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협의회 하재문 단장 "부산시, 서울 북촌 사례 참고해야"

● BBS 부산 ‘부산경남 라디오830(2월 13일)’
    (부산FM 89.9Mh 창원FM 89.5Mh/진주 FM 88.1 Mh 08:30~09:00)
● 코너명 : ‘집중인터뷰’
● 진행 : 박영록 부산BBS 방송부장
● 출연 : 감천문화마을 주민협의회 하재문 생활개선사업단장

[앵커멘트] 6.25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정책해 만들어진 부산의 감천문화마을을 다들 아실텐데요. 연간 160만명이 찾는 부산의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최근 감천문화마을 보존과 재정비를 위한 지구단위계획이 수립 중인데요. 하지만 건축법 등에 가로막혀 무산될 상황이라고 합니다. 오늘 라디오830 시간에는 이와 관련된 상황,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지금 감천문화마을 주민협의회 하재문 생활개선사업단장 전화연결 돼있습니다. 단장님 안녕하십니까?

[하재문 단장] 네 안녕하십니까?

[앵커] 우선 감천문화마이 어떤 곳인지 소개부터 해주시죠.

[하재문 단장] 감천문화마을은 한국전쟁 직후 어려운 시절 부산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곳입니다. 산자락을 따라서는 뒷집에 조망권을 해치지 않고 계단식 건물이 있고, 모든 길이 통하는 미로미로 골목길. 이웃 간 소통을 중시하는 독특한 장소성과 전통적 경관과 파스텔톤 색채는 많은 사람들을 찾아오게 하는 매력이자 감천문화마을의 최고 자원입니다. ‘황금마을’이라는 별명을 가진 야경이 너무 아름다워 한국의 산토리니로 불리게 됐습니다. 외국인들은 한국 속의 이국적 정치와 시간이 멈춰진 공간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기도 합니다.

[앵커] 남아메리카 페루에 있는 잉카 유적, 마추픽추와 유사하다. 감성 풍경이 풍부한 곳이라고 소개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주민협의회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하재문 단장] 저희 주민협의회는 지난 2012년 3월 감천문화마을 주민공동체로 탄생했고, 회원은 약 120명 정도 됩니다. 어제(14일) 저녁에는 6회째 총회를 개최했습니다. 주민협의회는 6개 사업단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홍보단은 마을 신문을 발간하고 봉사단은 주민해설사 운영 및 각 시설을 안내하고요. 제가 맡고 있는 생활개선사업단은 집수리 사업을 추진하고, 문화예술사업단은 골목축제와 합창단, 연극단 등을 운영하고요. 민박사업단은 게스트 하우스와 주민 할머니 할아버지의 빨래를 해주는 빨래방을 운영합니다. 마지막으로 마을사업단은 마을기업 10개소를 운영해 수익을 창출하고, 그 돈으로 우리 주민들에게 환원하는 사업을 합니다. 그래서 주민 일자리가 282개를 만들었습니다. 작년 마을기업 매출액이 15억원 정도 됩니다. 그 중 2억원은 다시 주민들에게 환원하는 사업을 실시했습니다.

[앵커] 마을단위 주민협의회가 아주 조직적으로 구성돼 있는 것 같습니다. 감천문화마을이 한국관광 100선에 2회 연속으로 선정됐다는 소식도 있죠. 부산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손꼽히는 이유,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하재문 단장]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광광공사에서 인지도, 만족도, 설문조사, 관광객 증가율, 인터넷 검색횟수와 전문가 현장 평가 등 다양한 결과를 종합 분석해 발표하는 명소입니다. 부산에서는 감천문화마을과 국제시장 깡통시장, 원도심 스토리투어, 태종대 등 4곳이 선정됐는데요. 감천문화마을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그림 같은 마을 풍경을 즐기면서, 골목골목 설치된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마을에 입주한 작가들의 공방에 가서 다양한 공예 체험도 가능하기 때문에 선정됐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감천문화마을에서 인기 있는 곳이나 꼭 가봐야 할 곳 소개해주시겠습니까?

[하재문 단장] 다 가보면 좋겠지만, 특히 부산의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하늘마루, 작은 박물관, 감내어울터, 어린왕자와 사막여우, 천덕수우물 등 다양한 작품이 있습니다. 특히 제가 알려드리고 싶은 보물은 장기간 방치돼 있던 흉물스러운 공터 4개소를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 리모델링했습니다. 승효상 작가의 독락의 탑이 있고요. 김윤철 작가의 색즉시공, 그리고 공공의 방과 별계단 등입니다. 예술창작 공간으로 변모해서 감천문화마을의 랜드마크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선정해봤습니다.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 전경 (감천문화마을 홈페이지)

[앵커] 단장님 말씀 들어보니 꼭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오늘 이슈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우선 지구단위계획 수립, 어떤 내용인지요?

