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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윤의 세상살이] 언제까지 내로남불 싸움만 할 건가
전경윤 기자 | 승인 2019.03.31 12:55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강요하는 등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자유한국당은 영장 기각을 결정한 판사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에서 영장을 기각한 박정길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대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같은 대학(한양대) 출신으로 노동운동을 했다는 언론 인터뷰가 있다”고 말했다.

나 대표는 박 부장판사가 지난 2월 전보로 이번 사건을 맡게 된 점을 지적하면서 “동부지법에서 환경부 블랙리스트를 수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소위 ‘알박기’로 영장전담판사를 임명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한 언론 매체는 박정길 부장판사가 과거 대학 시절 국가보안법과 집시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수배됐던 사실이 밝혀졌다면서 이른바 운동권 출신 판사여서 현 정부에서 임명된 김 전 장관을 봐줬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월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댓글 조작, 즉 드루킹 재판으로 구속 수감됐을 때는 반대로 여권이 사법부에 대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김 지사를 법정 구속시킨 성창호 담당 판사를 겨냥해 여전히 사법부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적폐 사단이 조직적으로 저항하고 있다며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판결도 그 연장 선상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잇따른 사법부 공격에 대해 사법부가 자초한 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때 사법 권력의 최정점에 서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사법농단 의혹으로 법정에서 재판을 받는 처지가 되면서 사법부가 불신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양승태 사법농단 의혹에 대해서도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전 정권의 허물을 들춰내려는 현 정권의 기획이라고 보는 시각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 정치권의 사법부 공격을 보면서 ‘내로남불’이라는 말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내로남불'이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로 지난 1996년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의 박희태 의원이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당의 야당 의원 빼가기에 대해 야당이 거세게 반발하자 박 전 의원은 당시 야당을 향해 내로남불이라고 맞받아쳤던 것이다.

요즘 정치권이 보이는 행태 역시 내로남불과 다를게 없다는게 많은 이들의 생각이다. 문제는 정치권의 내로남불 공방이 심해질수록 국민들의 정치 불신도 함께 깊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누구라도 스스로에게는 관대해지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반대로 타인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려고 한다. 모든 사안에 대한 이중 잣대 논란은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다. 컵에 물이 반쯤 차있을 때 누구는 아직도 물이 반이나 남아있다며 긍정적인 해석을 하고 누구는 이제 반 밖에 남지 않았다고 부정적인 시선을 보낸다.

그러나 내로남불 공방은 결국 자기 진영을 지키기 위한 밥그룻 싸움에 불과할뿐 미래를 지향하는 사회, 공동체의 대의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상과는 한참 거리가 먼 싸움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컵 속에 든 물이 얼마 남았는지를 갖고 티격태격 싸우다가 들고 있던 컵이 깨지기라도하면 어떻게 할 건가 ? 미리 물을 마시지 않은 책임을 놓고 또 싸울게 뻔해 보인다.

 

 

 

 

전경윤 기자  kychon@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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