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연 : 남해EEZ바닷모래채취반대대책위원회 정연송 수석위원장
● 진행 : 부산 BBS 박찬민 기자

[앵커멘트] 건설현장에서 쓰이는 모래를 남해안 배타적경제수역에서 채취하는 문제, 여전히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건설업계는 채취 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고 어업인들은 조업과 생태계 문제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정부는 뒷짐을 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오늘 라디오830 집중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해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지금 남해EEZ바닷모래채취반대대책위원회 정연송 수석위원장님 전화연결 돼있는데요. 위원장님, 안녕하십니까?

[답변] 네, 안녕하십니까.

[앵커] 남해안 배타적경제수역에서 바닷모래를 채취하는 문제들 두고 정부와 어업인들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상호 입장 차이부터 간단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답변] 건설업계와 국토교통부는 골재수급의 이유를 들어 남해EEZ에서 바닷모래 채취를 재개하려고 합니다. 4차 지정변경 시 향후 해역이용영향평가 협의 전제조건으로 명시된 이행조건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5차 지정변경을 계획한다는 것은 어업인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바다환경 보존에 대한 정부의지가 의심스럽다고 밖에는 안보입니다. 바다는 어업인들의 삶의 터전입니다. 어자원의 산란장인 바닷모래채취 재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건설업계의 배를 불리자고 어민들의 삶의터전을 내놓으라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앵커] 정확히 어떤 구역에서 채취가 이뤄지고 있나요?

[답변] 남해EEZ 골재채취단지는 경남 통영 동남방 70km 지점, 욕지에서 50km 지점으로 통영에서 빠른 배로 가면 2시간 정도 걸리는 지점입니다. 이 지역은 멸치, 고등어, 갈치 등 주요 어종의 산란장이자 회유경로에 해당하는 꼭 보존해야 할 지역입니다.

[앵커] 남해 배타적경제수역에 채취된 모래양은 얼마나 되나요?

[답변] 2001년부터 국책용으로 시작하여 민자로 전환하여 지금까지 남해EEZ에서 파헤친 양만 1억 2천만㎥에 달합니다. 서울 남산의 1.5배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육상의 경우 어디서든 자연을 훼손하게 되면 반드시 복구 의무가 부가됩니다. 바닷모래 채취로 인한 환경파괴에 대해서는, 바다 밑이 안 보인다고 복구는 아예 무시하고 정확한 진단과 조치 없이 또 다시 기간연장을 통해 2년6개월 동안 1천70만㎥의 양을 더 파겠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앵커] 모래 채취로 인해 어업인들의 피해가 상당하다고 말씀해주시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가 발생하고 있나요?

[답변] 피해 사례는 말도 못할 정도로 심각합니다. 바다 환경오염, 복구 불가한 산란장 생태계 훼손, 수산자원 감소는 물론 해마다 심각해지는 해안의 침식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해수욕장 모래가 사라져 매년국비로 보충하지만 역부족 입니다. 그리고 골재 채취 중에 발생하는 부유사는 50km 이상까지 확산되어 어족의 기초먹이 사슬인 플랑크톤 등 부유생태계를 망치므로 고기들이 성장할 수 없는 환경입니다. 운반선이 이동하면서 발생되는 부유사가 연안까지 수산동식물 감소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해양생태계 기초 먹이생물인 멸치류 어획량의 경우 본격적인 EEZ골재채취 직전연도인 2003년 25만t에서 16년 15만t으로 40% 급감하였습니다. 하지만 모래채취 중단 이후 멸치 생산량이 16년도에 비해 50% 증가했고, 갈치의 경우는 15년 대비 최대 5.1배까지 늘어났습니다. 모래채취가 중단되면서 기초생태계가 살아나 어획량이 크게 증가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앵커] 위원장님께서는 어군탐지기를 통해 남해 배타적경제수역 모래 채취 현장을 직접 확인해보셨다고 들었습니다. 바다속 상황은 어떤가요?

