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정 원장(부산시한의사회)

● BBS 부산 ‘부산경남 라디오830(5월 30일)’
    (부산FM 89.9Mh 창원FM 89.5Mh/진주 FM 88.1 Mh 08:30~09:00)
● 코너명 : 주간섹션 한의학상담
● 진행 : 박영록 BBS 부산 보도부장
● 출연 : 한인정 원장님(부산시 한의사회)

(앵커멘트)다음은 주간섹션 순서입니다. 매주 화요일 한의학 상담 해 드리고 있죠. 오늘은 화병에 대한 한의학적 치료법과 진단에 대해서 알아볼텐데요. 오늘은 부산시 한의사협회 한인정 원장과 함께 하겠습니다. 한인정 원장님 안녕하세요?

 

한인정 원장(부산시한의사회)

질문1) 화병이란 무엇인가요? 왜 생기죠?

-화병은 한국 특유의 ‘참는 것이 미덕’이라는 문화에서 기인하는 일종의 정신의학적 증후군을 말합니다. 미국정신의학회에서도 ‘화병(hwa-byung)'이 우리말 그대로 등재되어 있을 만큼, 외국에서도 우리나라 문화에서 발생되는 특별한 병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화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결국은 몸이 못살겠다며 이곳 저곳에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몸이 보내는 생존신호이며 동시에 위험신호입니다. 속에서 열이 오르거나 가슴이 답답한 느낌, 뭔가가 걸려서 내려가지 않는 느낌들로 나타납니다.

너무 화가 나고 속이 상할 때 잠깐 화병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정상적인 반응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스트레스가 지속되거나, 충격적인 사건이나 감정이 원만하게 해결되지 못하고 억눌린 채 장시간이 흐르게 되면 정신적인 증상 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증상으로 발현됩니다. 신체적인 증상을 동반하는 우울증. 이것이 바로 화병입니다.

질문2) 화병은 어떤 사람들에게 잘 발생하나요?

-특히 화병은 책임감이 강하며 양심적이고 감정을 잘 억제하는 내성적인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남성 위주의 사회나 가정 환경에서 받은 억울함을 참고 지내 온 중년 여성에게 흔히 발생한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년여성들 뿐만 아니라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와 빈부격차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등으로 화병을 호소하는 20~30대 젊은 층이 크게 늘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화병으로 한방병원을 찾은 20~30대 환자는 5년 새 5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20~30대 남성의 경우 화병 발병률이 5년전 보다 약 2배로 늘었습니다. 20~30대에서 화병 환자가 증가하는 것은 취업난이나 빈부격차, 극심한 경쟁문화 등에 따른 현대사회의 청년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봅니다.

화병이 생겼다고 하면 주변에서 ‘어쩔 수 없는 환경이니 화를 삭히라’고 충고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화병은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우울증이나 분노조절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질문3) 화병과 우울증은 다른 것인가요?

-화병은 흔히 우울증과 비슷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차이점이 있습니다. 우울증은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뇌의 신경회로에서 신호전달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등의 분비에 이상이 생기면서 우울감, 불면, 식욕저하 등이 생깁니다. 반면, 화병은 스트레스로 우울한 증상이 생기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분노 등 감정을 환자 스스로 억누르고 내면화하면서 억압된 감정이 다양한 신체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화병은 일반적인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주변 환경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가 그 원인이 되나, 질병의 발생이나 증상의 출현에 한국 특유의 문화적인 배경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화병 역시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 증상이 발생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나, 분노와 같은 감정이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환자가 이러한 감정을 스스로 억누르고 내면화하게 되면서 억압된 감정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이나 전통적인 개념에서는 이런 분노의 감정을 ‘화(火)’의 개념을 써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질문4) 화병과 갱년기증상은 다른 것 인가요?

-중년여성의 경우 여성호르몬이 감소되는 폐경기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화병’과 갱년기 증상을 혼동할 수 있으므로 평소 가슴에 열이 나고 뻐근하며 뭔가 뭉쳤다는 증세가 2주 이상 지속되거나 뒷골이 당기는 느낌이 지속된다면 전문의와 면밀하게 상담한 후 정확한 진료를 실시해야 합니다. 

