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당착' 軍, 훈련용 모조품에 폭발물 처리반까지 출동 해프닝
경찰 수사 혼란만 야기 '비난'…훈련 당사자들에 징계 등 조처 無

 

지난해 12월 31일 진천 버스터미널에서 폭발물 신고가 접수돼 이용객들이 대피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는데요.

알고보니 발견된 폭발물은 허무하게도 육군 37사단 소속 모 부대가 잃어버린 훈련용 모조품으로 확인됐습니다.

문제는 해당 부대가 한 달 가까이 물품을 분실한지 인지하지 못했을 뿐더러 경찰 수사에 혼란만 야기했다는 지적입니다.

소동의 전말을 연현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진천 버스터미널에서 다이너마이트 뭉치가 들어있는 가방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된 건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8시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터미널 주변을 통제했고 인근 군부대의 폭발물처리반은 가방과 폭발물 의심 물체를 확인했습니다.

확인 결과, 이 물체는 다름아닌 모조품이었습니다.

경찰은 곧바로 종이를 말아 다이너마이트처럼 만든 이 모조품의 출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누가 어떤 이유로 이같은 모조품을 유동인구가 많은 터미널 대합실에 놓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폭발물 모조품은 어처구니 없게도 육군 37사단 모 부대가 자체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소동이 발생하기 약 3주 전 해당 부대가 터미널에서 대테러 훈련 중 사용한 소품이었던 겁니다.

소품의 출처가 확인됨에 따라 지난 2일 경찰도 수사를 종결했습니다.

때문에 경찰 수사가 진행된 3일 동안 군 측이 사안을 덮으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쏟아졌습니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해당 부대가 소품의 존재 여부를 즉각 인지하지 못하면서 경찰 수사까지 번지도록 방치한 것 아니냐는 비난은 여전합니다.

군 폭발물처리반까지 출동한 사안과 관련해 정작 해당 부대가 수사에 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입니다.

더 큰 문제는 군 측이 무려 23일 동안 폭발물 모조품의 분실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37사단은 이와 관련한 규정 위반 사항은 없어 당시 모조품을 챙기지 못한 훈련 당사자들에 대한 징계나 경고 조처를 내리진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에 37사단 관계자는 "훈련 당시 폭발물 모조품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설치조와 정보조가 상호 소통이 잘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며 "훈련 당사자가 당시 휴가 중이라 파악에 시간이 소모됐다"고 해명했습니다.

[인서트]
육군 37사단 관계자의 말입니다.

군 측의 어이없는 실수로 진천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했던 '폭발물 모조품 소동'.

육군 37사단이 이번 사안을 계기로 재발 방지 대책에 나서겠다고 나섰지만 군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BBS뉴스 연현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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