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온 나라가 시끌벅쩍하다. 우선 사드 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경북 성주군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단식과 혈서,삭발, 촛불 시위까지 불사하는 등 성남 민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알리고 오해를 풀기 위해 성주를 찾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주민들의 거센 항의로 고립됐다가 6시간 30분 만에 현장을 빠져나오는 일도 있었다. 지난 15일 경북 성주군에서 황교안 총리는 "사드 배치를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송구하다"며 "정부가 주민이 아무런 걱정없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내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더 이상 설명을 계속할 수 없었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일부 주민들이 던진 물병과 계란을 맞았고 거친 욕설도 들어야만 했다. 총리 일행을 태운 미니버스는 항의하는 주민들에 막혀 수 시간째 오도 가도 못하기도 했다.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사태와 세월호 참사,영남권 신공항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사드 배치 논란까지 우리 사회는 그야말로 갈등 공화국이 아닐 수 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갈등지수 국제 비교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대상 25개국 가운데 갈등이 높은 순위로 5위를 차지했다.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연간 최대 250조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갈등 조정과 해결 능력은 2011년 기준 OECD 34개국 중 27위에 그쳤다. 갈등은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은 바닥 수준이라는 뜻이다.

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 갈등이 많고 또 해결 능력은 갖추지 못했을까 ?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필자는 먼저 잘못된 경쟁의식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를 꼽고 싶다. 과도한 경쟁 사회 속에서 성공과 출세의 욕망에 사로잡힌 이들은 많지만 경쟁에서 밀렸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는 사회의 불만 세력이 되고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데 주저함이 없어지게 된다.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올라가고 많은 재산을 모았다면 성공한 인생이지만 대다수의 그렇지 못한 이들을 인생의 실패자로 몰아가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라고 볼 수 없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SNS의 발달도 사회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자기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채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을 서슴치 않고 거리낌없이 허위 사실을 마구 유포하는 행위가 SNS 상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행위들은 결국 사회 구성원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건전한 소통을 가로막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정부도 책임이 적지 않다. 민감한 정책을 다룰 때 지나치게 비밀주의를 고집해 뒤늦게 이해 당사자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의 강한 비난과 문제 제기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같은 일이 반복되면 정부에 대한 불신만 더욱 깊어질 뿐이다.

헌법 제1조를 보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돼있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민낯은 민주 공화국이 아니라 갈등 공화국이다. 갈등 공화국이라는 타이틀로는 진정한 선진국 대접을 받기 어렵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방도 옳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보는 것, 불교의 화쟁(和諍)정신을 실천하는 노력부터 우선 해보기를 제안한다. 철학자인 조성택 고려대 교수는 이를 두고 "너도 옳고 나도 옳지만 둘이 합쳐서 더 큰 옮음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왕도는 될 수 없을지라도 출발점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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