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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국과 Zen 그리고 문경
홍진호 기자 | 승인 2016.03.27 21:11

13년 만에 다시 찾은 뉴욕 타임스퀘어는 너무나 아찔했다. 열흘 동안 공기 좋고 경치 좋은 미국 산간지역의 명상센터만을 다니다가 도시로 하산을 해서일까? TV로 익히 보아 왔던 곳인데 실제 그 곳을 두 발로 서니, 묘한 전율이 몸을 감쌌다. 내가 예전에 이곳을 와 보았던가? 지구가 아닌 듯, 사람을 압도하는 건물과 다양한 색깔의 사람들, 세상의 온갖 재화가 이곳에 모인 듯한 착각에 빠져 들었다. 왜 뉴욕을 세계 경제의 수도라 하고, 런던, 파리와 함께 세계 3대 도시로 손꼽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 졌다.

필자는 문경 세계명상마을 조성을 위한 조계종 선원수좌복지회의 미국 명상센터 답사를 지난 10일부터 20일까지 9박 11일 동안 동행 취재했다.

2003년, 28살 때 조계종 출입기자단 연수의 일환으로 미국 LA와 뉴욕을 10일간 방문한 이후, 13년 만에 다시 찾은 미국의 인상은 그때보다 강렬했다. 쉼 없이 돌아 본 미국 명상센터에 대한 감회는 아직도 소화시키지 못한 밥처럼 머릿속을 맴돈다.

이번 미국 명상센터 답사는 태평양을 건너 LA와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뉴욕까지 미국의 서부와 동부를 가로지르는 대장정이었다. 답사단은 미국 국내선 시간을 맞추기 위해 때로는 공항에서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면서 촘촘하게 움직인 결과 약 10군데의 미국 명상센터를 답사하고, 7군데의 한인사찰을 방문할 수 있었다.

이번 방문을 통해 확인한 것은 미국에서 이제 불교와 명상은 종교와 수행을 넘어 힐링을 위한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다.

미국에서 불교와 명상이 급속하게 확산된 때는 1960년대 이었다. 1930년대 대공항을 힘겹게 극복한 미국은 1차 세계대전을 지나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독보적인 물질적 풍요를 누렸다. 세계 곳곳이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잿더미로 변해 버렸을 때 미국 본토는 거의 온전히 보존되었고, 전후 복구 과정에서 미국은 최강대국으로 변신했다.

1950년대 미국은 풍요와 꿈의 나라였다. 전 세계가 미국을 주목했고 헐리우드는 꿈의 공장으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가 너무 넘쳤던 것일까, 1960년대 미국에서는 화려하게 꽃을 피운 미국의 소비자본주의에 대한 반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풍요의 이면에 드리워진 사회적 어둠에 미국의 젊은이들은 분노하고 절망하며, 정신적 탈출구를 원했다.

긴 머리에 샌들 하나를 싣고 자유와 평화, 자연을 외쳤던 히피 문화는 곪을 대로 곪았던 물질문명을 타개하기 위한 몸부림 이었다. 이러한 시대적 조류 속에 동양의 낯선 사상 불교와 명상은 미국을 광풍처럼 휩쓸었다. 일본의 ‘선’ Zen은 사회 곳곳에 심플하고 창조적인, 혁신의 문화 아이콘이 되었다.

그러나 정작 수행으로서의 선은 1960년대 일본에서 건너온 한 스님에 의해서 본격화 됐다. 그는 바로 일본 조동종 스즈키 순류 스님이다. 스님은 1959년 세수 55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비트선이 주류였던 샌프란시스코에 좌선을 행하는 정통 선불교를 전했다.

스즈끼 순류 스님은 도심사원으로 잘 알려진 시티센터 조성에 앞서 1967년 빅서 근처에 타사하라 젠 센터를 열었는데, 이곳이 서양에 세워진 아시아 최초의 불교선원이다.

애플의 창업자인 故스티브 잡스도 스즈끼 순류스님이 쓴 ‘선심초심’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잡스는 사업이 성공해 막대한 부를 이룬 후에도 “나에게 필요한 것은 한 잔의 차와 조명, 그리고 스테레오뿐이다.”라는 글과 함께 단촐 하게 꾸민, 마치 선방과도 같은 집안 사진을 공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미국 내에서 불교신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2014년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의하면 미국 내 불교신자는 357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2%라는 통계가 있다. 2010년에 행해진 또 다른 조사에서는 600만 명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최소 300만 명 이상 평균 500만 명이라는 추정이 가능한데, 여기에 명상인구를 더하면 1000만 명이 넘을 것이란 추산도 있다. 하지만 종교로서의 불교보다, 명상의 종교로서의 불교의 위상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불교는 명상이라는 형태로 현지화를 거쳐 이미 주류의 문화가 됐고 그 영향력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물질과 정신은 사실 동전의 앞뒤와 같다. 물질문명이 흥할수록 정신문화에 대한 갈증은 더욱 절실하다. 미국에서 불교의 확산은 지식인, 이른바 물질적 부를 어느 정도 이룬 이들 사이에서 급속히 확산됐다. 물속에 있으면서 여전히 갈증을 느끼는 현대사회 탐욕을 달래줄 유일한 해결책이 정신문화 즉 명상이고, 그 가르침을 미국인들은 불교에서 찾았다.

필자가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아찔함을 느낀 것은 어쩌면 하나의 나라에 극단의 장소와 가치가 공존하는 미국의 저력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사람 하나 안 보이는 시골 길을 한참 달려 도착한 명상센터에서 묵언수행을 하며 내면의 자기와 싸우는 사람들만을 보다가, 색색깔의 화려함을 뽐내며 질주하는 첨단 자본주의 국가로서의 미국을 마지막날 보아서가 아닐까?

아니면 달나라에 인류 최초의 발자국을 남기고, 인터넷을 발명한 미국이 물질문명의 발원지로써 세계로 뻗어나간 이면에는 넓은 미국 대륙 곳곳에서 정신문화에 대한 갈증과 열망을 달래준 명상센터가 있었기 때문임을 뒤늦게 자각했기 때문이었을까?

이번 미국 명상센터 답사를 계기로 국내에서는 문경에 조성될 세계명상마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첫 째는 중진급 이상의 선원장 스님들로 구성 돼, 수좌스님들의 복지에 힘써왔던 수좌복지회가 명상마을 추진의 주체라는 점이다.

둘째는 장소인데, 부처님오신날을 제외하고는 산문을 폐쇄하고 정진하는 봉암사 인근에 국내외 재가자들을 위한 현대적 명상시설이 건립된다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숭유억불의 조선시대와 외래의 핍박을 받으면서도 지켜 낸 한국불교의 수행전통이 문경 세계명상마을 조성을 계기로 세계인을 향해 어떻게 어필하고 꽃 피우게 될지 기대가 모아진다.

특히 세계인들이 문경에 들러 한국의 깊고 깊은 정신문화를 체험하게 될 그날이 기다려진다.

물질적으로 우리나라 서울 강남이 뉴욕 타임스퀘어 만큼 번성하지 못할지라도, 정신문화에 있어서 만큼은 문경 세계명상마을이 미국 명상센터를 압도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홍진호 기자  jino413@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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