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TV 개그 프로그램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개그콘서트’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들 한다. ‘개그콘서트’는 지난 2천년대 초중반 갖가지 유행어를 만들어내면서 시청률 30%를 넘나들던 기세는 사라지고 지금은 시청률 10%대 유지를 걱정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직장인들은 일요일 밤마다 TV 앞에서 ‘개그콘서트’를 보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삼아왔다. 월요일 출근을 앞둔 심란한 마음을 달래고 축 저진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보약 같은 존재가 바로 개그콘서트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개그콘서트가 과거보다 재미가 없다느니, 웃음을 유발하는 패턴이 단조롭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공개 코미디 형식이 이제는 식상하다는 의견들도 고개를 들고 있다. 물론 개그맨들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늘 새로운 것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욕구를 100% 채워주는 일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개그콘서트를 비롯해 각종 코미디 프로그램들의 인기가 예전같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 대중들의 기호에 맞는 소재와 아이디어 발굴이 부족하다거나 시대의 유행이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측면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그 프로그램이 잘 먹히지 않는 배경에는 갈수록 웃음기를 잃어가는 사회 분위기도 한 몫하고 있다고 본다. 웬만한 개그나 코미디에도 잘 웃지 않을 정도로 우리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는 얘기다.

아침 출근길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만나는 사람들, 길거리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는 이들의 표정에서는 고단함과 삶에 지친 무기력함이 잔뜩 묻어난다. 저녁 술자리에서 만나는 이들은 하나같이 팍팍한 삶의 무게로 인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세상은 넓은데 할 일은 없다는 청년 백수들, 주위에 돌보는 이 없이 끼니 걱정하며 살아가는 어르신들, 비정규직과 임금피크제의 굴레 속에 허덕이는 근로자들,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밥그룻 싸움만 하는 여야 정치권, 북한의 핵 위협과 주변 강대국의 틈 바구니에 끼여있는 우리 정부 등등...어느 것 하나 웃을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사실 우리 민족은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 추는 것을 좋아하고 매사에 낙천적인 국민성을 지니고 있다. 웃음을 잃은 대한민국은 그래서 어울리지 않는다. 삶이 힘들고 슬퍼도, 황금같은 설 연휴가 다 끝나도 모두들 웃음으로 이겨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그저 헛 웃음만 강요하는 것 같아 웬지 씁쓸하기만 하다.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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