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주 한·중불교문화교류협회 회장
2025년 8월 30일 한·중 불교문화교류협회 회원 25명은 중국 아미산 성지순례을 가기 위해 사천성 청두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청두에서 첫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 우리 일행들은 사천성이 판다(푸바오)의 고향인 만큼 판다가 중국의 80%가 사천성에 살고 있습니다. 판다 사육지를 방문한 날 무리지어 다니는 판다를 상상했는데 귀한 동물이어서일까. 우리 안에 한 두 마리만 놀고 있는 모습에 아쉬움을 간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어 본격적인 성지순례길에 올랐습니다. 청두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 사찰 중에 하나로 당나라때 창건되어 문수보살을 주불로 모시고 있는 문수원으로 향했습니다. 청두 시내 한복판에 자리해 많은 사람들이 참배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법당 밖에 모시는 포대화상이 법당내부에 모셔져 있음에 우리와 다른 중국불교문화를 새삼 달리 보였습니다.
문수원 참배 후 사천성 외사판공실에서 이회강 부주임을 비롯한 현지 관계자분들과 점심을 같이 한 후 대자사로 이동했습니다. 대자사는 신라 왕족 출신인 정중 무상선사께서 수행한 곳으로 중국 선종의 하나인 정중종을 개창한 곳입니다.
대자사에 도착하니 무상선사에 관해 연구자인 홍원표 선생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홍 선생으로부터 무상선사의 삶과 연구활동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순례자들에게 큰 행운이 아니었을까. 무상선사는 오백나한 중 455번째 나한으로 모셔져 중국인들에게 위대한 스승으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홍 선생은 우리가 중국으로 순례를 떠나기 전 제주에서 진건군 주제주총영사가 추천해 주셨고, 사전에 약속을 해서 대자사에서 만남이 이뤄진 것입니다. 홍 선생을 통해 중국 불교를 한 층 이해를 할 수 있었던 만큼 이 글을 빌려 감사함을 전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방장 스님을 친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법, 그렇지만 우리에겐 대자사 방장스님을 참배하고 스님께서 내주신 녹차 한잔까지 이 것만으로도 순례의 환희심은 가득했습니다.
특히 함께 동행한 제주 약천사 주지 정수스님은 대자사 대웅전에서 회원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축원을 해주신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반야심경과 보현행원을 봉독하며 우리의 순례가 원만 회향하길 발원했습니다.
더욱이 사천성은 삼국지 위촉오 중 유비가 세운 촉나라의 주 무대이기도 합니다. 대자사 참배 후 근처의 유비의 무덤과 제갈공명의 사당이 있는 무후사로 향했습니다. 중국에서는 임금과 신하가 한 곳에 모시지 않은 것이 원칙인데, 이곳만 유비와 제갈공명의 영정이 한곳에 모셔져 있었습니다.
유비의 무덤은 우리나라의 왕릉처럼 컸으며 무덤 위에 많은 나무들이 자라난 것을 보고는 우리의 무덤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또 한번 느꼈습니다.
청두에서 이틀을 보내고 우리 일행들은 다음 일정인 낙산대불을 챔배하고자 버스로 낙산시로 향했습니다. 낙산시 관계자들이 낙산대불 주차장에 우리를 마중나와 계셨고, 그들의 안내를 받아 대불과 눈을 마주한 순간, 그 위용에 압도되고 말았습니다. 기존 사진으로 보던 낙산대불을 내 두눈으로 확인한 순간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깊은 감동으로 차올랐습니다.
이처럼 큰 부처님을 1,500년 전에 어떻게 어떻게 만들었을까. 부처님의 위대함과 당시 사람들의 불심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낙산대불은 민강, 다두강, 칭이강 세 개의 강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해 있습니다. 강의 물결이 소용돌이 치며 사나웠던 만큼 많은 배들이 침몰해서 재산과 인명피해가 속출했던 것입니다. 이에 713년에 해통스님이 부처님의 힘을 빌려 이 사나운 물결을 진정 시키고자 90년에 걸쳐 높이 72미터의 거대한 석불을 완성했다고 전해집니다.
낙산대불은 1996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되었습니다. 우리 순례자들은 대불의 오른쪽 발 밑에서 다함께 반야심경을 봉독 하면서 우리들의 신심은 그 어느 때보다 돈독해졌습니다.
낙산사를 뒤로 하고 낙산시 우선선전부 양단 상무부부장이 준비한 오찬장소로 향했습니다. 특히 양단 상무부부장은 지난 7월에 제주를 방문 시 저녁을 같이 한 인연이 있었던 만큼 더 반가웠습니다. 우리 순례단도 반갑게 담소를 나누며 오찬을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순례의 최종 목적지인 아미산을 가기 위해 아미시로 출발했습니다. 아미시에 도착 후 중국에서 면적로는 제일 크다는 대불선원으로 향했습니다. 낙산시서 동행한 일행들과 같이 6만2천평이나 되는 대불선원을 둘러보면서 법당에 모셔져 있는 부처님과 보살님들이 정교함에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대불선원은 우리가 무협지에서 접했던 중국 무술4대 문파 중 하나인 아미파의 수련장이 있어서 아미파 무술을 배워보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아미산으로 향하는 길목, 소형버스를 타고, 케이블카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현지 날씨가 잔뜩 흐리고 안개가 끼여 있어 순례자들은 보현보살을 혹시나 친견이 어려운 건 아닌지 걱정이었습니다. 케이블카 타는 입구에서 아미시 관광부 지원들이 안내로 케이블카 타고 아미산 정상으로 올라가는데 안개인지 구름인지 사방이 뿌여서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중간쯤 올라갔을까,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안개가 거치면서 푸른 숲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순례자들은 모두가 부처님의 가피라고 환호성을 쳤습니다. 현지 관광부 직원들도 계속되는 비 날씨로 정상에서 햇살을 보는 게 10일 만이라 했습니다. 아미산 정상에 코끼리등에 앉아계신 열 분의 보현보살님을 뵙는 순간 나도 모르게 마음속엔 환희의 기쁨이 차 올랐습니다. 이곳 아미산 정상은 사바세계가 아니고 보현보살님이 계신 피안의 세계처럼 환희로웠습니다.
우리 순례자들은 보현보살 주위를 돌며 탑돌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탑돌이 하는 모습이 신기했는지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이 하나들씩 합류하는 모습에 비록 말은 다르나 그 신심은 하나임을 느낍니다. 모든 중생은 하나의 꽃과 같다는 세계일화(世界一花)가 바로 여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처님 가르침과 중생들의 불심으로 하나가 된 곳이 바로 보현보살의 성지 아미산이었습니다.
아미산에서의 일정을 끝으로 이번 순례는 모두 마쳤습니다. 좋은 인연은 평생을 즐겁게 해 주듯이 이번 순례에 맺은 인연들로 한국과 중국, 양국의 우호증진과 불교발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습니다.
특히 중국 현지에서 함께해 주신 사천성 외사판실 이회강 부주임과 낙산시 양단 부부장, 대자사 무상선사에 대해 설명해 주신 홍원표 선생님 그리고 아미산에서 저희들과 함께 동행해 주신 아미산 관광부 직원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더욱이 이번 순례에 제주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진건군 주제주중국총영사, 손소화 영사, 진희지 영사에게 고마움의 인사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