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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군(軍), 너 마저도...' 기수 파괴만이 능사인가?
최선호 기자 | 승인 2019.04.09 23:40
서욱 신임 육군참모총장 내정자

 BBS 정치부의 ‘예비역 병장’ 기자 둘 사이에 때 아닌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육군에서 시행하고 있다는 ‘병사 동기제’가 주제였습니다. 입대일을 기준으로 짧게는 한달에서, 길게는 1년까지 동기로 묶는 제도입니다. 육군 보급부대에서 군생활을 마친 기자의 입장은 “말도 안 돼”였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등병과 병장을 동기로 묶으면 전시에 통제라는 게 과연 될까하는 의구심이 앞섰습니다. 귀신 잡는 해병출신으로 오히려 더 험한 군 생활을 했을 걸로 추정되는 박 기자는 오히려 동기 제도에 동감했습니다. 과한 기수문화가 주는 폐습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짧은 토론 끝에 둘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도 ‘군이기 때문에’ 적절한 기수제는 필요하다고 말입니다. 

병사 동기제와는 결이 다르지만, 정부가 단행한 군 대장급 인사의 핵심도 ‘기수 파괴’였습니다. 육군사관학고 41기 출신인 서욱 함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육군참모총장에 내정됐습니다. ‘쓰리 스타’인 서 내정자는 전임인 김용우 육참총장보다 2기수 후배로, 육사 40기를 제쳤습니다. 서 내장자의 대장 진급과 참모총장 임명으로 김용우 현 총장과 육사 40기 출신의 대장 두 명은 옷을 벗게 됐습니다. 육군 대장 인사에서 한 기수를 건너뛰면서 곧 있을 중장급 이하 후속 장성급 인사도 비슷한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원인철 공군참모총장 내정자가 서욱 육참총장 내정자보다 한 기수 위라는 점도 특이합니다. 원 내정자는 공군사관학교 32기로 육사 40기와 동기입니다. 그동안의 관례였던 ‘육-공-해’로 이어지던 참모총장 기수도 역전된 겁니다. 

국방부는 "서열과 기수, 출신 등 기존의 인사 관행에서 탈피해 오직 능력에 중점을 뒀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습니다. 실제로 서욱 내정자는 합참과 한미연합사령부에서 작전 분야 요직을 두루 거친 대표적인 작전통으로,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을 대비한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우려의 목소리도 분명 있습니다. 능력도 좋지만 군 수뇌부의 급격한 기수 파괴가 안정성을 해쳐 자칫 전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이라는 거지요. 그래서인지 이번 인사에서 비육사 출신의 육참총장이 나올 수 있다는 일각의 예상과는 달리, ‘육군참모총장=육사 출신’의 전통이 이어지며 최소한의 관행은 지켜준 흔적도 엿보입니다 

 사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수를 따지지 않는 인사 기조는 부처를 가리지 않고 이어져 왔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전임이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무려 13기 아래였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능력보다 기수가 우선시 되면서 생긴 폐단이 더 컸던 걸 생각해보면 환영할만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대상이 국가의 안보와 직결되는 군이라면 적절한 속도조절은 필요해 보입니다. 

 앞으로 이어질 군 인사에서 한 물샐 틈 없는 안보 환경을 만들면서도 조직의 안정을 지나치게 해치지 않는 ‘인사의 묘미’가 발휘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다시 돌아와 ‘병사 동기제’ 얘기를 해보면, 육군은 조만간 부대마다 제각각인 ‘동기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한 달 단위로 끊어 선후임을 정하면 부조리가 많고, 1년으로 끊으면 부대 운영이 쉽지 않다는 지적에서입니다. 무엇이든 과하면 미미치 못한 것과 같습니다. 

 

 

최선호 기자  shchoi269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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