘화가 났구나’, ‘서운했겠구나’와 같이 감정을 반영해 주는 말을 해주면 아이가 스스로 마음을 이해하도록 돕는 행위가 됩니다. 

서두르지 않고 기다려주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감정을 정리하면 말할 때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이 시간을 부모가 조급해 하지 않고 여유 있게 기다려주면 아이는 더욱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는 것도 우리가 생각해야 됩니다.

비언어적 태도 또한 중요합니다. 시선을 맞추고 몸을 아이 쪽으로 향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해 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있구나’라고 느끼게 됩니다. 스마트폰, TV, 다른 일 등을 잠시 내려놓고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결국 부모의 좋은 듣기 태도는 아이를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는 마음에서 출발합니다. 이러한 태도가 쌓이면 부모와 자녀 사이에 신뢰가 형성되고 자연스럽게 더 깊은 대화가 가능해집니다.

▷정시훈 기자: 부모와 자녀가 보다 잘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윤일현 대표: 부모와 자녀가 건강하게 소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 신뢰입니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자신을 비난하거나 판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합니다. 부모님인데 이야기해 봐야 어리석다거나 혹은 여러 가지 아이가 듣고 싶지 않는 말로 판단하고 비난하면 아이는 말문을 닫게 됩니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으며, 부모가 반복적으로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일 때 서서히 쌓여 간다는 걸 우리 부모님들이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다음 ‘적극적 듣기’와 나 메시지, ‘아이-메시지(I-message)’라고도 하는데요.

‘나-메시지’의 균형이 필요합니다. 즉 적극적 듣기는 아이의 감정을 안정시키고 마음을 열게 하지만, 때로 부모의 요구나 감정도 명확하게 말해야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단 ‘너 때문에 화가 났다’, ‘아빠는 정말 참을 수가 없어’ 같은 비난형 표현이 아니라 너의 ‘숙제가 밀리면 엄마가 걱정된다.’처럼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중심으로 표현하는 방식이어야 갈등이 줄고 대화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도 우리는 굉장히 미숙한데 좀 더 세심하게 신경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다음 대화를 일상화하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만 대화를 시도하면 아이는 방어적으로 변합니다. 반면 일상적인 순간, 즉 식사 시간, 등하교 시간, 잠들기 전 혹은 가족이 공유할 수 있는 여가 시간 등에 가볍게 대화를 자주 나누면 아이가 부모와의 대화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끼게 됩니다.

부모의 정서적 여유와 자기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부모가 스트레스가 많거나 감정적으로 지친 상태라면 아무리 좋은 대화 기술을 알아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부모가 스스로를 돌보고 안정적인 감정을 유지할 때 비로소 아이의 감정도 잘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는 자신이 생각해도 정서 상태가 안정돼 있지 않거나 마음이 편하지 않을 때는 자녀와의 대화를 조금 미루어서 정상적인 상태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끝으로 대화를 반드시 결론을 내고 끝내려는 부담에서 벗어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상담 전문가들도 대화를 열린 상태로 끝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 자녀 간의 대화도 완벽한 해결책 없이 끝나도 괜찮습니다. 결론을 안 내려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아이가 충분히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또 부모가 그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는 공통의 경험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경험이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바탕이 되고, 또 부모와의 관계도 더욱 깊어진다는 사실을 우리가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정시훈 기자: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윤일현 교육문화연구소대표 윤일현선생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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