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보좌진 7명에서 8명으로 증원 결정

영상이 뜨지 않는경우 여기를 클릭하여주세요.

 

 

"어차피 여론이라는 것은 며칠 지나면 없어진다”

영화 대사가 아닙니다. 한 국회의원이 보좌진 1명을 늘리는 법안을 두고 한 세간의 눈치를 의식하지 말자며 한 이야기인데요.
지난 금요일, 이 법안은 압도적인 찬성으로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각종 현안을 두고 정쟁을 벌이는 여야도 이 문제에서만큼은 모처럼 한마음이 됐습니다.

최선호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통과된 법안의 내용 간략히 정리해보죠. 

 

 

재석의원 218명 가운데 찬성 151명, 반대 28명, 기권 39명으로 국회의원수당법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현재는 각 국회의원마다 보좌관ㆍ비서 등 7명의 별정직 공무원과 2명의 행정인턴을 둘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개정안이 가결되면서 내년부터 8급 비서가 추가된 8명의 보좌진을 두는 대신에 인턴 한명이 줄게 됐습니다.  

 

 

원래 이 법안은 인턴들의 고용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거잖아요?

 

맞습니다. 내년부터 국회인턴들이 2년 넘게 근무할 수 없도록 ‘국회 인턴제 운영지침’이 변경됐습니다. 예정대로라면 내년 연말까지 전체 인턴의 45%에 달하는 256명의 인턴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습니다. 개정안의 취지 자체는 이들을 8급 비서로 고용을 승계하고 업무 공백을 막기 위해서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법안에 식구 늘리기 외에도 여러 문제점이 있다면서요?

 

현재 인턴들이 8급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보장하는 조항은 빠져있고, 두 명의 인턴 중 누구를 8급으로 보내야 하느냐의 문제도 있습니다. 

지금도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보좌진 수는 의원의 하는 일과 비교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있어왔는데요. 우리 국회의 보좌진 수는 미국 다음으로 많습니다. 반면 덴마크 같은 경우에는 아예 개인 보좌진이 없고 공동보좌진으로 의정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법안 통과로 국회가 공무원 300명을 늘리면서 여기에만 연간 67억 원의 추가 예산이 투입됩니다. 당연히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은 물론이고, 정부의 공무원 증원 일자리 대책을 혈세 낭비라고 비난하던 야당의원들도 정작 자신들의 보좌진을 늘리는 문제에서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를 바라보는 의원들의 인식인 것 같은데요... 비공개 회의에서 했던 발언들이 알려졌죠.

 

보좌진 증원 논의를 위해 열린 운영위 소위에서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은 “바꿀 때 확 바꿉시다. 뭐 그리 의식을 많이 하십니까?” “어차피 여론이라는 것은 며칠 지나면 없어지고, 바꿀 때 제대로 바꿔 버려야지”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같은 당 이동섭 의원도 “국회가 너무 언론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며 “국회의원도 새벽에 나와 힘들게 일하는 3D 업종인데 국민 눈치를 너무 보는 것은 지양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법안에 반대 표결한 자유한국당 이은권 의원의 이야깁니다. 

[인서트 / 자유한국당 이은권 의원]

지금 나라도, 경제도, 국민 여론도 그렇고... 그건 지금 해서는 국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일이라 생각해서 반대했습니다.

일부 의원은 보좌진 증원은 찬성하면서도 재원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의원들의 세비를 깎아 8급 직원의 월급을 마련자고 주장했습니다.

[인서트 /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

"우리가 비서를 새로 신설할 때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 이것이 핵심인데 국민들에게 추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염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상임위부터 본회의까지 일사천리로 이 법안이 통과됐는데, 신속히 처리돼야 할 민생 법안들이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인 것과 대조적입니다.

‘밥그릇 챙기기’에는 한뜻이 된 여야의 구태가 반복되면서 이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합니다.

 

국회에서의 적폐 청산은 아직 요원해 보여 씁쓸하네요. 지금까지 최선호 기자였습니다.

저작권자 © BB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