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BBS ‘아침저널 제주입니다’ - 오늘의 이슈

● 출 연 : 제주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안재철 교수

● 진 행 : 고영진 기자

● 2019년 12월 24일 제주BBS ‘아침저널 제주’

(제주FM 94.9MHz 서귀포FM 100.5MHz)

● 코너명 : 오늘의 이슈

[앵커멘트]

제주를 말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말이 바로 ‘절오백 당오백’인데요.

그래서일까요. 제주를 ‘불심의 섬’이라고 부릅니다.

지금도 제주에서 불교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큰데요.

제주지역 학문의 전당인 제주대학교에 불교학과를 개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이 계십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제주대 중어중문학과 안재철 교수님입니다.

교수님을 오늘 스튜디오에 모시고 이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안재철] 안녕하십니까?

[고영진 1] 우선, 본론으로 들어가기 앞서 교수님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안재철] 예, 저는 1992년에 제주대학 교수로 부임하면서부터 제주에 살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제 형님께서 모슬포에서 공군 장교로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처음으로 제주에 온 적이 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 가서, 돼지를 보고 화들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1986년에 결혼하여 신혼여행을 이곳으로 왔습니다. 그 때 5.16 도로를 지나면서 시위를 하고 있는 학생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때는 학생들이 시내를 두고 이곳까지 와서 시위를 하는 것이 참으로 이상하게 생각되었습니다.

부임해서 보니, 제주대학이 산중에 있더군요.

아무튼 그 때 제주가 저를 부른 것 같습니다.

[고영진 2] 교수님은 제주불교의 학승이라 불리는 금붕사 주지 수암 스님과 인연이 깊으시죠?

[안재철] 예, 수암 큰스님께서 제주대학에서 학위를 하시면서 함께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큰스님께서 제주 태고종 종무원장의 소임을 맡고 계실 때의 일입니다. 하루는 저에게 “강원을 열 터이니 강사로 강의를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당시에는 불경을 읽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사코 거절하였는데도, 스님께서는 근 1년 정도를 강의를 해보라고 말씀하셨고, 마침내 마지못해 수락을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너무나 어려웠기 때문에, 온 힘을 다해 공부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너무나 어려웠던, 1년여 간의 강의가 끝나고 나서, 스님께 “왜 이 어려운 것을 저에게 시키셨습니까?”하고 말씀드렸더니, 스님께서는 웃으시면서, “안 교수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했지 않습니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스님께서는 그 때 이미 저를 불교학자로 키우기로 작성을 하셨던 모양입니다.

그것이 제가 큰스님과 인연이 되어 불경을 공부하게 된 계기입니다.

그 후로도 스님은 제가 계속 불교공부를 할 수 있도록 책도 사주시고, 때때로 갖가지 이유를 들어 용돈을 주시면서, 나태하지 않도록 독려하셨습니다.

그것 때문에 스님께서는 지금도 간혹 “중국언어학자인 저를 불교학자로 만들었다.”고 말씀하시곤 합니다.

스님과 공동으로 집필한 책이 있습니다. 금강경과 무문관 등이 그것입니다.

저는 해석하는 것 외에 선의 도리는 잘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저와 공동작업을 해주십사 하고 부탁하였고, 스님께서는 기꺼이 허락해 주셔서 함께 출간한 것입니다.

번역은 제가 중국언어학 지식을 이용하여 한 것이고, 제가 잘 모르는 선의 도리는 스님께서 집필해주신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두 책이 모두 전국적으로 큰 호평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금강경은 조계종에서 출간한 [표준금강경]본을 작성할 때 참고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무문관은 동국대의 대학원에서 교재로 채택되어 사용된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고영진 2-1] 교수님은 불교학연구회 회원으로 활동도 하시고 계시잖아요?

[안재철] 따로 활동을 한다기보다는 논문을 투고하거나, 구두발표 등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쓰는 논문은 주로 중국언어학에 관한 지식을 통하여, 그간의 잘못된 해석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스님들이나 학자들이 잘못 해석한다면, 그것은 그 스님이나 학자를 가르친 은사님이 잘못 가르친 것일 것입니다. 그렇게 거슬러거슬러 올라가면 최초의 한글이라고 할 수 있는 언해가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육조법보단경 언해 등도 잘못된 해석이 많다는 것입니다.

저는 주로 이런 것을 지적하였기 때문에, 학회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영진 3] 그럼 제주대학교에 언제부터 불교학과 개설돼야 한다고 생각하시게 된 계기가 분명 있을 텐데요. 그 이야기 좀 해주시죠.

