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적금과 증권 펀드 등 여러 금융 상품을 통장 하나로 관리할 수 있다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기사가 얼마 전까지 경제 뉴스를 가득 채웠었죠.

여러 기사가 있었지만, ‘불완전 판매’ 우려가 있다는 기사도 쏟아졌습니다. 그 때마다 금융당국은 “미스터리 쇼핑을 강화해서 불완전 판매를 막겠다”는 대답을 반복하곤 했습니다. 지금도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금융당국은 ISA 관련 브리핑을 하거나 보도자료를 낼 때마다 미스터리 쇼핑을 언급합니다.

불완전 판매라는 단어가 생소할 수 있는데요. 훨씬 쉬운 단어로 바꿀 수 있습니다. ‘묻지 마 식 판매’입니다.

친척이나 친구, 지인의 권유에 못 이겨 보험 상품에 가입해본 적이 있나요? 이 때, 어떤 상품에 가입함으로써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꼼꼼히 따져보시나요? 원론적으로는 따져보는 게 맞겠습니다만, 대부분 “아유, 그래. 네가 하도 부탁하니, 네 얼굴 봐서 하나 ‘팔아 준다’”고 많이들 받아들이실 겁니다. 어차피 보험모집인 얼굴 보고 팔아 주는 것이니, 어떤 상품인지, 내용이 뭔지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상품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 채 덜컥 가입해버리는 것. 네. 그게 불완전 판매이며 묻지 마 식 판매인 겁니다.

문제는 ISA도 그런 식의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각 은행들이 자사 임직원에게 판매를 독려하면, 임직원 입장에선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거든요. 임직원들은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불완전판매로 이어지게 되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각 금융사의 영업 방식에는 간섭하지 않겠다”, “일반 고객인 척하고 금융사 영업점을 찾아가 판매 실태를 점검하는 미스터리 쇼핑을 강화해 불완전 판매를 막겠다”는 답답한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제가 취재한 실제 사례를 예로 들어볼까요. X 씨는 A 은행 서울시내 한 지점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가 근무하는 지점은 한 기업체 사옥 1층에 입주해있는데요. “이 회사 직원들을 공략해 ISA 판매 실적을 올려야겠다”고 결심한 X 씨는 곧 그 결심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ISA는 1인당 한 계좌씩만 만들 수 있는데, 이미 B은행 직원이 와서 이 회사를 싹쓸이해갔다는 겁니다.

황당한 건, 그 회사를 싹쓸이한 B은행 직원은 서울시내도 아닌 경기도 부천시 소재 영업점 소속이었다는 겁니다. 서울시내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직장 근처 영업점을 놔두고, ISA 가입을 위해 굳이 부천까지 찾아갈 리는 만무합니다. 그 회사 직원들은 B은행 영업점에 발 한 번 딛지도 않은 채, 덜컥 가입해버린 겁니다.

물론 B은행 직원이 방문 가입 신청을 받으면서, ISA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고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가입시켰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묻지 마 식 가입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요?

미스터리 쇼핑을 강화하겠다고 호언장담하지만, 불완전 판매는 이처럼 금융사 영업점이 아닌 외부에서 발생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감시해서 막겠다는 걸까요? 영업점 내부를 아무리 서성거려도 이런 건 적발하지 못할 텐데요.

금융당국은 “각 금융사의 영업 방식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 이런 영업 방식이 정말 문제없다고 보는 걸까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매우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뒤, 경제 · 금융 분야에서 오랜 기간 근무해 온 엘리트들로 구성된 집단입니다. 저 같은 비전문가의 눈에도 문제점이 보이는데, 이 분들은 못 보는 걸까요, 안 보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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