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차원은 효율성 담보 못해...정부 역할 중요”

직업적 트라우마 전문상담센터 '마음쓰담'의 양선희 부센터장(왼쪽)과 김미연 심리상담사.

□출연 : 직업적 트라우마 전문상담센터 양선희 부센터장, 김미연 심리상담사

□진행 : 대구 BBS 박명한 방송부장

[박명한] 회사내 직무스트레스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일들로 인한 직업적 트라우마로 고통을 겪는 근로자들이 많습니다. 최근 이러한 직업적 트라우마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파워인터뷰, 오늘은 최근 시범운영을 시작한 ‘대구근로자건강센터 내 직업적 트라우마 전문상담센터 마음쓰담’의 직업환경의 양선희 부센터장과 김미연 심리상담사를 만나서, 관련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양선희 부센터장님, 그리고 김미연 상담사님 자리하셨습니다. 두분 어서오십시오.

[마음쓰담 양선희 부센터장] 네 안녕하십니까.

[마음쓰담 김미연 심리상담사] 안녕하십니까.

[박명한] 센터 이름이 길기도 하고 낯설기도 합니다. 센터가 어떤 곳인지 부센터장님께서 개략적인 소개를 해주시겠습니까?

[마음쓰담 양선희 부센터장] 직업적 트라우마 전문상담센터 마음쓰담은 직장에서의 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은 근로자들의 마음을 쓰다듬어 주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회사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던지 동료가 자살한다던지 성폭력이나 폭력이 발생하는 등 다양한 문제들로 인해 우리는 상처를 받습니다. 상처는 그냥 묻어두면 곪아 터지죠.. 곪기전에 미리 마음치료를 하는 곳이지요

[박명한] 직업적 트라우마의 심각성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양선희 부센터장께서 현장에서 느끼는 근로자들의 직업적 트라우마,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마음쓰담 양선희 부센터장] 우리나라에 1년에 약 9만여건의 산업재해, 2천여건의 사망재해가 발생하지요.. 9만여명의 재해자와 그 몇 배의 목격자나 간접경험자가 발생합니다. 이들은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를 받게되지요.. 그 규모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지만, 트라우마는 그 심각성에 있어서도 우울, 불안, 실직, 자살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지요..

[박명한] 최근 감정노동자라는 용어를 씁니다만, 직업적 트라우마를 많이 겪는 직종과 상황은 어떤 것입니까. 부센터장님?

[마음쓰담 양선희 부센터장] 직업적 트라우마는 직종의 특성과 조직문화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으며 모든 직종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직종보다는 직업적 트라우마의 발생배경과 상황에 맞춰 말씀드리는 것이 더 나을 듯 합니다.

말씀하신 감정노동뿐만 아니라 서비스제공노동자와 고객 간의 갑질, 직장 내 위계관계에서의 갑질, 직장생활 중 성희롱 및 성폭력 등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또한 크고 작은 산업현장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에 다양한 형태의 심리적·신체적 충격등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되며, 과로사등의 사망, 동료자살 등의 사고가 발생한 현장도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는 상황일 것입니다.

다양한 직업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사고를 직·간접적으로 목격한 근로자, 소속팀원, 동료, 교대근무자, 친한관계의 근로자는 당연히 트라우마가 발생할 수 있으며, 뿐만 아니라 사고 및 재해자와 직접적 관련이 없더라도 소속된 근로자로써 당연히 충격을 경험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박명한] 김미연 상담사님. ‘직업적 트라우마 전문상담센터 마음쓰담’에서는 대표적으로 어떠한 사건사고에 개입하셨고, 어떤 분들이 어떠한 방법으로 근로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까?

[마음쓰담 김미연 심리상담사] 현재 저희센터는 전국에 하나밖에 없는 직업적트라우마전문상담센터이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사고현장에서부터 전국 각 지역의 다양한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개입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대표적으로 대전소재 사업장의 화재폭발사고, 인천소재 사업장 화재사고, 감정노동자의 자살사건이 발생한 사업장 노동자의 심리안정화를 위한 상담을 실시하였고, 이 외에도 거제, 대구, 광주, 충남, 충북, 포항, 구미 등 전국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4개월간 약 600여명이 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트라우마 전문교육 및 상담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러한 심리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전문상담사들은 경찰청 및 기업, 성폭력 관련하여 긴급심리지원, 세월호 사고 심리지원등을 수행한 다양한 트라우마 상담 경력을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다소 힘든 현실적 상황에도 곧은 마음가짐과 열정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고 있는 전문인력들입니다.

전문상담사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 직접 방문하거나, 센터 내방하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트라우마전문 교육 및 상담을 진행하며 최종 심리안정화가 확인될 때 까지 추적관리를 실시하고 있으며. 충격상태가 심각하거나 지속될 경우 정신건강의학의 전문치료를 연계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트라우마를 경험한 근로자들의 심신을 회복하여 일상 및 업무 복귀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박명한] 부센터장님. 그런데 상담을 통한 트라우마 치유가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근로자들이 트라우마를 겪으면서도 치료를 받는 것을 꺼려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실제로 어떻습니까?

