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에 대한 3개 핵심소재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한 이후 약 5개월간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의 생산 차질이 사실상 전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의 '조건부 연기' 결정에 따라 진행될 양국 통상당국 간 대화에서 한국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향후 협상의 향배가 주목됩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4개 업체는 지난 7월초 일본의 수출 규제 발표 이후 이에 따른 생산 차질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최근 정부에 전달했습니다.

당초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품목의 대일 의존도가 워낙 높아 수출 규제가 2~3개월 이상 지속할 경우 생산라인 전면 중단 등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으나 심리적 불안감에 그친 셈입니다.

각 업체가 '컨틴전시 플랜'을 통해 기존에 확보하고 있던 재고 물량의 생산라인 투입을 효율화하는 한편 이들 품목의 수입 채널을 유럽 등으로 다변화하고 국산화 노력도 병행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입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4개 대표 업체 가운데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당초 예정된 생산물량을 채우지 못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영향이 없었다기보다는 피해가 없도록 치밀하게 대응한 덕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올 3분기와 4분기 실적에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마이너스 요인'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제조업 혁신을 위한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로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자립화'를 추진하던 중에 일본의 이번 수출 규제가 오히려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일본 정부가 3개 품목을 개별적으로 심사하고,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조치도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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