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영화 [안녕 나의 소녀시절이여]는 처음에 KBS 다큐멘터리로 기획이 됐습니다. 최초에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 [차마고도]라는 다큐멘터리가 있었습니다. 그 중 2편 [순례의 길]에서 오체투지로 라싸까지 종교적 신앙심을 가지고 고행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여기에서 ‘종교적 순례에 인생이 묻어나고 사람들에게 전할 메시지가 많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순례]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티벳 불교 순례에서 힌트를 얻어서 다른 종교에도 이러한 고행의 길이 있지 않을까, 이러한 고행을 통해 인간들이 추구하는 바는 무엇이고 왜 고난을 사서 할까 라는 것을 찾아보려고 기획하게 됐습니다.

 

Q2. 왕모의 가족은 어떻게 만나신 건가요?

- 그러한 기획 단계에서 어느 날 제가 우연히 퇴근길에 여의도에서 버스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을 보면서 종교적 순례로 접근하기 보다는 그냥 일반 사람들이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종교적 순례보다 더 고단하고 가치 있는 고행의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래서 종교적 순례 보다는 인생이라는 것을 순례에 빗대어 표현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기획 의도를 바꾸게 됐고 왕모를 만나게 됐습니다.

 

Q3. 그렇다면 이 영화는 엄밀히 말하자면 “불교 영화”라고 하기는 어렵겠군요?

- 그렇죠. 불교에 바탕을 가지고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불교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출가해서 승려가 되기까지의 그 열여섯 소녀의 삶에 더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 그래서 보편적 감성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Q4. 그럼 이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 왕모의 마지막 멘트가 있습니다. “살아있는 날들은 모두 순례입니다. 나는 지금 얼어붙은 강 위를 걷고 있습니다.” 라는 말을 하는데 저는 이 메시지를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삶이 살얼음판을 걷는 아슬아슬한 하루하루지만 이 얼음판을 잘 견디면 단단한 땅을 만나듯이 우리 삶이 모두 그렇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Q5. 감독님의 영화 소개 멘트를 보면, “소녀의 감정을 쭉 따라가다 보면 영화를 다 보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 내 마음에 잊고 있던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라고 하셨는데, 감독님께서 발견하신 것은 무엇이고, 또 관객들이 발견했으면 하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제가 왕모를 만나고 왕모의 삶을 따라가면서 느낀 것은, 척박하고 힘든 삶이지만 이 삶을 견디고 살아가는 왕모와 가족들을 통해 아무리 힘든 삶이라도 희망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왕모를 보다 보니까 어릴 적 우리네 모습이 떠올랐어요. 비록 생긴 것은 다르고 말은 다르지만 사는 모습은 다 똑같구나. 누구나 소년 소녀 시절이 있잖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잊어버리잖아요.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자신이 잊고 있던 옛 시간을 떠올려보셨으면 좋겠습니다.

 

Q6. 이 다큐멘터리가 영화화 되면서 변화된 부분도 있나요?

- 방송에서는 한정된 시간 때문에 감정 선이 많이 끊겼습니다. 이야기도 많이 생략됐고요. 영화에서는 이런 부분들이 더 많이 반영됐습니다. 소녀 왕모를 둘러싼 가족, 친구들과의 관계와 감정 선이 더욱 정교하고 세밀하게 담겼습니다.

 

Q7. 촬영할 때 어려운 점이 많으셨다고 들었는데, 특히 신경을 많이 쓰신 부분이 있다면요?

- 저희가 순례를 오롯이 따라가면서 촬영을 했는데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극단적인 장면 연결을 통해서 소녀의 심리를 많이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촬영 감독님들께서도 제가 주문하는 대로 극단적으로 클로즈업과 광활한 장면을 오가면서 감정 표현이 풍부하게 담기도록 애를 많이 써주셨습니다. 특히 소녀의 일상을 전부 따라가면서 촬영을 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촬영 감독님들이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Q8. 고생하신만큼 보람도 있었습니다. 2017 코리아 UHD 어워드 대상을 비롯해서 각종 수상 경력이 화려한데요, 감독님이 꼽으시는 수상 요인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 제 생각에는 “보편적 감성”이라는 코드가 통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불교 이외의 다른 종교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주신 것을 보면 종교를 넘어서 인간이라면 가지게 되는 고민들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좋게 봐 주신 것 같습니다.

 

Q9.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관람하실 관객분들에게 한 마디 하신다면요?

- 그냥 편하게 80분이라는 시간동안 이 소녀의 삶을 그대로 따라가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소녀와 교감할 수 있는 지점을 찾으실 수 있을 것 같고 이를 통해서 자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가지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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