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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초스님은 천축을 순례한 뒤 왜 신라로 돌아오지 않았을까 하는 질문과 상상에 출발한 우한용의 장편소설 ‘심복사’는 혜초의 천축국 여행을 다문화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심복사’는 내용 대부분을 혜초스님의 천축국 여행기로 채우고 있지만, 소설 속에서 또 다른 소설을 쓰는 작가와 그 주변 상황 전개가 이중구조로 펼쳐지며 독자들의 상상력을 이끌고 있습니다.

김봉래 기자가 소개합니다.

 

우한용의 장편소설 ‘심복사’는 소설 속의 소설이 전개되는 이중구조로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주인공 가운데 한 사람인 장려화는 자신이 쓴 소설에서 혜초스님과 동시대 인물로 석지심을 내세우고 그가 누이 석지연을 찾아 천축국으로 향하는 과정과 순례, 그리고 순례 이후 신라로 귀국하지 않고 역경사업에 몰두하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혜초스님을 구법승이라고 하는데 과연 그랬을까, 왜 귀국하지 않고 중국에 머물며 불경을 번역하다 생을 마감했을까 하는 의문이 소설적 상상력을 이끌었다고 작가는 토로합니다.

독자들로 하여금 혜초스님의 선택을 상상하도록 이끌고 있는 겁니다.

(인서트1) 우한용/ 소설가(서울대 사범대학 명예교수)
“신라의 분위기가 좀 어수선하고 자기는 돌아가도 친구가 없고 해야 될 일이 마땅히 없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동안 익힌 말로 불경을 번역하는 작업이 아니겠는가... 그게 본인의 의사도 의사지만 신라의 사회문화적인 분위기도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다문화’에 내재된 갈등.

인도 청년에 의해 원치 않게 누이 석지연을 낳은 석지심의 어머니,
생부에 이끌려 이국 만리 떠나가야 했던 누이,
그리고 누이가 사는 지역의 ‘형사취수’라는 고약한 풍습에 반발해 누이를 구하러 천축으로 떠나는 동생 석지심.

소설은 결국 석지심이 천축에 가서 현실을 깊이 살피면서 인간사 옳고 그름이 사회문화적으로 규정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는 과정에 주목하도록 설계됐습니다.

그래서 소설 심복사는 작가의 구도의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치열성 때문에 독자를 또 다른 구도의 과정으로 안내한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인서트2) 우한용/ 소설가(서울대 사범대학 명예교수)
“자기를 깨닫고, 그리고 내가 같이 살아가는 이 세계의 현상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고 또 이것이 내가 살아가는 길과 어떻게 복합돼 나가는지, 이것을 이 소설 속에서 조금씩 깨달아 간다면 제가 이 소설을 써가며 느꼈던 것, 과정에 깨달은 것, 깨달음이 있다면 그것과 맞아 떨어지는 복된 독서가 될 것 같습니다.”

소설의 결말을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한 데 대해 작가는 공준에 해당하는 삶의 규칙이 사라진 시대를 살아가며 겪는 감당할 수 없는 변화가 한 원인이며, 결말의 지연이 다른 탐구를 촉구하는 추동력이 되기 때문에 소설을 계속 쓰게 되는 것 같다는 말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BBS NEWS 김봉래입니다.

영상취재: 김복동이
영상편집: 남창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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