[하재문 단장] 작년부터 주민협의회와 감천문화마을이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마을을 해치는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되기 전까지 개발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시 마을 사람들이 만들고 지켜온 소박한 삶과 전통을 한눈에 보여주는 산비탈 마을의 아름다운 모습은 지키고, 방문객 증가로 우후죽순 늘어나는 외지 상가와 유명 카페, 제과점 등으로부터 마을 터전을 지키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건축물 높이나 배치, 경관 등을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제도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앵커] 주민협의회에서 지자체에 요청을 해, 지구단위계획을 수립 중이라는 말씀이시군요.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돼야 하는 이유,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하재문 단장] 지구단위계획은 우리 마을의 미래가 달린 문제거든요. 마을주민들이 만들어 온 아름다운 경관도 지켜야 되고, 방문객을 상대로 한 소소한 일자리도 지켜야 하고요. 더욱이 대부분 무허가 및 불법 건축물로 오래 동안 버텨온 이 마을을 합법적으로 올바르게 고치고, 새로 짓고 그렇게 살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마을이 지구단위계획으로 확실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이 감천문화마을 감성의 풍경을 해치지 않고 지구단위계획을 실행하려면, 현재 건축법 상 규제들로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하재문 단장] 저희도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한다 해도 우리 마을에 도로 개설이 현실상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경사가 급해서 도로를 만들려면 6~7미터 상당의 옹벽이 생기고, 윗마을과 아랫마을로 단절되고, 마을 경관도 해칠 것입니다. 도로가 없으면 건축도 못한다고 하는데요. 우리 마을은 보시다시피 겨우 10평도 안 되는 땅 위에 발붙이고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도로를 놓고 싶어도 못 놓는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우리는 평생 이렇게 살아야 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집도 오래되고 낡아서 리모델링만으로 고쳐서 살기엔 힘이 듭니다. 경관도 살리고 이곳 마을 사람들도 합법적 새집을 짓고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도로를 만들면 경관 환경을 훼손할 수도 있고, 사시는 분들은 그래도 일정부분 주거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그런데 건축법상으로는 현실적으로 마을이 밀집돼 있다 보니 어렵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사하구청이나 지자체 등과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지요?

[하재문 단장] 장기적으로 회의를 통해서 지구단위계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처럼 조례제정을 통해서 도로가 나기 어려운 우리 마을에도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가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마을 경관을 지키기 위해서 도로 개설도 폐지하고 층수 제한에도 동의를 해 왔습니다.

감천문화마을 작은 박물관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

[앵커] 그렇다면 이 건축법을 적용을 조금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하재문 단장] 만약에 조례개정을 통해서 합법적 건축을 할 수 있다면, 부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하지만 낡고 오래되고 집을 고칠 수도 없고 하는 현실을 막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낡은 집을 바로 고칠 수 있다면 마을에 사람들도 다시 살게되고 그렇게 되지 않겠습니까.

[앵커] 앞서 잠시 말씀해주셨는데,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는 유사 사례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조례를 개정해서 건축법을 완화했다는 것 같은데, 사례 좀 소개해주시죠.

[하재문 단장] 유사한 사례가 서울 북촌 한옥마을은 한옥이 밀집하고 옛 전통을 보존해야 하는 이런 지역에도 서울시가 조례 개정을 해서 건축법 완화했다고 들었습니다. 70~80년대 개량 한옥도 좋지만, 우리 동네가 지켜온 피난시절 삶의 모습을 담아온 감천문화마을도 굉장히 소중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서울처럼 부산도 지구단위계획을 확실히 수립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부산시가 피난수도부산 유네스코 등재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죠. 6.25 당시 피난민이 정착해 만든 감천문화마을의 이유도 충분할 것 같은데요. 서울시의 사례를 참고해서 부산에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시는지요?

[하재문 단장] 부산의 경우, 전통사찰만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피난시절부터 산비탈에서 시작한 우리 삶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후손에게 전통문화와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부산시에서도 꼭 조례재정을 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앵커] 현재 김흥남 시의원께서 또 관련 조례개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김흥남 시의원과 소통은 하고 계시는지요?

[하재문 단장] 예. 김흥남 시의원님과 어제도 만나서 논의를 하고, 계속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감천문화마을 야경

[앵커] 조례개정 문제 잘 되길 바라겠습니다. 감천문화마을 발전을 위해 그 외에 어떤 정책들이 필요한지 말씀해주시죠.

[하재문 단장] 저희 마을이 한국 관광지로서도 중요하지만, 마을 주민들이 삶을 위한 정책도 꼭 필요합니다. 마을 주변에 천마산과 옥녀봉이 있지만, 옥녀봉 아래 사는 주민들의 숙원사업이 있습니다. 도심 속 텃밭을 활성화하고, 감천문화마을 특화를 위해 차 없는 거리도 만들어 걷고 공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고요.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그런 정책들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끝으로 청취자분들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하재문 단장] 네. 감천문화마을은 한국전쟁 직후 어려운 시절의 부산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곳입니다. 산자락을 따라서 뒷집 조망권을 해치치 않는 계단식 건물, 모든 길이 통하는 마을인데요. 오늘의 마을이 있기까지 예술가와 주민, 사하구청의 많은 노력이 있었습니다. 특히 마을 주민들께서 많은 참여와 이해, 협조가 있었는데요. 초창기에 외부 사람들이 방문하는 사례가 없다가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방문을 하니, 사생활과 소음문제 그리고 가옥 지붕에도 올라가는 사례가 있습니다. 감천문화마을은 주민이 거주하는 공간임을 감안해, 마을투어 지도에 따라서 정해진 코스를 따라 즐겨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아름다운 마을 모습에도 감명을 받지만, 그보다 더 우리 마을 어른들과 주민들의 인간적 정과 친절에 더 많은 감동을 받고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앵커] 부산 감천문화마을의 보존과 재정비 사업이 잘 해결되길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감천문화마을 주민협의회 하재문 생활개선사업단장과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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