[안재철] 고기자님께서 처음에 말씀하신대로 제주는 ‘불심의 섬’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제주에서 불교는 전국의 어느 지역보다도, 신앙적으로는 물론이고, 학문적으로도 활발하게 연구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아서, 함께 공부할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현재 중문과에 재학 중이거나, 이미 중문과에서 수학을 마치신 스님들이 계시고, 또 간혹 도내의 스님들이나 심지어는 도외의 스님들께서도 “대학원에 입학하겠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그러나 중문과만으로는 과목에 한계가 있고, 더군다나 제가 퇴직하고 나면 그나마 있던 과목도 없어질 것입니다.

스님들뿐만 아니라 대불연 회원들 중에도, 불교철학이나, 불전의 번역, 제주불교사 등에 깊은 관심을 가진 분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이 육지까지 나아가 수학할 수 없어서 포기하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분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교육기관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제주의 불자들은, 그 교육수준이 전국적으로 최고로 높다고 듣고 있습니다. 수준 높은 불자들을 교육할 수 있는 교육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영진 3-1] 제주대학교 말고 혹시 타 지방의 국립대에 불교학과가 개설 된 곳이 있는지요?

[안재철]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있더라도 철학과 내에 불교철학 전공이 있거나, 사학과 내에 불교사학전공이 있는 정도일 것입니다.

지금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철학과나 사학과 내의 불교철학이나 불교사학 전공이 아니고, 불교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불교학과를 말하는 것입니다.

불교학과에서는 불교철학 전공, 불교사학 전공, 불전번역 전공, 불교미술 전공 등으로 나누어 가르치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고영진 3-2] 제주대학교에 불교학과가 개설되면 그야말로 제주의 불국토가 되는 밑거름이 될 텐데요. 스님들을 배출하는 강원 같은 역할을 하게 되겠네요?

[안재철] 그렇습니다. 아마도 처음에는 스님들의 강원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의 하나일 것입니다.

이후 점차 철학, 사학 미술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제가 잘 알고 있는 한문불전번역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흔히 ‘금강경’, ‘화엄경’ 등과 같이 ‘무슨 경’이라는 이름의 경전은 대체로 우리가 알고 있는 문언문으로 쓰인 글입니다.

이것은 부처님의 말씀을 기록한 글이기 때문에, 어떤 것보다 바른 글이어야 합니다.

바르기 글이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한문문법에 조금도 어긋남이 없고, 그렇게 쓰였기 때문에 한글로 잘못 번역될 소지도 적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옛날 스님들의 법문을 모은 글입니다. 이것은 소위 어록체라고 하는 것으로, 당시의 입말로 쓴 글입니다.

이런 입말은 우리가 알고 있는 글말인 문언문과는 많이 다르고, 또한 현재의 중국어와도 매우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사스님들의 어록을 조금도 틀림이 없이 바르게 해석한 책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말씀드린 바와 같이, 육조 혜능스님의 법문집인 ‘육조법보단경’의 언해조차도 틀린 해석이 많습니다. 그것에 관한 것은 이미 제가 다시 번역하여 설명해 놓은 책이 있습니다.

저는 대학원에서 불교경전도 강의합니다.

중문학과는 과의 특성상 중국인이 많습니다. 불전은 한자로 쓰인 글이기 때문에, 중국인이 해석을 잘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그들에게 먼저 불교용어를 설명해주고, 해석하라고 해도, 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그 글이 주로 수나라나 당나라 시대의 입말로 쓰인 글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경우와 비교하면, 마치 조선시대의 한글인 훈민정음으로 쓰인 글을 오늘날의 사람이 번역하고자 하는 것과 같습니다.

더욱이 중국에서 수나라나 당나라는, 우리로 치면 통일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즉 우리에게 통일신라시대에 한글과 같은 글이 있어서, 그 때의 말로 쓰인 글을 오늘날의 사람이 번역하는 것과 같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하기 때문에 당연히 해석이 틀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불교학과에서 불전번역을 전공하는 사람에게는 이런 것을 바르게 번역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정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국내의 어느 대학이나 강원에서도 할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 제주에 불교학과가 생겨야하는 큰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고영진] 교수님, 오늘 이렇게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주대학교에 꼭, 불교학과가 개설되길 기원하겠습니다. 제주대학교 안재철 중어중문학과 교수님이셨습니다.

[안재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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