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정착 위해서는 추가 부담 규모 알리고 충당에 대한 견해 밝혀야

문재인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내놓았다. '병원비 걱정없는 든든한 나라 만들기' 국정과제 이행 차원에서 국민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고액의료비로 인한 가계파탄을 막는 내용이다.

앞으로 미용이나 성형 목적이 아닌 의학적으로 필요한 대부분 진료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된다. 의학적으로 필요한 모든 비급여는 환자 본인이 비용을 차등 부담하는 조건으로 예비적으로 보험급여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런 예비급여 추진 대상 비급여항목은 약 3천800여개로, 구체적으로 MRI, 초음파, 다빈치 로봇수술 등에 대해 올해부터 2022년까지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할 계획이다. 특진비로 불리는 선택진료제를 2018년부터 완전히 폐지할 계획이다. 현재 4인실까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병실 입원료에 대해 2018년 하반기부터 2∼3인실로 보험급여를 확대하기로 했다. 2019년부터는 1인실(특실 등은 제외)도 필요하면(중증 호흡기 질환자, 산모 등)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보호자나 간병인 없이 전문 간호사가 간호와 간병을 전담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공 병상을 2022년까지 10만 병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노인 틀니·치과임플란트의 본인부담률을 50%에서 30%로 낮추기로 했다. 15세 이하 입원진료비 본인 부담률도 5%로 인하하기로 했다. 취약계층별로는 노인 치매 검사를 급여화하기로 했다. 보장 내용이 워낙 광범위해서 모두 다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렇다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이 이 시점에서 왜 필요할까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2015년 기준, 건강보험 진료비 중 가계에서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 비율은 36.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멕시코(40.8%) 다음으로 높다.

의료비 발생 비율이 높아 특히 저소득층은 의료비로 인한 가계 파탄의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된다.

이번 대책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영역이 현재의 3분의 1로 줄어들면 국민의 의료비 부담도 1인당 평균 50만4천원(2015년 기준)에서 41만6천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특히 저소득층에서는 연간 500만원 이상의 의료비 부담 환자가 12만3천명에서 6천명으로 95%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 외에도 본인부담상한제, 재난적 의료비 등 2중, 3중의 보장성 강화대책을 통해 고액 의료비로 인한 가계 파탄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의료에 관한 한 복지 수준이 갑자가 너무 올라간 게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다.

이번 대책을 통해 건강보험 보장률은 63%에서 70%로 오른다. OECD 회원국 평균(80%)과의 편차를 절반 정도 개선하는 수준이다. OECD 수준으로 급격하게 올리는 것이 아니고, 부담 가능한 보험료 인상률을 고려한 계획이다.

한정된 재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보장성 강화는 건강보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향상하기 위한 적정한 수준으로 추진하되, 도덕적 해이나 건강보험 재정 누수 요인은 철저히 차단할 수 있도록 별도의 대책을 병행 추진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예산인데 여기에 드는 재원은 현재 20조원 가량 쌓여있는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으로 충당해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보험혜택이 확대되는 만큼 결국 건강보험료가 오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항목들도 본인부담률이 20∼60%로 높은 수준이어서 큰 병에 걸리면 병원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일쑤다. 이런 걸 해결하지는 게 이번 정책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정책을 두고 의료시민단체는 문 대통령의 공약에서 후퇴한 수준이라고 비판하고 있고 의사협회는 누적된 저수가로 인한 진료 왜곡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협회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한의사협회는 "이를 계기로 한의학 분야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한의학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각종 불합리한 법과 제도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간호협회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대폭 확대하는 대책을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찬성한다"며 "어려운 환경에서 헌신하는 간호사들의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에도 더욱 힘써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의료비 중 건보가 부담하는 보장률은 60% 수준으로 하위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80%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70%로의 확대는 늦은 감이 있다. 우리나라 가계가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 비중은 전체 의료비의 36.8%로 OECD 평균의 2배다. 이번 상황에서 건강보험 보장률이 7%포인트 올라 70%가 된다는 것은 가장 좋은 복지정책이 아닌가 싶다.

문제는 예산이다. 정부 추산 앞으로 5년간 30조6000억 원이다.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건보 누적 적립금 20조 원의 절반을 투입하고 국고 지원을 늘리는 것이다. 또 가장 국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인 건보료 인상을 단행할 수 밖에 없다. 현재 1.1% 수준인 건보료 인상률을 내년부터 3% 이상으로 올린다. 이렇게 되면 현재 연간 1인당 86만 원 선인 건보료가 100만 원대에 접어 들 것이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건강보험은 2018년부터 적자로 돌아서고 2023년이면 적립금을 모두 소진할 것이라고 3월 기획재정부는 분석했다. 결국 앞으로 건보 재정이 악화될 수도 있다.

이번에 밝힌 ‘문재인 케어’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추가 부담 규모를 정확하게 알리고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를 밝혀야 할 것이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고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이 성공적으로 안착해 국민들의 의료비 절감에 큰 힘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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