질문5) 그렇다면 화병의 증상은 어떠한 것들이 있고, 어떻게 진단하나요?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답답함과 무기력, 분노 등이 있습니다. 질환 초반에는 증상이 간헐적으로 발생하지만, 점차 반복적이고 고질적인 양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때문에 화병 환자들은 초기에는 답답함만 호소합니다. 그러다 의욕 상실, 무기력증 같은 증상을 보이며, 이후에는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욕설이나 폭력 등 분노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화병에서는 우울감, 불면, 식욕 저하, 피로 등의 우울 증상 외에 화병의 특징적인 신체 증상이 동반됩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작스럽게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기도 하며, 숨쉬는 것이 답답하고 가슴이 뛰는 증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또 소화가 잘 안 되거나 명치에 뭔가 걸려 있는 듯한 느낌을 느끼기도 하지요. 몸 여기저기에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울감이 심해지면 자살에 대한 생각이 증가하여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게 될 위험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화병의 진단은 기본적으로 호소하는 증상의 청취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발병 이전의 생활사나 스트레스 요인 여부에 대해 조사하고, 이것이 환자의 심리적 상태에 미친 영향을 평가합니다. 또 이로 인해 현재 나타나는 증상들이 어떤한지를 파악해서 환자가 가지고 있는 질병을 진단하게 되지요. 실제 화병이라는 진단명을 사용해서 진단을 내리기보다는, 신체 증상이 동반된 우울증으로 파악하고 이에 따라 치료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또 다른 기질적인 원인에 의해 증상이 나타나는지 여부를 감별하기 위해 MRI 뇌파 검사 등을 시행할 수도 있으며, 신체적 질환이 원인으로 작용하거나 혹은 동반된 경우를 감별하기 위해 기본적인 혈액검사나 심전도, 흉부 X선 사진 등의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또한 심리 검사나 신경 인지 기능 검사 등을 통해 환자의 진단이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질문6) 화병은 한의학적으로 어떻게 치료하나요?

-한의학에서 심장은 오장의 주인으로서 정신이 거하는 곳이라고 했습니다.심장은 정신활동을 지배하는 인체내 생명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입니다. 심장은 신체의 모든 장기에 피를 순환하게 하는 에너지의 근원일 뿐만 아니라 자율신경에 영향을 주어 정신활동을 주관하는 장기로 여겨왔습니다.

이러한 기능이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이상이 생기게 되면 정상적인 기운의 흐름을 막아
기운이 울체되어 불안하고 초조하며 마음이 편치 않게 되면서, 각종 신경성 질환으로 고생하고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므로 첫 번째 치료의 방향은 심장에 과열된 열을 끄거나, 약한 심장의 기운을 보충하는 방법으로 심장의 조절기능을 회복합니다.

두번째로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무너진 장부의 균형을 회복시킵니다. 특히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분노, 억울의 감정은 간의 기운을 울결시켜 각종 통증, 충혈, 순환장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한 화병이 생기면 위쪽으로는 열이 치받혀 가슴답답함, 통증, 인후부 이물감, 눈충혈, 이명, 두통 등이 생기기 쉽고 아래쪽으로는 순환부전으로 인한 수족냉, 생리통, 요통, 슬통, 하지불안증후군 등의 상열하한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때 금진옥액혈, 고황혈, 척택혈 등으로 사혈하여 압력을 내리고 혈액순환을 도모하는 것도 한가지 치료 방편이 될 수 있습니다. 경추나 자세를 바르게 교정하는 방법으로도 위쪽의 열을 안정시킬 수 있습니다.

위쪽의 과항진된 열은 끄고 아래쪽의 순환능을 늘려 전신순환을 도와주면 불편한 신체증상이 많이 완화됩니다.

특히 장기간 지속된 임신실패로 인한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난임환자들은 이러한 심인성 요인을 제거하면서 자궁능을 회복시켜 건강한 임신이 가능하게 하므로 한방난임치료가 좋은 치료가 될 수 있습니다.

질문7) 화병을 예방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알려주신다면요?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운동 등이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줄 수 있으며, 취미 생활 역시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기만 하는 것 역시 증상을 악화시킬 수가 있으므로 가족이나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는 것 또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대인관계 등의 스트레스가 장기간 지속되거나 스스로가 이에 대처하는 방식에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면 정신 치료를 통해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알코올이나 카페인 등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은 피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우울감 등의 증상을 달래기 위해 음주를 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으나, 음주가 계속될 경우 오히려 장기적인 예후가 나빠질 수 있습니다. 또한 불면 등의 증상이 동반되어 있을 때에는 술이나 커피 등이 수면에 더욱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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