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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생명과학의 관절염 치료제인 ‘인보사 케이주’ 문제로 떠들썩합니다.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를 우리가 세계 최초로 성공을 했다고 해서 큰 기대를 모았었는데요. 알고보니 기존의 유전자 치료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겁니다.

코오롱 측은 ‘그 세포가 여태 연골 세포인 줄로만 알았다.’ 고 항변하고 있지만 28일 식약처는 인보사에 대한 허가를 취소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주식 거래를 정지했습니다.

시술받은 환자는 물론이고 주식투자를 한 개미 투자자들도 망연자실입니다.

선임기자의 시선에서 자세히 알아봅니다.

양봉모 선임기자가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먼저 ‘인보사케이주’가 뭔지부터 알고 가죠.

[기자]

골관절염의 획기적인 치료제라며 코오롱생명과학이 내놓은 신약이 바로 인보사죠.

혁신을 뜻하는 영단어 '이노베이션(Innovation)'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관절염을 치료하는데 연골 세포를 관절에 주입해서 연골이 재생되도록 한다는 굉장히 획기적인 약입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세계 최초로 성공을 했다 해서 큰 화제가 됐던 약인데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인보사는 사람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된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주사액입니다.

2017년 7월 12일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로 허가받았습니다.

[앵커]

이게 사실이라면 관절염을 앍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획기적인 치료제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그런데 이 약이 유전자 치료제가 아니었다는거죠?

[기자]

퇴행성관절염 환자에게 수술 대신 이 약을 넣은 주사 한 방이면 싹 나은다고 하니까 얼마나 좋은 소식이었겠습니까.

1회 주사 한방에 7백만 원이고 약효도 2∼3년에 불과하지만 환자들이 몰려들었죠.

그런데 식약처가 조사를 해 보니까 연골 세포인 줄 알았던 그 세포는 신장 세포였다는 겁니다.

신장 세포는 전혀 획기적이지 않은 기존의 유전자 치료제하고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거죠.

[앵커]

그렇다면 지금까지 시술을 받은 환자들은 다 속은 거네요?

식약처가 코오롱생명과학에 대한 허가를 취소했는데 취소사유는 뭡니까?

[기자]

인보사의 주성분 중 하나가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293유래세포)로 확인됐고,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자료가 허위로 밝혀진 데 따른 것입니다.

2액의 형질전환세포가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드러났으니까요.

인보사는 하나(1액)에는 순수한 연골세포가, 다른 하나(2액)에는 세포 성장을 돕는 유전자가 장착된 연골세포가 들어있는 두 가지 주사제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런데 2액의 주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 세포로 바뀌었으니까 기존의 유전자 치료제와 별로 다르지 않은 획기적이지 않은 약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식약처가 허가를 취소한 겁니다.

[앵커]

식약처의 발표대로라면 코오롱생명과학이 무모한 사기를 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쟁점은 코오롱생명과학이 2017년 7월 국내 판매허가를 받기 전에 이 사실을 알았느냐하는 문제 아니겠습니까?

[기자]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 전에 알고도 이를 숨긴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허가를 취소 한 겁니다.

이 회사의 미국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이 미국의 위탁생산업체 론자(Lonza)로부터 인보사의 유전학적 계통검사(SRT) 결과를 받은 것은 2017년 3월이거든요.

생산 위탁 업체 론자가 티슈진한테 “13년 동안 연골 유래 세포인 줄 알았던 게 신장 유래 세포” 라고 보고를 합니다.

이 때는 식약처 허가를 받기 4개월 전입니다. 그러니까 인보사 성분이 바뀐 사실을 알고서도 허가를 신청했고 식약처 허가를 받은 겁니다.

[앵커]

2017년 3월에 이 결과를 미국에서는 확인을 했는데도 2017년 4월 식약처에 허가 신청을 한거네요.

[기자]

그래서 혹시 식약처랑 짜고치는 고스톱 아니었겠느냐는 합리적 의심을 하는거죠.

그때 당시에 이 허가문제를 놓고 중앙약제심의위원회가 열립니다.

7명 중 6명이 반대를 했어요.

그 후 2개월이 지난 다음에 반대한 위원 3-4명, 추가로 나중에 2명을 더 바꿉니다.

그래서 그 위원회에서 찬성해서 허가가 났던 겁니다.

식약처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앵커]

나중에는 다 밝혀질 수 있는 일인데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허가를 해 주었을까요?

[기자]

세계 최초의 유전자 세포 치료제라는 유혹에 넘어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근혜 정부로부터 82억원의 연구개발비를 받았거든요. 그래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증도 있었다고 봅니다.

또 식약처는 코오롱이 제출한 자료를 믿고 이 제품을 산업화해서 국가 이익이 되는 쪽으로 봤겠죠. 그래서 허가를 한거구요.

