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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윤의 세상살이]적폐청산과 편가르기
전경윤 기자 | 승인 2017.11.13 01:33

요즘 언론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말이 바로 ‘적폐청산’이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원의 댓글 부대 의혹 등을 파헤치는 등 과거 정권의 잘못된 행위들을 바로잡겠다고 나선 것을 많은 이들은 적폐청산 작업이라고 부르고 있다. 검찰이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전직 국정원장들을 잇따라 소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검찰 수사의 칼끝이 결국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언론계도 이른바 적폐청산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MBC와 KBS 두 공영방송사 노조는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김장겸,고대영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과거 정권의 언론 장악과 통제로 방송의 공정성이 땅에 떨어졌다면서 이를 막지 못한 경영진은 당연히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게 노조의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 기회가 있을때마다 공영방송의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해온만큼 두 노조의 파업이 현 정부와의 교감 아래 이뤄졌다고 보는 시각도 나온다.

현 정부가 전 정부를 겨냥하는 일,사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정권이 보수와 진보 사이를 오고갈 때마다 마치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이같은 일이 반복돼왔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 비리 수사를 바라보는 시각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과거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 특권을 바로잡고 보다 바람직한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특정한 사람을 겨냥한 치졸한 정치 보복이라고 맞서고 있다. 문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MB정부 초기에 검찰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에 대해 현 정권이 앙갚음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동안 침묵을 지켜온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정부 여당의 적폐 청산에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이 전 대통령은 새 정부에 일말의 기대를 했지만 지난 6개월간 적폐 청산을 보면서 감정풀이나 정치보복으로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적폐청산은 개인에 대한 책임 처벌이 아니라 불공정한 특권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이라고 반박해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적폐청산이냐 정치보복이냐 하는 논란이 확산되면서 우리 사회는 또다시 양 진영으로 갈라져서 서로 총구를 겨누는 형국을 맞고 있다. 개인적인 소신이나 선택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물론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어느 한쪽에 서지 않았다는 이유로 온갖 비난과 공격을 받고 자기 편이 아니면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은 옳지 않다. 양극단의 논리에 선뜻 동의하지 못해 중간에 어정쩡하게 서 있다는 이유로 정체성이 의심받고 회색 분자로 낙인 찍히는 일도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이처럼 중간이나 중립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없다. 어느 한 쪽을 절대선과 절대악으로 규정해 선택을 강요하는 분위기에서는 중간 지대에서 침묵하는 다수들이 더욱 깊은 침묵 속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어느 한쪽에 잘 서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유부단하다느니 회색인이라느니하는 말을 자주 듣는 이들이 있다. 자기 주관이 약하고 눈치를 많이 보는 기회주의자라는 비판을 받는 이들도 조직내에 항상 존재한다. 이들은 대체로 천성적으로 의협심이 강하지 않고 온건한 성품 탓에 싸움이 벌어지는 전선 한복판으로 잘 나가지 않으려 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중간쯤에 서서 싸움을 중재하고 조언도 해주는 이들의 소중함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보도제작부장]

 

 

 

 

 

전경윤 기자  kychon@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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