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방송, BBS의 30년 역사 속에 역대 진행자들을 취재하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10년을 훌쩍 넘겨 장수한 프로그램도 있지만 1,2년도 채 안돼 끝나는 경우도 있으니 BBS를 거쳐간 진행자는 숱했습니다. 하지만 유명인 여부를 떠나 인기를 끌었거나 유익했던 프로그램이 단번에 뇌리를 스쳤습니다.

'그래 김광석이다.' 가수 고 김광석씨가 진행했던 '밤의 창가에서'는 90년대 라디오 전성시대 속에 당당히 BBS를 대표하는 음악프로그램이었습니다. 김광석의 음악 여정에도 한 자리를 차지할 만큼 대구 방천시장에 있는 김광석 기념관에도 '밤의 창가에서' 전시관이 차려져있습니다.

고인이 때로는 취재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십여년 전 모 부처의 공무원을 인터뷰하려고 만났는데 BBS 기자라고 소개하니 "'밤의 창가에서'를 즐겨 들었다"며 반가워했습니다. 자신이 행정고시를 준비하던 시절 매일 '밤의 창가에서'를 들을 정도로 김광석씨의 열렬한 팬이었다고 했습니다. 정책과 관련한 어려운 내용의 인터뷰였는데 흥이 난 공무원 덕분에 인터뷰가 술술 잘 풀렸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김광석씨는 미국 뉴욕으로의 여행 중 BBS를 무척 반겼던 일화가 있습니다. 뉴욕의 재즈 전문 라디오 방송 주파수가 101.9 였던거죠. 불교방송과 주파수가 같다보니 재즈가 더욱 정겹게 들렸던 겁니다. 고인의 방송 멘트를 그대로 옮겨봅니다. "뉴욕에 원오원 포인트 나인이라고 하는 재즈 곡들만 틀어주는 스테이션이 있습니다. 101.9 메가헤르츠요. 저희 불교방송도 101.9 메가헤르츠죠. 그래서 되게 반가워서..." 

상대방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공통점을 찾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낯선 사람 만나면 학연이나 지연, 혈연을 맺으려고 무턱대고 호구조사를 하거나 호감가는 사람에게는 취미나 기호를 같이 하려고 무던히 애쓰죠. 고 김광석씨는 BBS와 친숙해지려는 애청자들에게 접함점이었던 셈입니다.

고 김광석씨를 필두로 BBS의 역대 진행자들을 둘러보다보니 마치 학창시절 앨범을 찾은 것처럼 아련하고 풋풋했던 감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마냥 반갑기도 했지만 과거를 보면서 현재를 반성하고 미래를 구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습니다. 

생떽쥐베리는 소설 <인간의 대지>에서 "사랑이란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둘이서 같은 방향을 내다보는 것이라고 인생은 우리에게 가르쳐줬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공감을 중요하게 여긴 겁니다. 소통과 협치를 내세우는 정치권이나 세대·지역·이념 갈등을 빚고 있는 사회에 지금 필요한 건 너와 내가 함께라는 공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소한 꺼리나 인연이라도 공통된 무엇이 없는지 찾아봐야하겠습니다.

30주년을 맞은 BBS는 내부공모를 통해 캐치프레이즈로 '30년의 동행 감동의 미래로'를 택했습니다. 앞으로도 몇십년을 함께 걸어가기 위해서는 청취자와의 공감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불자건 비불자이건 간에 청취자가 바라는 BBS의 모습은 무엇인지도 저부터라도 고민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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