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BBS ‘아침저널 제주, 이선화입니다’ 오늘의 이슈

● 출 연 : 반야사 주지 현파 스님(제주 태고원 원장, 바라밀 호스피스회 회장)
● 진 행 : 이선화 앵커
● 2018년 9월 19일 제주BBS ‘아침저널 제주, 이선화입니다’
(제주FM 94.9MHz 서귀포FM 100.5MHz)
● 코너명 : 오늘의 이슈

[이선화] 민족 대이동이 이루어지는 추석, 우리민족의 축제일이죠.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추석이어서 더 외롭고 슬픈 이웃들이 많습니다. 추석이어서 소식 없는 자식들이 더 그리운 어르신들도 많고, 실향민과 새터민, 경제적 약자들까지...참 안타까운 일이죠. 특히나 몸이 아파서 병원에 누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분들의 외로움과 슬픔은 더 크고 깊은데요, 그분들의 아픔과 슬픔을 보듬고 살피느라 추석명절이 더 바쁜 이들도 있습니다. 고마운 일이죠. 이번에 함께 할 이 분 역시 그런 고마운 분들 중 한분입니다. 노인요양시설 제주 태고원 원장, 반야사 주지 현파스님 스튜디오에 함께 했습니다. 스님, 안녕하십니까?

[현파스님]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이선화] 일 년 열두 달 어려운 이들을 돌보느라 바쁘시지만 명절 앞뒤로는 더 바쁘시다던데, 요즘 어떠세요?

[현파스님] 명절 앞두고 태고원의 환경 개선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오시는 분들도 달라진 태고원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또 어르신들도 생활하면서 불편함이 없도록 살피고 최대한 좋은 환경 속에서 생활하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선화] 지난 2005년에 제주바라밀호스피스회를 만드셨잖아요, 어떻게 해서 이 단체를 만들게 됐는지 말씀해주세요.

[현파스님] 불교계에서 호스피스는 사실 굉장히 생소했던 부분입니다. 호스피스라는 용어는 서양에서 시작됐지만, 부처님께서 직접 호스피스 활동을 했다는 기록들이 여러 경전에 나와 있습니다. 부처님이 중생들과 더불어 함께 할 수 있는, 고통 받는 삶을 살아가는 많은 어려운 분들을 위해 함께 했듯이, 이 시대에도 부처님의 따뜻한 자비와 연민이 함께 생활 속에서 지내져야 된다는 취지를 가지고 시작하게 됐습니다. 말기 환자 분들의 삶이라는 것은 대단히 힘듭니다. 본인뿐만이 아니고, 그 가족 또한 아픔과 슬픔을 함께 나눠야 되기 때문에, 그 부분을 나누고자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선화] 집안에 아픈 분이 계시면 한 가족이 마비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2009년에는 제주대학교병원에 불교법당을 개원해서 화제가 되셨는데 일련의 과정이 녹록치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어떠셨습니까?

[현파스님] 앞서서 2005년도에 제주의료원에 불교법당을 먼저 개원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제주도에는 호스피스라는 용어자체가 아주 생소했기 때문에, 병원 안에 법당을 만들어야겠다는 원력을 세우고 다니다 보니 ‘병원 안에 법당이 왜 필요해? 좋은 환경 속에 부처님이 계셔야지’ 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선화] 그래도 불심을 가진 환자들한테는 그게 굉장히 큰 힘이 되죠?

[현파스님] 굉장히 큰 힘이 되죠. 그런 것을 알리기 위해서 제가 권선문을 돌리면서, 왜 병원 안에 부처님이 계셔야 하는지를 설명하면서, 한분 한분 동참을 받으면서 개원을 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많은 분들의 안식처가 되고 의지처가 되어서 병원 안 법당이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이선화] 병원 안의 불교법당에서 혹시 기억나는 환자 분이 계세요?

