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대국민사과와 함께 인적쇄신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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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의 발표 이후 후폭풍이 거셉니다. 당시 대법관들도 반발하고 있구요.

오늘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입장을 밝혔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유상석 기자. (네, 대법원에 나와있습니다)

먼저 대법관들의 반발 소식부터 전해주시죠.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선거 개입 사건 재판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내용을 공개한데 따른 것이죠?

 

네. 대법원 추가조사위는 법원행정처가 지난 2015년 2월 작성한 문건입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했습니다.

이 문건에는 당시 청와대가 원세훈 전 원장의 상고심 재판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줄 것을 희망했다... 이런 내용이 기재돼 있었습니다.

실제로 원세훈 전 원장의 상고심 재판은 전원합의체에 회부됐고요, 대법관 전원일치 판단으로 파기돼 2심으로 되돌아갔기 때문에, "대법원이 청와대의 압력에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 이런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당시 대법관들은 즉각 반발에 나섰습니다.

"이 사건이 가지는 정치적, 사회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전원합의체에서 논의할 사안이라고 판단했고, 대법관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판결을 선고했다"는 주장인데요.

청와대 인사들과 접촉한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에 관해 사법부 내외부의 누구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은 사실이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진실공방 양상을 보이게 됐는데요. 이번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추가 조사에 대한 요구도 강하구요.

김명수 대법원장도 후속 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했을텐데, 조금 전 입장을 발표했군요.

 

그렇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조금전 입장문을 통해 후속 조치 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혔는데요.

우선 눈에 띄는 문구가 "조사결과를 보완하고 공정한 관점에서 조치방향을 논의하여 제시할 수 있는 기구를 조속히 구성하도록 하겠다... 법원 스스로의 힘으로 이번 사안이 여기까지 밝혀졌듯이 앞으로도 그러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문장입니다.

그러니까 검찰이라거나 이런 수사기관에 관련 인물들을 고발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그러면서 "유사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 제도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인적 쇄신 조치를 단행하고, 법원행정처의 조직 개편방안도 마련하는 것, 중·장기적으로는 법관의 독립을 보장할 수 있는 중립적인 기구 설치를 검토하고, 기존 법원행정처의 대외업무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법원행정처 상근 판사를 축소해 나가겠다는 방안입니다.

한마디로, 당장 별도의 조사위원회를 꾸린다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재발 방지를 위해 법원행정처의 역할을 축소하고, 새로운 기구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지난해 6월에 한 시민단체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을 검찰에 고발해 눈길을 끌었었는데요.

이번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다시 관심을 모이고 있네요.

검찰 수사가 시작될 것 같은데요?

 

네. 투기자본감시센터라는 시민단체였습니다.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들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에 대해 조사해달라면서 검찰에게 고발장을 제출했었는데요.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의 말,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인서트 -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
저희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양승태 대법원장은 물론이고, 상당수의 대법관들을 고발했습니다. 그 이유는 우병우라든지 청와대에 예속돼서 그런 판결을 했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그 모든 것이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그러니까 사법부 블랙리스트는 존재하고, 그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도록 요구한 게 당시 청와대였던 것으로 의심되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서 조사해 달라면서 고발장을 제출했던 겁니다.

이 사건은 원래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됐었는데요. 검찰이 오늘 밝힌 내용을 보면, 최근에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로 재배당됐다고 합니다.

공공형사수사부는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김명수 대법원장과 추가조사위원회 위원 등을 고발한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관련된 사건을 한 곳으로 모으기 위해 재배당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입니다.

 

< 앵커 >

 현직 법관들이 사법부의 독립 보장과 개혁을 요구하면서 벌이는 집단행동을 이른바 '사법파동'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런 일이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는데요. 어떤 사례였는지 간략하게 소개해주시죠.

 

네.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법관 집단행동은 박정희 정권이었던 지난 1971년에 발생했습니다.

당시에는 대법원이 지금의 헌법재판소 역할까지 담당했는데요. 대법원에서 군인의 경우, 직무상 피해를 입더라도 국가에 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한 국가배상법 조문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겁니다. 그리고 얼마 뒤, 당시 서울지검 공안부 검사들이 판사들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로 영장을 청구했고요.

그렇게 되자 전국 법관들이 "정부가 법관들에게 보복성 조치를 한 것"이고 항의하면서 집단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결국 박정희정부가 담당 검사에 대해 문책 인사를 단행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습니다.

1988년에는 노태우 정부가 전두환 정권해서 활동하던 사법부 수뇌부를 재임명하면서 335명의 판사들이 사법부 쇄신을 요구하는 집단행동을 벌였습니다. 김용철 당시 대법원장의 사퇴와 정보부 기관원의 법원 상주 폐지 등을 요구했었고요, 결국 김용철 대법원장이 사퇴하면서 마무리됐습니다.

1993년에는 30명의 법관들이 김영삼 대통령에게 '사법부 개혁에 관한 건의문'을 제출하면서 집단행동에 나섰는데요. 법원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법관 신분 보장과 법관회의를 요구했습니다.

2003년에는 대법관 인선 관행 개선을 요구하는 집단 행동이 있었는데요. 요구가 받아들여지면서 대법관 인선 관행이 달라졌고, 여성 헌법재판관이었던 전효숙 재판관과, 여성 대법관이었던 김영란 대법관이 탄생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지금까지 대법원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유상석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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