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모룡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 출연 : 구모룡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 진행 : 박찬민 BBS 기자

(앵커멘트)다음은 주간섹션 순서입니다. '우리가 모르는 우리 지역' 이야기 시간입니다. 올해부터 새롭게 마련한 시간인데요. 지역을 더 알아보자는 취지로 한국해양대학교 구모룡 교수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수고해 주실텐데요. 전화연결하겠습니다.구모룡 교수님 안녕하세요?

 

구모룡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질문1) 지난주에 부산학을 통하여 우리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를 직시하고 도시의 미래를 새롭게 구상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부산학을 하는 까닭이 무엇일까요. 그리고 이를 부산의 발전과 어떻게 연관 지을 수 있을까요?

-지금 우리가 부산학을 해야 하는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이미 말했듯이 부산학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제대로 알자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부산학을 통하여 도시 정책, 문화 정책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지요. 부산을 제대로 알아야 부산의 미래가 보이지 않겠습니까?

부산학은 단지 새롭고 일시적인 학문적 현상이나 지적 호기심에서 비롯하는 공부가 아닙니다. 부산학 없이 이뤄진 많은 시행착오를 반성하면서 기억을 상실하고 정체성을 살리지 못하는 도시를 새롭게 재생하자는 의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도시 르네상스를 꿈꾸는 일과 연관됩니다.

질문2) 기억을 상실한 도시라는 말이 크게 마음에 와 닿습니다. 그 동안 개발을 하면서 도시의 전통과 유산들이 많아 사라진 게 사실입니다. 부산학의 관점에서 부산의 발전 단계를 어떻게 볼 수 있겠습니까?

-부산의 발전 단계는 논자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세분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설명의 편의를 위하여 저는 세 단계로 보고자 합니다. 첫째 일제시대의 식민도시 단계입니다. 두 번째 해방과 한국 전쟁 그리고 산업화 과정을 겪는 현대도시의 단계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 단계가 21세기의 탈현대도시 단계입니다. 물론 각 단계를 명료한 시기로 구분할 수는 없습니다만 두 번째 단계인 현대도시 단계가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대략 1950년대부터 1990년대에 이르는 20세기 후반의 기간입니다. 이 기간 동안 부산을 움직이는 패러다임이 있다면 그것은 국가 주도의 개발(development)입니다. 많은 인구의 유입이 있었고 매립과 매축으로 항만과 공장 등을 계속 만든 때입니다. 또한 대규모 집단주거지인 아파트 단지도 여기저기 조성하였지요. 이런 가운데 집단 이주라는 아픈 기억을 지닌 시민들도 생겼습니다. 슬럼과 젠트리피케이션의 대비도 커졌지요.

그런데 21세기를 맞으면서 이러한 개발과 성장 위주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됩니다. 재생(regeneration)과 지속가능성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였지요. 개발에서 재생으로 도시 목표가 변화하는 가운데 도시의 역사, 장소와 공간, 기억과 유산에 대한 논의가 많아지게 되는데 부산학은 이러한 과정과 맞물려 활성화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질문3) 개발에서 재생으로 도시의 패러다임이 변화하였다는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발 위주의 정책을 하다 보니 도시가 획일화되고 추상화된 면이 많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성장위주의 현대도시를 앙리 르페브르 같은 이는 추상도시라고 합니다. 개발과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공간을 생산하다 보니 도시가 기억을 잃고 추상화되었다는 말이지요. 제가 전에 부산에 많은 군부대가 있었다고 한 바 있습니다. 일제 의 유산인데 현재 공원으로 재생된 시민공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아파트단지나 신도시가 되어있는 현상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지구단위 개발계획을 추진하면서 주택이 아파트로 바뀌고 강변이나 산간부지가 공장지역으로 전환된 사례가 많습니다. 그런데 다시 앙리 르페브르의 말을 기대면 좋은 도시는 보행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걷기 좋은 도시이지요. 걷기 좋은 도시란 어떤 의미일까요? 우선 위험하지 않은 도시라는 말이지요. 다음으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도시라는 뜻입니다. 장소의 기억들이 산재한 도시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도시입니다. 억지로 스토리텔링을 부가하지 않아도 유서 깊은 문화도시들은 보행자들에게 말을 건네지 않습니까?

질문4) 그러고 보니 우리 부산도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산복도로 르네상스를 하였고 감천문화마을과 같이 기억을 살려 도시를 재생하자는 기획들이 성공하고도 있지요. 북항 재개발도 지금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까?

-이제 도시재생은 시대의 대세입니다. 개발 위주의 성장도시, 자동차 중심의 도시에서 도시가 인간화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도시 패러다임의 변화에 필요한 학문이 있다면 무엇보다 먼저 저는 지역학을 제시할 수 있다고 봅니다. 부산학의 바탕 위에서 도시재생이 이뤄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골목과 길, 도로와 건축 등을 부산학을 통해 새롭게 조명하는 가운데 재생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기억을 살려내고 장소성을 회복하는 일에 부산학이 기초가 되어야 합니다.

질문5) 듣고 보니 도시재생정책과 부산학의 연관성이 매우 밀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시목표와도 부산학이 관련되는 측면도 많지 않습니까? 가령 세계도시, 창조도시, 문화도시, 해양수도, 아시아영상중심도시 등 많은 목표를 그 동안 부산시가 제시하였지 않습니까?

-좋은 질문입니다. 도시목표도 부산학이 제공하는 정체성의 바탕 위에서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도시라는 말은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려는 욕망처럼 지나치지요. 부산이 세계도시의 위상을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창조도시나 문화도시는 도시를 재생하면서 창의적인 경제와 문화적 발전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유익한 설정이고요.

해양수도라는 말은 부산이 해항도시라는 점에서 의의를 지닙니다만 한국의 수도인 서울을 많이 의식한 대타적인 명명입니다. 부산이 영화도시인가라고 물으면 적확한 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아시아 영화도시라고 할 때 의미가 있지요. 부산이 동아시아 혹은 아시아 네트워크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부산학에 견주어 도시 목표를 보다 구체화하는 지혜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1세기는 도시의 시대가 아닙니까? 부산의 특이성을 잘 살려 동아시아와 세계 속의 부산으로 거듭 날 수 있겠지요.

(앵커멘트)듣고 보니 부산학의 중요성이 매우 커지고 있습니다. 단지 하나의 학문 영역이기보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알고 우리 미래를 책임지는 일과 연관이 있습니다. 자기가 사는 장소를 안다는 일이 세계를 아는 힘만큼 중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다음 주에도 이러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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