[현파스님] 호스피스 활동을 하면서 제일 가슴 아픈 기억은 백혈병 환우입니다. 열네 살로 기억이 됩니다. 그분 임종 기도를 해주고 나중에 입관기도까지 부탁을 받아서 마지막까지 배웅해드렸는데...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모습이 가장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직은 저 옷을 입을 때가 아닌데, 작은 몸에 수의를 입고 있는 모습이 가슴이 슬펐습니다. 또 기억에 남는 한분은, 제가 처음 제주도에 내려와서 호스피스 환우를 소개받고 활동했던 분인데 마흔세 살 보살님이십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힘들어하셨는데 나중에 점차적으로 부처님 마음을 함께 나누고 부처님에 의지하면서 굉장히 평화로운 임종을 맞이하신 분이 계셨습니다. 마지막까지 ‘스님, 곁에 있어 주십시오, 참 고맙습니다’라고 했던 분입니다.

[이선화] 종교의 힘이 아니고서는 어려운 삶의 마지막 고비들을 넘길 때 참 힘들죠...가시는 분도 그렇지만, 남은 가족들에게 스님이 더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호스피스라고 하는 위로의 문화가 서양에서 도입됐기 때문에 오랜 세월 동양문화권인 부처님의 자비 정신을 호스피스로 연결시키는 데에는 스님처럼 선두에 서서 노력하는 스님들이 더 계셔야 할 것 같습니다. 불교계는 이 부분에서 어떤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현파스님] 부처님이 이 사바에 오신 뜻은, 고통 받고 힘들어하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아픈 분들, 소외받는 분들을 위해, 그분들이 우리를 찾아오는 것이 아니고 부처님이 그들 곁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호스피스 활동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입니다. 힘들어 하는 분들이 마음의 위안을 삼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는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선화] 지금 방송을 듣고 계신 불자 청취자 가운데서, 스님이 말씀하시는 호스피스라고 하는 부분, 임종 기도에 대한 부분에 대해 도움을 받고 싶다고 생각하는 청취자가 계실 것 가아요. 그분들은 어떤 식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단체의 전화번호가 혹시 있는지 말씀해주세요.

[현파스님] 제주 바라밀 호스피스회라고 2005년도에 만들어져서 25명의 회원들이 부처님의 자비를 실현하기 위해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주대병원에 있는 분들은 불교법당으로 문의하셔도 되고, 개인적으로 저한테 부탁을 하셔도 됩니다. 어떤 분들은 임종 기도를 부탁하고 마지막 입관 기도까지 생전에 저한테 부탁하고 가신 분들도 계세요.

[이선화] 불교 호스피스문화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불자 분들도 힘을 보탤 수 있는 일들이 있을 것 같아요. 어떤 도움이 필요 하시죠?

[현파스님] 아직까지도 병실을 돌다보면 우리 불자들이 ‘불교도, 스님도 병실을 돌면서 활동을 하십니까?’ 하고 묻는 분들이 계세요. 그동안 그런 분들이 안 계셨기 때문에...그래서 그 부분이 안타깝습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우리가 다가서는 불교,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불교로 다가설 때 그분들이 부처님에 의지하고 부처님을 마음 깊이 생각하면서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그걸 통해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잘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부처님을 믿는 것은, 우리가 어렵고 힘들 때 의지처가 되어주시는 부처님이 계시기 때문에 믿고 의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선화] 30년 넘는 세월동안 아픈 분들, 인생의 마지막에 그 누구보다 간절한 기도가 필요한 분들에게 발로 뛰면서 곁에 계실 수 있었던 힘이 바로 그것이군요.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현파스님] 호스피스회를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입니다. 또 웰다잉 교육 확산을 통해 행복한 삶,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건강하게 살다가 병원에 가서 ‘말기입니다’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다 부정을 하게 됩니다.

[이선화] 그동안 우리가 잘 먹고 잘 사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지, 인생의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잘 이야기 하지 않았죠. 웰다잉을 번역하면 잘 죽는 건데, 잘 죽는다는 개념이 우리 인생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 부분에 스님이 앞으로 많은 활동을 해주신다 하니 기대를 하겠습니다. 스님, 항상 건강하시고요, 더 많은 활동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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