[마음쓰담 양선희 부센터장] 네 맞습니다. 대부분 자발적으로 상담에 오시는 분들이 아니기 때문에 상담에 대한 거부감과 생소함을 많이 가지고 계십니다. 또한 아무래도 조직에 소속된 입장이기 때문에 타인과 조직을 의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를테면 주변에서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을까에 대한 염려, 또한 업무시간 중 상담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난색을 표하시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상담에 참여하신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힘들었던 마음을 이야기 하고 나니 훨씬 편안해졌다’ ‘회사로 돌아 갈 수 있을까 걱정만 했는데 조금의 힘이 생기기 시작했다’ 등등...의 말씀들을 하십니다. 또한 최근에는 사업장측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트라우마 상담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어 반갑고 감사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현장에서 매번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저희 또한 근로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힘을 얻기도 하고 직업적트라우마상담에 대한 인식과 관점이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는 것도 느끼게 되어 안도하고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있습니다.

[박명한] 그런데 심리상담 외에 신체적 건강문제라든가 추가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텐데요. 김미연 상담사님, 이런 경우에는 어떤 도움을 주고 계십니까?

[마음쓰담 김미연 심리상담사] 네 맞아요. 현장에서 그런 요구가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십니까? 실제로 동료가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쓰러져 사망한 경우가 있었는데, 다른 동료들도 모두 같은 연령대의 분들이라 트라우마상담 시 나도 저럴 수 있을거다 라는 건강에 대한 불안감이 아주 높았어요.

직업적트라우마전문상담센터가 나오게 된 배경인 대구근로자건강센터에서는 주치의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있어요. 50인 미만의 소규모사업장의 의사가 되어 그들의 기본적인 건강과 근무자세에 따른 근골격계질환 등을 예방관리 하는 것인데 트라우마상담 종결 후 이 분들에게도 주치의 협약을 맺어 주기적인 건강관리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박명한]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서는 전문기관의 도움도 있어야 하겠지만 가족이나 개인의 노력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김미연 상담사님께서 이와 관련해서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마음쓰담 김미연 심리상담사] 정말 중요한 말씀이예요. 상담 종결 때 ‘회복에 도움이 되었는 것이 무엇인지’ 근로자들과 이야기 나눠보면 가족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아주 많아요. 그만큼 가족의 힘이 크다는 건데, 사건사고를 경험한 나의 신랑, 아내 등 가족들은 아주 불안하고 예민한 상태일 수 밖에 없어요.

가족들은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고 보다듬어 주는 것이 다른 어느 때 보다 필요합니다. 그러면 우리가족을 위해 힘을 내야 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고 해요. ‘다른 사람들은 큰일 겪어도 다 이겨내는데 당신은 왜 이렇게 약해?’ 등의 말은 절대적으로 해서는 안되는 말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사건 경험 후 극복을 위해 무엇인가를 의도적으로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술과 담배 등이 심해지거나 좋지 않은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경우도 많고요.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우리의 뇌는 파충류 뇌처럼 일시적으로 변하게 되어 인지력, 감정조절력 등 모든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사고 전 일상생활을 지속하는 것 조차 어려운 상태예요. 그래서 잊기 위해 뭔가 의도적으로 갑자기 시도하기 보다는 일상생활을 그대로 하는 것만으로도 내 몸은 이미 많은 애를 쓰고 있는 거고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예요. 이 외 운동, 산책, 동료들과 서로 위로, 자신의 강점 찾기, 경우에 따라 사고에 대한 충분한 애도도 필요하니 전문가 도움을 스스로 요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박명한] 그런데 현재는 상담사 2명이 전국에 산업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을 담당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필요성에 반해 작은 규모인데, 앞으로 어떤 센터로 발전시키고 싶으신가요, 부센터장님?

[마음쓰담 양선희 부센터장] 현재 21개 전국 근로자 건강센터에서도 트라우마 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규모가 큰 사고들에 대해 근로자건강센터가 대응하기엔 무리가 많고, 직업적 트라우마 전문센터도 전국에 1개소로는 대응한다는 것은 매우 무리이죠.. 제 생각엔 전국 근로자건강센터의 트라우마 상담역량도 강화해야하고, 직업적 트라우마 전문센터도 전국 3개소 정도로는 확대를 해야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명한] 트라우마를 겪는 근로자들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전문상담센터의 시범운영이 그 첫 걸음이 되겠습니다만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어떤 노력을 더 해야 할까요?

[마음쓰담 양선희 부센터장] 직업적 트라우마 센터를 운영함에 있어서 핵심은 고용노동부의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것도 고용노동부의 해야할 일이지만, 이미 일어난 사고에 대해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도 고용노동부의 일입니다. 트라우마 상담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이 없는 상태에서 민간차원에서 움직이는 것은 효율성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그 체계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박명한] ‘직업적 트라우마 전문상담센터 마음쓰담’에서 상담을 받기를 희망하는 분들, 어떻게 하면 되는지 부센터장님께서 도움 말씀과 함께 이 방송을 듣는 청취자들을 위해 한말씀 해주시고,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마음쓰담 양선희 부센터장] 이 세상은 혼자서는 행복할 수 없습니다. 함께 살기 때문에 행복할 수 있습니다. 마음이 아픈 것을 혼자 이겨내려 하지 말고.. 언제라도 전화주십시오. 1588-6497입니다.

[박명한] 오늘 두분 인터뷰를 통해 직업적 트라우마 상담의 중요성에 대해서 잘 알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역할 부탁드리고요. 두분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마음쓰담 양선희 부센터장] 네 감사합니다.

[마음쓰담 김미연 심리상담사] 감사합니다.

[박명한] 파워인터뷰, ‘대구근로자건강센터 내 직업적 트라우마 전문상담센터의 마음쓰담 양선희 부센터장과 김미연 심리상담사를 만나봤습니다.

● 코너명 : BBS 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2018년 10월 4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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