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되면 기획재정부 기자실 여기저기서는 한숨이 터져나온다. 정책발표 시즌이기 때문이다. 6월부터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9월까지는 기재부도,기재부를 출입하는 기자들도 각종 정책에 함몰돼야 한다. 그도 그럴것이 최근들어 불과 한달도 안돼 정부가 쏟아낸 정책만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서비스경제발전전략" " 투자활성화대책".. 그야말로 일주일에 한번 꼴로 굵직한 국가경제정책들이 발표됐다. 정책을 만들어 내야하는 공무원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고충을 호소하지만, 기자의 입장에서만 보면 하나의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일정브리핑에 배경브리핑,합동브리핑에 기사쓰랴. 브리핑 쫓아다니랴.업무보고하랴.또 장관 브리핑은 항상 서울청사에 하는 이원화된 시스템으로 서울과 세종을 오락가락 하랴.. 온전한 정신 차리기가 힘든 지경이다. 발표되는 자료들만 봐도 100페이지가 넘는다. 인력이 많은 언론사야 그렇다치지만 한,두명의 적은 인력으로 감당해야 하는 기자들은 죽을 맛이다. 분석이고 전문성이고를 논하기 앞서 그야말로 하루살이 인생이 돼버린다. 어쩌면 이런 “정책 몰아치기”가 각종 비판을 피해가려는 고도의 전략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나치다.

   피로도를 더 높이는 건 정책의 진정성이고 실효성이다. 최근들어 발표된 경제정책만 7건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제목만 바뀌었지 중복되는 정책들이 상당수고,이전에 이미 발표된 것들과 그다지 차이가 없다. 이미 발표된 “하반기정책방향”에 다 담아도 될 내용들이다. 7일 발표된 투자활성화 대책도 그렇다. 기업의 벤처지원때 세액공제를 해주는 방안은 “하반기경제정책방향”에서 이미 다뤘다. 이 내용은 7월말에 있을 세법개정안에 또 담길 예정이다. ‘에너지 환경,신산업“ 분야 투자도 이미 지난 5일 ‘에너지 신산업 규제개혁 종합대책“때 이미 발표된 것이다. 굳이 새로운 것을 든다면 ”할랄,코셔산업“ 육성과 ”반려동물 산업“ 육성 등인데, 과연 대통령이 주재하는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또 장관들이 합동브리핑까지 열어 국민들에게 발표할 만큼 거시경제정책차원에서 무게감이 있는 내용인가에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우리 경제가 언제 좋았던 적이 있습니까? ” 한 기재부 고위공무원의 자조적인 말이 생각난다. 그렇다면 역으로 “안좋은 상태가 지속돼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말인가” 되묻고 싶다.

  경기악순환이 거듭되는 동안에 정말 무수히 많은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정책들이 내세운 장밋빛 전망대로 라면 우리 경제는 어느정도 탄탄한 궤도에 올라섰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경제상황은 계속 녹록치 않고 세계 경제 악재까지 겹쳐 당분간은 더 나빠질 일만 남은 듯하다. 그렇다면 그렇게 쏟아낸 정책은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이 있어야 한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이 여파가 국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지는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경기부양책과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정도는 정부가 애써서 설명하지 않아도 국민들은 다 안다.

어려운 경제여건 극복을 위해 국민들은 뭉칠 준비가 돼 있다. 그런데 정부가 아직 방향키를 제대로 잡고 있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세종에 고립돼 있다보니 세상물정에서 멀어지고 사고도 경직돼 간다”,“정부부처 공무원들의 경쟁력이 떨어져 가는 것 같다”는 몇몇 정부부처 공무원들의 우스갯소리가 합리화될까 적지않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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