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다. 기자에게는 하루에도 몇 통씩 누구를 찍어달라는 문자메시지와 전화가 걸려온다. 지인들도 이런 전화를 하루에 몇 통씩 받는다고 하니 가히 '사회적 공해'이자 '자원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선거 이후 패배한 후보들이 부정 선거라면서 고소ㆍ고발하기에 딱 좋은 건이다. 아울러 그만큼 개인정보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유출됐다는 얘기도 되겠다.

개인정보범죄정보합동수사단 손영배 단장은 기자에게  "이 또한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걸려오는 전화나 문자메시지가 아니냐"면서 개인정보 유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부장 검사인 그가 경품 행사를 미끼로 개인정보를 수집해 보험사에 팔아넘긴 홈플러스 재판에 직접 들어가는 이유다.

"주임 검사(평검사) 때 재판장에 들어가면 그렇게 외로울 수가 없어요. 게다가 저 쪽(홈플러스)은 김앤장 변호사 7, 8명이 변호를 하잖아요?"

손 단장은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 422호 법정에서 평검사 대신 나서 1시간 가까이 직접 프레젠테이션을해 화제가 됐다. 당시 피고인과 변호를 맡은 김앤장 측도 적잖이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손 단장은 "홈플러스는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팔아 넘기려는 '목적'을 갖고 경품행사를 하고, 231억원의 이득을 봐놓고도 1mm글씨로 안내를 했기 때문에 고객들을 속인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며 "이들에게 책임을 물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1심 재판부는 '1mm 크기의 글자를 읽을 수 없지 않다'면서 안내 의무를 다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비단 글자가 얼마나 크고 작고의 문제가 아니다. 홈플러스라는 '유통 공룡'이 보험사에게 개인정보를 넘기겠다는 계약을 했고, 경품 행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고객들로 하여금 경품 행사 응모와 전혀 관계도 없는 '생년월일'과 '자녀 수' 등 갖은 개인정보를 기입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고객들에게는 1mm의 글자로 "마케팅에 활용될 수 있다"는 '고지의 의무'를 다하고서(?) 말이다.

최근 몇 년간 각 업체마다 무슨 혜택을 준다, 포인트를 쌓는다는 명목으로 회원가입을 권유하는 곳이 급증했다. 마치 그 카드가 없으면 계산할 때마다 손해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하나 둘씩 가입하다 보니 기자의 정보는 이제 '개인정보'가 아니라 '공유정보'가 되고 말았다.

이렇게 모인 수없는 개인정보를 갖고 있는 기업들이 '법망을 피해' 그것들을 팔아넘긴다고 상상해보자. 어떤 범죄에 악용될지 모를 일이다. 날로 피해 건수와 액수가 급증하는 보이스피싱도 결국 개인정보 유출로부터 시작되는 것 아닌가. 나도 모르게 팔려나간 정보가 어떤 범죄에 악용될지 모를 일이다. 그런 점에서 개인정보를 팔아넘긴 홈플러스에 대한 판결은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실로 막대하다.

홈플러스 사건에 대한 다음 공판은 5월 4일이다. 그 날은 홈플러스 측도 PPT자료를 준비해 반박하겠다고 하니 잘 들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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