[앵커]

박근혜 정부로부터 연구 개발비를 받았는데, 환수가 가능한가요?

[기자]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연구가 정부의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술개발사업에 선정되면서, 2015년 10월 이후 3년간 총 82억원을 포함해 모두 147억원을 지원받았습니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27조 11항)을 보면 연구개발 결과가 극히 불량해 중앙행정기관이 실시하는 평가에 따라 중단되거나 실패한 과제로 결정됐을 때 해당 연도 출연금 전액이 환수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또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한 경우 부정행위가 이뤄진 연도부터 부정행위가 적발된 해당 연도까지 출연금 전액을 환수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따라 보건복지부는 조만간 해당 사업에 대한 최종평가를 벌여 규정에 따라 조치할 방침인데요. 환수하는 게 맞겠죠.

[앵커]

허가취소하고, 검찰고발하고, 환수조치하고, 이건 문제가 발생했으니까 당연한 조치겠구요. 문제는 환자들이잖아요. 안전에는 문제가 없을까요?

[기자]

2017년 인보사 판매 허가 이후 이 약은 국내 병 의원에서 3천7백여 차례 투여됐습니다.

이미 주사를 맞은 환자들은 몹시 불안하죠.

혹시 모를 부작용에 대비해 전체 환자를 파악해 15년간 추적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식약처는 일단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몹시 불안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환자들이 소송을 했죠?

[기자]

집단 소송에 들어갔습니다.

주사를 맞은 환자 244명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코오롱 생명과학과 계열사 티슈진을 상대로 25억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주사 1번 맞는데 700만 원에 달하는 인보사 가격을 고려해 1인당 1000만원을 요구하기로 한 것입니다.

[앵커]

한국거래소에서 28일 곧바로 코오롱생명과학에 대해서 거래정지를 했는데요, 소액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지는 거 아닙니까?

[기자]

대기업으로부터 사기를 당한 사건이잖아요.

코오롱티슈진은 주당 7만 5100원까지 올라갔다가 거래 직전에 8010원, 코오롱생명과학은 19만 원까지 갔다가 2만 5500원으로 추락하고 정지됐습니다.

소액주주들이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 등을 상대로 주가 하락의 책임을 묻는 65억 원 규모의 손해 배상 소송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웅렬 전 회장은 인보사에 대해 ‘19년간 키워온 넷째 아들이다’ 는 표현을 했어요.

개미투자자 입장에서는 서계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관절염에 획기적인 주사가 개발됐다고 하니까 투자를 한 거죠.

그런데 가짜였고 가짜라는 것을 경영진은 알고 있으면서도 홍보와 투자 권유를 한 게 아니냐는 거구요.

그 후 허가가 취소되고 주식거래가 정지되고 하니까 회사의 책임을 묻겠다는 겁니다.

[앵커]

이웅렬 전 회장은 지난해 말에 갑자기 물러납니다.

이 회장은 직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여행 다니면서 편안하게 보내고 싶다.” 이런 글을 남기고 은퇴를 했잖아요.

그때는 엄청 칭찬을 받았는데, 은퇴와 인보사 사기사건과 관계가 있지는 않나 하는 의심도 드네요.

[기자]

2018년 11월 28일에 돌연 은퇴를 선언하죠.

그때가 바로 코오롱티슈진이 상장한 1년이 막 지난때입니다.

1년은 대주주들이 주식을 팔지 못하는 보호 예수 기간인데 그 직후에 갑자기 은퇴한 겁니다.

그때 당시 저희들도 그 편지를 보면서 멋지다고 칭찬을 했었는데요. 나중에 보니까 이웅렬 전 회장이 탈세로 검찰 수사받고 형사 재판받는 중이었습니다. 퇴직금도 410억원 이상을 챙겼구요.

가짜 인보사가 들통나기 전에 은퇴를 한 게 아닌가하는 의심을 하는 피해자도 많습니다.

[앵커]

인보사 사태, 선임기자의 시선으로 정리해 주시죠.

[기자]

이웅렬 전 회장은 인보사를 19년간 자기 넷째 아들이라며 강한 애정을 보였습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그동안 올해 2월 말께 처음으로 인보사 성분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해명해왔습니다.

그러나 이 해명도 거짓이었습니다.

식약처 허가 전에 인보사 주성분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숨겼다면 조작이고 사기입니다.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이 약을 주사한 환자들입니다.

식약처는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누구도 앞으로 발생할지 모를 일에 대해 장담할 수 없습니다.

또 대기업의 신약 허가를 믿고 투자한 소액 투자자 보상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사람의 난자에서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세계 최초로 추출했다는 거짓 논문으로 나라를 발칵 뒤집었던 황우석 사태가 겹쳐 보입니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이웅렬 전 회장이 직접 나서서 조속히 사태를 수습하고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분명히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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