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사법시험 폐지를 앞두고 ‘사법시험 존치’에 대한 논란이 지난해 연말 뜨거웠다. 사실 사법시험 폐지에 대한 찬반 논란은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법무부가 2015년 12월 3일 돌연 사법시험 제도를 2021년까지 4년간 폐지를 유예하고 보완하는 방안을 마련해 제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로스쿨 재학생들이 집단자퇴를 하는 등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법무부는 입장을 내놓은 바로 다음날 사시폐지 유예는 최종결정이 아니라며 입장을 번복했지만, 이미 일어난 성난 파도를 잠재우기는 역부족이었다. 학생들은 학교가 아닌 거리로 나와 시위를 시작했고, 사시 폐지를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충돌은 점점 거세졌다.

이 사태를 지켜보면서 문든 2005년 첫 신입생을 받은 의학전문대학원이 떠올랐다. 2009년 전국 41개 의대 중 27개 대학이 의전원 체제를 도입했고, 2011년에는 36개 대학이 의대 학제를 선택하면서 병행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2017학년도에 이화여대와 조선대 등 15개 대학이 의·치의학 전문대학원 체제에서 의·치대로 전환을 예고하는 등 사실상 이 제도도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의전원 문제는 ‘사법시험’처럼 의사가 바로 될 수 있는 ‘의학시험’이라는 제도 자체가 없고, 여전히 운영은 되고 있으니 특별한 논란이 없었는데, 도입 취지와 정황 등을 놓고 볼 때 로스쿨과 완전히 다르다고 볼 수는 없겠다. 그런데 왜 유독 로스쿨만 뜨거운 감자가 될까? 분명 의전원 학비도 로스쿨 못지 않게 비싸고, 입학전형과정도 불투명한데 말이다. 있는 집 자식이 의사가 되는건 괜찮고, 변호사로 활동하는건 싫다는건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쨌든 사법시험 폐지를 반대하는 쪽은 학력이나 나이, 경제적 이유 등으로 로스쿨에 진학할 수 없는 사람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찬성하는 쪽에서는 사법시험의 대안으로 로스쿨이 설립된 만큼 로스쿨을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사법시험을 존치하려고 하는 것은 사시 출신자들의 기득권 지키기라고 비난하고 있다. 과연 누구의 말이 옳을까? 옳고 그름을 떠나 양쪽 모두 정말 진심으로 우리나라 법조계의 발전을 바라고는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에만 혈안이 된건 아닌지 스스로부터 돌아봐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싶다. 어느 제도나 장점과 단점은 있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시행 전 심도 깊은 검증과 논의를 거쳐야겠고, 시행 된 이후에는 단점을 보완하는데 초점을 맞춰야한다. 고비용과 입학전형과정의 불투명성, 선발기준의 불명확성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면, 그것을 불식시킬 수 있는 대안이 없는지부터 고민해야 겠다. 사시 존치에 대한 찬반 논란이 가열되면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등 사시 폐지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등록금을 인하하고 다양한 장학금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올해 1학기 등록금은 모두 동결됐다. 다음 학기부터 등록금을 15% 인하하겠다고 입장을 내놓았는데, 지난해 공개적으로 한 등록금 인하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는데, 잠시 논란만 피하면 된다고 생각한건 아닐런지.

현재 지역에 있는 로스쿨에 다니고 있는 재학생은 지난해 사시 존치 논란이 한창일 때 의학전문대학원을 갔어야 했다고 후회스럽다는 말을 했다.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를 법조인으로 양성하자는 도입 취지와 다르게 사시 준비를 했거나 학부 때 법을 전공하지 않아 학교 수업조차 따라가기 버거운데, 이 문제까지 더해지니 감당하기 버겁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학생은 의전원 분위기는 매 학기 치러지는 시험에 같이 통과해서 재수강만 하지 말자는 소위 함께 잘해보자는 분위기인데 로스쿨은 시험시간도 일부러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등 치사하기 짝이 없는 행태가 벌어진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과연 사시 폐지를 찬성하는 측이든, 반대하든 이 같은 학생들의 고충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을까?

사시가 폐지되면 로스쿨은 법조인이 되는 유일한 통로가 된다. 그렇게 되면 로스쿨이 설치된 25개 대학은 막대한 특혜를 누리게 될텐데, 과연 유일한 통로로써 제 역할을 할 준비가 됐는지는 의문스럽다. 특히 로스쿨 도입 당시 각 대학마다 고유한 특성화·전문화 과정을 거치도록 했는데, 제대로 운영하는 곳이 몇 곳이나 될까? 자신들이 내걸었던 특성화.전문화 수업을 타 대학보다 몇 개 더 개설하는데 만족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음달 4.13 총선이 끝나고 국회 상임위원회가 꾸려지면, 법사위 소속된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사법시험은 경제적 약자와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희망의 사다리'이기 때문에 존치되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그러면 또 사시존치를 놓고 찬반 논란이 거세지다, 전과 같은 상황 전개가 되풀이 될게 뻔한데, 지난달 치러진 사법시험이 과연 마지막 시험이 될지는 두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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