[답변] 현재우리가 쓰고 있는 모래채취방법은 경제성을 이유로 빨대를 꽂듯이 관을 해저에 박아서 빨아들이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앵커방식이라고 하는데, 해저의 모든 것을 빨아올리기 때문에 해저가 마구 헤집어 지게 됩니다. 이런 마구잡이 채취로 인해 온 바다가 직경 100m가 넘고 깊이가 10~30m가 넘는 웅덩이가 군데군데 파여 있습니다. 마치 폭격을 맞은 것과 같은 황폐한 모습이었습니다. 수산생물이 산란하며 생존 할 수 있는 환경이 안됩니다.

[앵커] 이렇게 여러 가지 피해가 있고, 다른 나라에서는 바닷모래를 건설자재로 적합하지 않다고 하기도 하는데요. 우리나라는 지난 17년 동안 남해안에서 모래채취를 계속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답변] 손쉽고 값싸게 채취 할 수 있기 때문에 바다환경보존과 어민들의 반대는 아예 무시한 채 바닷모래를 고집하는 것입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환경훼손을 우려해 모래채취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갖추고 아예 파지 않거나 최소한 국가에서 필요한 사업에 한해 과학적인 조사를 거칩니다. 어족자원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 및 시기를 선택해 모래를 소량으로 파고 있는 것입니다. 바닷모래 채취에 대한 기준이 어디에 우선해야 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결국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는 ‘수요을 위해 채취기간 연장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변] 골재채취업계는 바닷모래 채취를 중단하면 골재대란과 함께 불량골재 유통, 부실공사, 분양가 상승 등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라며 호소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수년간 건설업계는 어업인의 희생을 담보하여 이익을 취해왔음에도 여전히 자신들의 이익만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앵커] 4대강 사업으로 몇 년째 쌓여있는 준설토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답변] 4대강 사업 이후 곳곳에 쌓아놓은 모래는 운송비용이 비싸서 안되고, 대체골재 마련에는 노력을 아예 기울이지 않고, 오로지 손쉽고 값싸다는 이유로 바닷모래를 찾고 있습니다. 건설비용에서 모래가 차지하는 비용이 1%내외에 불과한데, 운송비용 운운하며 바닷모래를 고집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앵커] 바닷모래는 건설에 필요한 자재이고, 동시에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한데요. 채취를 둘러싼 갈등을 어떻게 풀어 나가는게 좋을까요?

[답변] 지난 10일 모래채취 재개를 위한 해역이용평가의 공청회가 있었습니다. 해역이용협의 시 이행조건으로 명시된 채취심도 제한, 산란기 채취 중단, 해역복구방안연구 및 복원계획수립, 옵서버 승선 등 어민들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평가서에 대한 공청회였습니다. 앞서 말한 육상모래나 대체골재 등의 비용과 개발에 대한 감수와 노력없이 값싸고 손쉽게 구할 수 있다고 해서 어민들의 목소리는 모른 채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두 개의 산업이 육성·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반영하고 대체골재마련 등 대안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앵커] 남해안 모래채취 문제가 앞으로 지속 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부산경남 어업인들이 함께 대응해 나갈 계획들도 세우고 계신지요?

[답변] 어업인들의 생존뿐만 아니라 바다는 잘 보존해 후손에게 물려줘야할 소중한 가치입니다. 2016년 10월 생존권사수 138만 수산산업인 총궐기대회를 시작했고, 지난해 3월 전국 항 포구에서 한목소리로 모래채취 반대를 외쳐왔습니다. 부산경남뿐만 아니라 전국의 어업인들이 모래채취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모래채취가 재개될 경우 전국수산업인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할 것입니다.

[앵커] 끝으로 정부에게 바라는 말이나 시민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답변] 바닷모래채취 재개를 위한 형식적인 해역이용평가에 대한 공청회는 어민들의 분노만 살 뿐입니다. 정부는 협의 전제조건으로 명시된 이행조건을 해역이용평가에 충분히 반영하고, 바다환경 개선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보여주기 바랍니다. 이제는 국민 모두가 나서서 바다를 살려야 할 때입니다. 수협중앙회가 추진하고 있는 바다 살리기 범국민캠페인을 통해 단지 푸른 뱃길만의 바다가 아닌 바다의 소중한 가치를 알리겠습니다. 해양수산부와 어업인을 비롯한 국민 모두가 우리 바다 환경을 적극적으로 보존하고 함께 지켜나가야 할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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