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변 1세대’ 홍 할머니…김승회 충북웅변인협회장 등 6남매 웅변인으로 키워내

충북지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충북교육감배 학생 웅변대회’가 열린 지난 9일 오후 청주시교육지원청 세미나실.

충북도교육감상을 거머쥐기 위해 참가한 50여명의 초‧중‧고 학생 연사들의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사회자가 대회 시작을 알리기에 앞서 “자랑스러운 ‘선배 웅변인’ 한 분을 초대 했다”고 소개합니다.

그 때, 허리가 약간 굽은 노파 한 분이 딸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무대에 오릅니다.

꼿꼿하게 단상에 선 그는 89살 홍정순 연사.

잠시 멋쩍은 표정을 짓던 홍 할머니는 언제 그랬냐는 듯,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청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웅변을 시작합니다.

그의 웅변 실력은 녹슬지 않았습니다.

연제는 ‘비정’.

지금은 쉰(50) 살이 훌쩍 넘어버린 막내아들이 고등학생 때 직접 쓴 웅변 원고.

6.25 때 헤어진 아들을 그리워하는 어머니의 애달프고, 절절한 마음을 담은 내용입니다.

웅변을 시작한 홍 할머니는 한 치의 막힘도 없이 ‘고저장단(高低長短)’, 설득력 있는 웅변으로 청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아 냅니다.

청주시 오창읍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홍 할머니는 충북을 대표했던 우리나라 ‘웅변 1세대’입니다.

그는 ‘반공·사회정화·의식개혁·새마을운동’ 등 시대적 사회상을 반영하며 웅변의 전성기였던 1970∼80년대 충북을 풍미했던 웅변인 이었습니다.

2남 4녀. 

홍 할머니는 자식들에게 ‘웅변 유전자’를 물려줬습니다.

6남매 중 5남매가 웅변을 통해 사회성과 리더십을 배워 우리사회 리더로 성장했습니다.
 

그 중 장녀인 김승회(62, 사진) 전 충북웅변인협회장은 현재 충북 웅변계 대표적인 인물 입니다.

둘째 김순회씨(61)씨는 경기도 평택아동문학회 회장이자 동화구연과 시낭송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셋째 김설회씨(59)는 불교와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그는 미국 뉴욕의 한 사찰에서 한인들을 대상으로 ‘스피치와 웅변’을 가르치며 타향만리에서 웅변인으로서 자긍심을 드높이고 있습니다.

웅변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장녀 김승회씨는 “어머니의 권유로 형제자매 모두 학창시절 웅변을 통해 리더십을 키웠다”며 “지금처럼 웅변학원이나 웅변 지도교사가 없었던 과거 학창시절, 어머니는 우리 자식들에게 ‘웅변 과외선생님’이었다. 어머니의 권유로 하게 된 웅변 때문에 자식들 모두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회인으로 성장했다”고 말했습니다.

홍정순 할머니는 “원고를 직접 쓰고, 원고를 머릿속에 외워 내 것으로 만들고, 청중들을 설득하기 위해 고저장단(高低長短) 웅변의 기법을 익혀,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자기의 생각을 주장하는 것이야 말로 험한 세상을 밝게 만들 수 있는 전인교육 방법”이라며 “배고픈 시절, 자식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교육 방법이 웅변이었다”고 회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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