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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윤의 세상살이]1969년생, 차은택과 정호성
전경윤 기자 | 승인 2016.11.12 10:30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최측근으로 꼽혀온 차은택 씨가 결국 최 씨에 이어 검찰에 구속됐다. 문화계의 황태자로 불린 차 씨는 유명 광고 감독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최순실 씨와 더불어 문화계 관련 기관의 각종 인사에 개입하고 문화 관련 사업에서 특혜를 따내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이다. 차 씨는 검찰에 체포되고 구속 수감되는 과정에서 그동안 착용해온 가발을 벗고 대머리를 드러내 외모를 둘러싸고 또다른 화제를 낳기도 했다.

청와대 문고리 3인방 가운데 한명으로 박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해온 정호성 전 청와대 제 1부속비서관도 대통령 연설문 등을 최씨에게 유출한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되는 신세가 됐다.

차은택과 정호성,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나란히 검찰에 구속됐다는 사실 외에 이들에게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 바로 두 사람 모두 1969년에 태어났다는 사실이다. 1969년은 격동의 60년대를 마감하는 시기였고 미국 우주선 아폴로가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해이자 반전과 평화,자유를 외친 이른바 히피 문화를 상징하는 음악축제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열렸던 해이기도 하다.

필자 역시 1969년생이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한국 사회에서 1969년생은 여러모로 독특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1969년생은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 대학에 다니면서 학생운동과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이른바 386세대의 막내라고 볼 수 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대학에 입학해 당시 선배들에게 88 꿈나무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데 1969년생은 사회 정의에 대한 열망이 강하고 이념적 성향이 뚜렷했던 386세대와 나라보다는 개인, 정치보다는 문화적 현상에 더 관심을 가진 90년대 학번,즉 X세대 사이에 끼여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인지 69년생들은 학생운동을 치열하게 펼친 시대정신을 공유하면서도 386의 선배 학번들보다는 치열함이 덜하고 개인주의와 자유주의적 가치관을 갖기 시작한 90년대 학번 세대에 비해서는 개성과 창의력이 떨어진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1969년생들은 여러모로 운이 좋은 학번으로 불리기도 한다. IMF 외환 위기 직전에 사회에 진출해 실업대란과 취업난의 고통을 덜 받았고 사회에 나온 뒤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대량 해고 바람이 불었지만 당시 40살이 채 안되는 시기여서 구조조정의 칼바람에서 비껴날 수 있었다. 그러나 69년생들은 큰 파고가 언제 닥쳐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눈치를 많이 보고 어떻게든 살아남아야한다는 절박감을 늘 마음에 품고 사는 경우도 꽤 있다고 본다.

민주화 투쟁 이후 3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 1969년생은 다시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우리 나이로 어느덧 50이 가까워 오고 사회와 가정을 책임져야할 책무가 가장 큰 시기를 맞고 있다. 자칫하면 조직에서 밀려나고 가정에서의 입지가 흔들릴 수도 있을뿐 아니라 건강에 적신호가 올 수도 있다.

그래서 1969년생 동갑인 차은택과 정호성, 이들의 성공과 몰락을 지켜보면서 착잡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 386세대의 중심도, X세대 소속도 아닌 1969년생들은 한 발만 발을 잘못 디뎌도 바로 아래가 낭떠러지라는 생각으로 늘 살아가야할 운명인가 ?

 

 

전경윤 기자  kychon@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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