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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의 가르침을 남기고 떠난 법정스님의 입적 9주기를 기리는 법회가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열렸습니다. 

스님의 생전 가르침처럼 간소하게 마련된 법회에서 참석자들은 집착을 버린 향기로운 삶의 의미를 돌아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최선호 기자의 보도입니다.

 

서울 성북동 언덕길 주택가에 자리한 길상사에 봄을 재촉하는 따스한 햇볕이 내리쬡니다. 

법정 스님의 자취가 서린 이곳에 사부대중이 모여 스님의 입적 9주기를 추모했습니다. 

생전 영상 법문으로 나눔의 가치를 설하는 법정 스님의 모습을 보며 참석자들은 감회에 젖습니다.

[법정 스님 / 1994년 ‘맑고 향기롭게’ 출범 강연 中]
나눔이란 가진 사람이 이미 받은 것에 대해서 마땅히 지불해야 할 보상의 행위이고 감사의 표현이에요. 따뜻한 마음을 나눔으로써 그 마음이 맑고 향기로운 꽃을 피우게 됩니다.

진지한 유머가 섞인 스님의 육성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리자, 진중했던 법회 분위기는 밝아집니다. 

[법정 스님 / 1994년 ‘맑고 향기롭게’ 출범 강연 中]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설사 천당에 있을지라도 그 뜻에 흡족하지 않을 것이다. 보살님들, 기자도 아닌데 메모할 거 없고 들으라니까요. 지금 메모해봤자 내 말 안 들리잖아요. 듣고 잊어버려요, 뭐 대단한 거라고. 책에 다 나오는 건데.

추모법회에는 길상사 주지 덕일 스님을 비롯한 문중 스님들과 평소 스님과 각별한 인연을 맺어온 재가불자와 일반 신도등 사부대중 200여명이 함께 했습니다. 

법회는 스님이 생전 좋아했던 국수 한 그릇만 영단에 올릴 정도로 소박하고 검소하게 진행됐습니다. 

전 국회의원이자 방송인 이계진 씨는 한평생 비우고 또 비웠던 스님의 유지가 현대인들에게 더 널리 퍼지길 서원했습니다. 

[이계진 / ‘맑고 향기롭게’ 전 이사]
법정 스님이 생전에 하셨던 모든 말씀을 줄이면 우리가 분수에 맞게 살아야 되고 너무 물질에 휘둘리지 말고, 가진 것을 나눌 수 있고 그런 마음. 불피요한 것에 매이는 삶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대인들이 그걸 좀 지킬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고급 요정이었던 ‘대원각’이 아름다운 사찰 길상사로 변모한 것도 법정스님의 ‘무소유’ 정신에 감복해 불사를 자처한 대원각 소유주 김영한 보살의 원력 때문인 것은 잘 알려진 일화입니다.

<스탠딩>
추모법회는 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이어받아 올해도 어김없이 간소하게 치러졌습니다. 

우리 곁을 떠난 지 9년,  법정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자취는 여전히 세상을 감싸고 있습니다. 

성북동 길상사에서 BBS뉴스 최선호입니다.

(영상취재=허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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