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논란을 수사하던 검찰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가 이 부회장에 대해 '불기소 권고'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윤석열호' 검찰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됐다. 심의위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하면 검찰이 스스로 도입한 제도를 어겼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심의위 권고를 따르기도 쉽지 않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가 있었다는 게 지금까지 알려진 검찰 수사 결과다. '박근혜 특검'으로 이름을 알리면서 검찰 수장 자리에까지 오른 윤석열 총장이다. 자칫 지금까지의 업적과 명예가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한 '윤석열호' 검찰.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싸워'왔지만, 결과가 잘 풀리지 않은 것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삼성 사건 수사심의위에 참석한 A모 위원(본인의 강력한 요청으로 실명과 직업 등을 공개하지 않는다)으로부터 당시 분위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이미 알려진대로 검찰과 삼성 양 측의 의견서를 읽은 뒤, 위원들의 질의응답 시간이 마련됐는데, 질의응답 직후 분위기가 '불기소' 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이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법률전문가는 변호사와 법학교수 등 모두 8명. A 위원은 "검찰과 변호인단을 상대로 법률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질의했고, 사전 쟁점 정리를 철저히 준비해왔다는 인상을 받았다. 질문 수준이 굉장히 높다는 점 때문에 놀랐으며, 검사들이 답변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귀띔했다.

'친(親) 삼성 성향의 한 위원이 분위기를 주도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는 "오히려 나머지 7명의 법률전문가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질의했다"고 강조했다.

한 사람의 말만으론 신뢰하긴 어려워 다른 위원들도 수소문했다. 법률전문가가 아닌 B 위원과 C 위원은 같은 분야 인사 자격으로 심의에 참여했다. 두 사람 역시 "법률전문가들이 준비해온 질의의 양과 질이 상당했고, 검찰이 답변을 어려워했다. 특정인이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 같진 않았다. 다들 별 고민 없이 결정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일부 매체가 '친삼성 성향'이라고 분류한 D 위원은 기자의 질문에 그저 웃을 뿐이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가 '친삼성'이 돼 있네요. 앞으로 언론 인터뷰를 하질 말아야지 원. 그래도 취재 잘 하셨네요". A, B, C 위원의 전언이 틀리진 않았다는 반응이었다. 

4명의 말대로라면, 검찰은 위원들의 질의를 제대로 예상하지도, 대응하지도 못한 채 어리바리한 모습만 보였다는 의미가 된다.

수사심의위 의결 표차는 10대 3. 압도적인 표차다. 이쯤 되면 수심위 권고를 무시한 채 이 부회장을 기소해도 문제다. 공판이 열리면 이제는 심의위원이 아닌 법관을 설득해야 한다. '공소를 제기할 것인가'에 대한 심의위원들의 질의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검찰. '유죄 판결이 필요한가'라는 법원의 물음에 제대로 답변할 수나 있을까?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 결국 검찰이 판단할 문제다. 다만, 어리바리, 어설픈 준비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친삼성 인사들 때문'이라는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포기할 거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지금부터라도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 검찰이 의도한 판결이 나오지 않을 경우, 그 때도 변명으로 일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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