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제약회사인 종근당의 이장한 회장,대표적인 피자 브랜드인 ‘미스터 피자’를 일군 정우현 MPK그룹 회장 등 기업 CEO들의 이른바 갑질 행위들이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면서 또다시 갑질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들은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폭언과 막말을 퍼붓고 가맹점을 탈퇴한 업주들을 상대로 보복 영업을 하는 등 이른바 가진 자의 횡포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돈과 권력을 이용해 약자들의 인격을 짓밟고 복종을 강요하는 행위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우리 사회에서 이처럼 갑질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잘못된 군대 문화의 잔재라느니 입시 위주의 교육 체제로 인한 인성 교육 부재때문이라느니 여러 분석과 진단들이 쏟아지고 있다. 갑질을 일삼는 당사자의 자기 중심적 사고와 비뚤어진 우월의식 등 개인의 책임이 크다고 보는 이들도 꽤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인들의 국민성과 심리적,정서적 특성에서 갑질 행위의 원인을 찾기도 한다.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의 저서와 강연 등을 통해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른바 ‘주체성’의 발현을 매우 중시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자주 쓰는 말 가운데 하나가 “내가 한턱 쏠게”라는 말이라고 했다.

또다른 한국인의 특성으로는 ‘관계주의’를 들 수 있다. 자신과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어떤 대접을 받느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상대방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과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인들은 무시받는 느낌에 매우 예민하고 “너, 나 무시하니 ?”라는 말을 자주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갑질은 재벌 회장들만의 문제라고도 볼 수 없다. 누구나 일상 생활속에서 크고 작은 갑질 행위를 하고 있지만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필자도 갑질의 당사자였다는 사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인정한다. 음식점에서 종업원을 윽박지르거나 술에 취해 옆 좌석 손님들과 실랑이를 벌인 적도 있었고 직장내 선후배에게 순간적으로 폭언을 내뱉기도 했다. 내 이웃,내 주변에 함께 하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든 이런 행위들도 넓은 의미로 보면 갑질이라고 볼 수 있다.

조계종 포교원 포교연구실장이자 불교계의 대표적인 문장가로 꼽히는 원철 스님은 한 출판 기념회 자리에서 갑질 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따지고 보면 영원한 갑도 영원한 을도 없다"면서 내 마음 속에 ‘갑질’의 요소는 없는지 돌아볼 것을 당부했다. 이는 '내 머리속에 지우개'가 아니라 '내 마음 속에 갑질'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나의 이익을 타인에게 베푸는 자비행은 결국 자신에게 더 크게 돌아온다는 것이 불교의 자리이타(自利利他)정신이다. 이는 선한 행위가 곧 선한 인연을 불러온다는 연기법(緣起法)과도 이어진다. 지긋지긋한 폭염이 때가 되면 차츰 물러나는 것처럼 우리 마음 속에 악성 종양처럼 자리했던 갑질 인자들도 하나 둘 제거되기를 바랄 뿐이다.

 

 

 

저작권자 © BB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