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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발생한 ‘신림동 CCTV 사건’ 기억 하시나요? 한 남성이 귀가 중인 20대 여성을 뒤따라가 현관문을 열려고 시도하는 장면이 CCTV에 찍혀 인터넷에 빠르게 퍼졌었죠.

해당 남성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오늘 열렸습니다. 자세한 내용, 사회부 법조 취재기자 전화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조윤정 기자?

 

 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나와 있습니다.

 

먼저 시간이 좀 지났기 때문에, 내용을 모르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사건인지 먼저 간략히 좀 설명해주시죠.

 

네, 사건은 지난 5월 말, 새벽 6시 20분쯤 발생했습니다. 신림역 근처를 배회하던 이 사건의 피고인 조 모 씨는 집으로 향하는 20대 여성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바로 여성의 뒤를 쫓는데요. 조 씨는 품 안에 넣어놓았던 모자를 푹 눌러쓴 뒤 여성이 사는 원룸 빌딩 안에 들어가 엘리베이터까지 함께 탑니다.

이후 여성이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고, 문이 닫히기 직전 조 씨가 현관문을 잡았지만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문이 닫혔습니다.

하지만 조 씨는 문이 닫힌 후에도 계속해서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 손잡이를 위아래로 흔듭니다. 그리고 또 초인종을 눌러 피해자에게 “떨어뜨린 물건이 있으니 문을 열어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이에 여성이 112에 신고했고, 이후 경찰에 체포된 조 씨는 결국 주거침입죄와 강간미수죄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 재판이 오늘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는데요, 재판부는 강간미수죄는 무죄, 주거침입죄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다만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주거침입 성범죄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 한층 증폭시켰다”며 일반 주거침입죄 보다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사실 CCTV에서 나타난 남성의 행동만 봐도 성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다분하고, 조 씨가 과거 강제 추행 전력도 있었다면서요?

그런데도 강간미수죄에서 무죄 판결이 난 이유는 뭡니까?

 

우선 재판부도 조 씨의 행동을 보면 강간 의도가 있었다는 의심이 전혀 들지 않는 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하지만 ‘강간 의도’는 아주 명백하고 객관적으로 증명이 되어야 처벌이 가능한데, 이번 재판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유죄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재판부 설명입니다.

즉 여성을 따라가서 문을 열려고 하거나, 초인종을 누르는 등의 행위들이 ‘강간’ 목적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는 겁니다.

특히 조 씨는 재판 과정에서 “여성에게 말을 걸기 위해 따라갔다”면서 엘리베이터에서 피해자에게 “술 한 잔 하지 않겠냐” 이렇게 제안했다고도 주장했는데요.

재판부는 이런 조 씨의 주장을 어느 정도 받아들여, 조 씨가 실제 말을 걸기 위해 피해자에게 접근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강간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폭행과 협박이 수반 돼야 하고, 그 정도는 피해자가 저항이 어려울 정도로 크게 위협적이어야 한다는 설명도 했는데요.

하지만 단지 문을 두드린 것은 폭행, 협박으로 보기 어렵고, 피해자가 112에 신고 한 사실에 비추어보면, 조 씨의 행동이 크게 위협이 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기에 추측만으로 피고인을 벌하는 것은 국가형벌권의 남용이라는 것이 재판부의 입장입니다.

서혜진 변호사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 서혜진 / 변호사

“이런 행위에 대해서 폭넓게 강간 미수를 인정해버리면 사실 강간죄 법 규정 자체를 무시해버리는 결과가 되는 것이고 폭행, 또는 협박이라는 것을 아직까지는 최대한 좁게 해석하는 법원의 판례 현실 속에서는 기존 법리 해석이나 판례에 맞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112 신고도 했기 때문에 피해자가 크게 위협을 받지는 않은 것이다’ 이런 내용은 논란이 될 법 한데요. 반대 의견도 꽤 많을 것 같습니다?

 

네, 많은 여성단체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는데요.

문을 열어주지 않고 또 112에 신고를 했다는 것만으로, 여성이 생명에 위협을 느낄 만큼의 공포심을 느끼지 않았다고 어떻게 단정 지을 수 있냐는 겁니다.

또 가해자의 입장은 넓게 받아들이면서, 마치 피해자는 선택의 여지가 많았을 것이라고 재판부 스스로가 가정하고 판결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의 말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김혜정 /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피해 여성이 어떤 상황이었는지에 대한 공감이나 현실 반영 없이 재판부 입장에서 ‘내가 보기엔 괜찮았는데, 창문으로 뛰어내리진 않았잖아’ 등 그렇게까지 무서웠던 것은 아닌 것 같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거든요. 이런 것은 다른 성폭력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될 우려가 좀 크고요.

또 최근 법원에서 피해자의 상황을 고려하는 전향적인 판결들이 나오고 있는 흐름을 고려했을 때도, 이번 판결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목소리 역시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사회부 조윤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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