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이 뜨지 않는경우 여기를 클릭하여주세요.

 

조계종의 입법기구인 중앙종회가 총무원장 설정 스님에 대한 불신임안을 의결한데 이어 내일 원로회의가 열려 인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오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산중으로 되돌아가겠다"고 밝혀 사실상 사퇴를 선언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상황이 바뀌는 조계종 사태, 총무원에 나가있는 류기완 기자 연결해서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류기완 기자? (네, 조계종 총무원입니다.)

 

내일 원로회의의 불신임안 인준을 앞두고,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네요. 그동안 여러 소문들이 나오는 가운데 열린 기자회견, 어떤 말을 했나요?

 

네. 설정 스님은 오늘 오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산중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는데요.

절집에서 산중으로 돌아간다는 말은 그만두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서 사실상 총무원장직을 사퇴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설정 스님은 은처자와 같은 범계 의혹으로 지난 16일 입법기구인 중앙종회에서 불신임을 받으면서 사실상 총무원장직 유지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요.

종단 내 반 개혁 세력을 바로잡고 쇄신 작업을 마저 하겠다면서 연말까지 물러나지 않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주변의 압박으로 그마저도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설정 스님의 기자회견 내용 잠시 들어보시죠.

[인서트 1 설정 스님 / 조계종 총무원장] : "이런 것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종단에 나왔습니다만 저는 뜻대로 이루지 못하고 산중으로 되돌아가야 되지 않나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설정 스님은 기자회견에서 작심한 듯 종단 현실에 대해 가감 없이 말을 이어갔습니다.

우선, 일부 권승들의 권력에 대한 집착을 지적하면서, 그동안 끊임없이 문제로 제기된 금권 선거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원융살림의 정신을 강조하고 일부 권승들이 탐욕을 버리지 않으면 한국 불교에는 희망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자신에게 제기된 은처자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거듭 밝히면서, 자신은 실패했지만 종단 개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설정 스님은 기자회견 직후, 조계사를 들러 부처님 전에 참배하고, 총무원 직원들의 배웅 속에 덕숭총림 수덕사로 떠났습니다.

 

사실 내일 원로회의가 예정돼있어서 원로의원들이 과연 불신임안을 인준할 것이냐에 관심이 쏠렸는데 설정 스님이 갑자기 사퇴하게 된 배경이 뭘까요?

 

네, 앞서 지난 16일 조계종의 입법기구인 중앙종회는 압도적인 표차로 총무원장 불신임을 가결시켰는데요.

설정 스님은 이때까지 불신임안이 가결될 거라는 예상을 미처 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스님은 불신임안 가결 이후에도 추가 부실장 인사를 단행하는 등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인사 문제로 총무원 내부에서도 논란이 빚어지고 지나치게 버티기를 하는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자 마음을 바꾼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미 종정 교시도 명예로운 퇴진을 촉구한데다 교구본사 주지 스님들까지 불신임에 가세한 상황에서 내일 있을 원로회의에서도 불신임 결의안이 통과되면 사상 초유의 이른바 총무원장 탄핵 사태가 현실화되는 상황도 우려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오늘 오전에는 수덕사 주지 정묵 스님을 비롯한 문중 스님들이 총무원장 설정 스님을 예방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문중 어른의 여법한 퇴진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제 앞으로 조계종은 어떻게 되나요? 이제 좀 안정될까요? 차기 총무원장 선거도 치러야 할 텐데요?

 

우선 조계종은 새 총무원장이 뽑히기 전까지는 총무부장인 진우 스님이 원장 권한을 대행하게 되는데요.

조계종 총무원장 권한대행을 맡게 된 진우 스님은 특별담화문을 내고 종단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 상황이 조속히 수습될 수 있도록 종헌종법에 입각해 맡은 바 직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종헌종법을 보면 총무원장 사퇴 이후 60일 내에 차기 총무원장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요.

따라서 오는 10월 안에는 선거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오는 30일 열리는 임시 중앙종회를 거치고 하면 조계종이 빠르게 선거 국면으로 전환될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상황입니다.

그러나 종단의 여권으로 분류되는 교구본사 주지협의회와 중앙신도회 등이 주최하는 교권수호결의대회와 야권 측이 주도하는 전국 승려대회가 나란히 26일 열리는데요.

선원수좌회와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 모임 등 야권 측은 설정 스님이 물러나도 종단 기득권 세력은 여전히 남아있다면서 중앙종회 해산과 비상대책기구 구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종단이 안정을 되찾고 사부대중이 화합하는 단계까지 가려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지금까지 총무원이었습니다.

저작권자 © BB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