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그린화 작업'을 통해 삼성전자서비스 내에 설립된 노조를 와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는 오늘 노동조합법위반 혐의 등을 받는 이 전 의장에 대해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1심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미래전략실에서 노조 와해 전략을 지시하고 보고 받은 증거가 충분하며, 본인이 알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일부분을 몰랐다는 이유로 면책해줄 수는 없다”며 이 전 의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이상훈 전 의장에 대한 판결이 뒤집힌 것은 ‘위법수집증거’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1심은 “검찰이 2018년 2월 압수수색 당시 삼성전자 인사팀 직원에게 영장을 제시하지 않은 것이 위법하긴 하지만, 이후 피압수자에게 압수목록이 교부됐고 모든 절차에서 참여권이 보장됐다”며 예외적으로 압수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당초 검찰이 압수수색영장에 기재했던 장소에 삼성전자 본사 인사팀 사무실은 포함되지 않았으며, 이후 피압수자가 모든 과정에 참여했다고 하더라도 영장 미제시의 위법성이 치유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압수수색 당시 하드디스크에서 발견됐던 CFO(최고재무책임자) 보고문건 등은 항소심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의장에게 “CFO 관련 문건이 위법수집증거가 되지 않았다면 원심 판단이 상당부분 유지됐을 것”이라며 “피고인에게 공모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무죄 판결을 내리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이 전 의장과 함께 기소됐던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은 1심보다 형량이 2개월 줄어든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원기찬 삼성라이온즈 대표와 정금용 삼성물산 대표, 박용기 삼성전자 부사장에게는 1심과 같이 징역형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또, 최평석 삼성전자서비스 전무와 목장균 삼성전자 전무 등 다른 전‧현직 임직원들과 노조 와해 이행 과정에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한 정보경찰도 역시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노조와해 전략을 수립하며 헌법이 보장하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무시했고, 이로 인해 근로자들이 적지 않은 정신적 고통을 받았기에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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