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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급조된 국감...유권자 눈엔 보여요!
유상석 기자 | 승인 2017.10.20 23:40

"국정감사 자료집... 만들라니까 만들긴 한다만,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모르겠다. 국회의원들, 어차피 읽지도 않을 것 아닌가. 최근 뉴스 몇 줄 보고, 그거 들먹이면서 호통치기 바쁘겠지"

국감을 준비하느라 피로에 찌들어, 얼굴이 노랗게 된 피감기관 실무자들이 제게 이런 하소연을 합니다.

이 말을 들으니, 문득 제가 생방송하는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신문·인터넷매체 기자로 근무하던 제가 방송기자가 된 지 벌써 만 2년이 돼 갑니다만, 여전히 생방송은 어렵습니다.

저 자신보다는 방송을 들어주시는 청취자 분들의 평가가 아무래도 더욱 냉정하고 정확합니다. 솔직히 이런 얘기 가끔 듣습니다.

"유 기자, 오늘 방송은 좀 별로였어. 말도 빠르고, 더듬기도 하고 말이야. 그리고 대본 읽는 티가 너무 나더라고!"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평가를 듣는 날은 사실 이유가 있습니다. 방송 시작 30분 전에, 또는 그보다 더 임박해서, 급하게 준비한 내용을 전해드리려다 보니 그렇게 된 겁니다.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스튜디오에 들어가면 아무래도 방송하기가 편합니다. 제가 아는 그대로 청취자 여러분께 말씀드리면 되니까요.

하지만 저도 잘 모르는 내용을 전해드리려니, 마음이 불안해집니다. 얼굴은 붉어지고, 호흡은 가빠지고, 등에서는 식은땀이 납니다. 나름대로 자연스럽게 방송하려고 노력하지만, '대본 읽는 티'가 너무 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사실, 급조된 방송 원고가 불가피하게 탄생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속보가 발생하면 반영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방송을 급조된 원고로만 때운다면, 방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청취자들은 고개를 젓다가 결국 채널이나 주파수를 돌리게 되겠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올해 국감을 계속 진행해왔습니다만, 사실 대부분 의원들의 질의 주제는 한정돼 있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등을 대상으로 열린 국감만 봐도 그렇습니다.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과 추선희 전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의 구속영장은 왜 기각됐느냐. 구속영장 발부 기준이 제각각 아니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 거부, 잘못된 것 아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인권 침해를 당한다는 주장이 있다. 근거가 있다고 보는가" 이 정도입니다.

질의 주제가 한정돼 있었기에 답변도 뻔합니다. "영장 발부 기준 투명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옳으신 지적이다. 저희는 적법하게 업무에 임하고 있다", "현재 재판 중인 사안이라 즉답을 드리기 곤란하다". 이런 답변만 반복됩니다.

의원들이 반복하는 질문 혹은 질책... 급조됐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두툼한 국감자료집, 절반이라도 훑어나 보고 나왔는지 의문스러워집니다.

피감기관 수장들은 '네네~' 하기 바쁩니다. 상대가 질문을 해야 답변이 나올 텐데요. '뻔한 이야기'만 하니, '옳소~' 할 수밖에요.

의원들을 지켜보는 유권자들의 눈은 냉정하고 정확합니다. "의원님들, 오늘 국감은 좀 별로였소. 질문을 하는 건지 자기 말만 하는 건지 모르겠고 말이야. 아무 것도 모르는 티가 너무 나더라고!" 이런 생각들 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다음 총선 때 평가하겠죠.

물론, 피감기관의 자료를 충분히 학습하고 이해한 뒤, 날카로운 질의를 던진 의원도 분명 있었습니다. 앞으로 이런 의원들이 더욱 늘어나길 바랍니다.

국감 일정,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올해 국감이 끝나더라도 내년 국감, 내후년 국감도 계속될 겁니다. 유권자들도 국감을 계속 지켜볼 텐데요. 지금까지의 국감 질의 패턴,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유상석 기자  listen_well@bbs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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