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열 경인한의원 원장의 20년 암투병 극복기

 

●  BBS 부산 ‘찾아가는 라디오(12월12일)’
   (부산FM 89.9Mh 창원FM 89.5Mh/ 16:05~16:40)
● 코너명 : 특별기획 ‘암 그렇고 말고’
● 진  행 : 박찬민 기자
● 출  연 : 박태열 경인한의원 원장(부산시한의사회 한방의료관광연맹 회장

(앵커멘트)찾아가는 라디오, 다음은 특별기획 ‘암 그렇고 말고’ 시간입니다. 오늘도 부산 사하구 다대동에서 경인한의원을 운영하고 계신 박태열 원장님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박태열 원장님은 30대 초반에 방광암 선고를 받은 뒤, 20여 년 동안 14번의 수술과 한방치료를 병행하면서, 힘겨운 투병 끝에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살고 계신 분입니다.
박태열 원장님 안녕하세요? (네,안녕하세요. 박태열원장입니다.)
 
지난 주에는 투병중에서도 한의원을 운영하신 이야기를 나누다가, 난치병인 '역류식도염' 관련 이야기로 끝을 맺었는데요. 오늘도 질문을 조금 이어가보고 싶습니다.

 
 
질문1) 최근에는 병이 생기기 이전에 예방하는 면역요법에 관한 연구가 한창인데요, 암이나 중풍과 같은 난치성 질병들을 예방하기 위해 미리 면역을 증진시키는 방법 같은 것은 없습니까.?

-인체는 면역계가 있기 때문에 건강을 유지하는 것인데요, 여러 종류의 면역세포들은 자신의 정상세포 또는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서 먼저 병균과 정상세포를 구별합니다. 그 다음에 몸으로 침입한 바이러스나 기생충 또는 암세포 같은 것을 탐지해서 잡아먹거나 파괴합니다.
인체면역계는 크게 선천면역반응과 병을 앓은 다음에 자연히 만들어지거나 예방주사를 맞고 생기는 후천면역반응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생화학적으로 매우 복잡한 기전으로 면역작용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특히 암과 관련하여 면역요법이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요, 면역세포의 수를 늘리거나 활동력을 증진시켜 암의 예방과 치료에 응용하고 있습니다. 한의학의 원전인 황제내경 소문, 평열병론에는 <사기소주기기필허>라는 명언이 있는데요. 이 말을 그대로 풀어보면 병이 든 곳의 기는 반드시 허 하다로 해석이 됩니다. 이 말은 기가 허하면 병이 생기니 항상 기를 충만하게 해서 병을 예방하라는 뜻이 됩니다. 또 동의보감, 신형편에 <허심합도>라는 말이 있는데,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텅 비우는 것이 도에 부합하는 것이라 하여 마음수양이 양생의 법도라고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일상생활에서 실천인데요, 과로와 스트레스를 줄이고 잠을 충분히 자며 적당한 운동과 매사를 즐거운 마음으로 임한다면 면역은 충만해질 것입니다.

그 외도 자신의 체질에 맞는 식이를 하고 제철음식을 적당히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런 것이 늘 최상의 방법이긴 하지만, 만약 그것을 지키기 어렵거나 환자의 경우라면 차선책으로 면역증진작용이 있는 한약이나 약침, 뜸, 침으로 치료할 수도 있습니다.

질문2) 한방에서는. 그러면, 면역증진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한방에서 면역은 오장육부와 경락이라는 체계에 의해 생성되고 운송되며 조절되는데요, 이전에도 설명을 드린바와 같이 오장육부는 기혈의 생성과 조절작용을 하고, 경락은 인체의 기운과 혈액순환의 통로가 됩니다. 최근연구에서는 경락을 통해서 암이 전이를 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는데요, 이 경락은 한의학의 근본 이론 중의 하나지만 그동안 그 실체가 밝혀지지 않고 수천 년 동안 전해 내려오다가 1960년대 초반에 북한의 과학자 김봉한에 의해서 최초로 그 실체가 발표되었습니다. 그 발표가 있은 뒤에 세계 과학자들은 인체에 혈액순환계와 임파순환계 이외에 제3의 순환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김봉한 과학자의 연구 성과에 대해 제3의 장소에서 재현을 요청했지만 그분은 나오지 않았고 그의 연구결과는 재현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생체실험을 한 것이다거나 연구가 조작된 것이다 등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 초반에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물리학부 소광섭 교수에 의해서 한의학이론의 기초가 되는 경락의 존재 사실이 특수 염색법을 이용해서 완벽히 증명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경락의 기능도 일부 밝혀졌는데요, 한의학에서 말하는 경락의 역할들이 속속 입증되고 있습니다. 한방에서는 경락의 실체가 밝혀지기 이전부터 경락을 이용해서 질병을 치료해왔는데요, 침이나 뜸, 부항, 한약으로 경락을 조절하고 면역을 조절합니다.

경락을 침이나 뜸으로 직접 자극하는 것 외에도 오장육부의 상생상극관계나 사상체질에 따라 환자의 증상을 잘 구별해서 치료하면 오장육부를 조절하고 면역기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면역증진에 사용하는 한약은 매우 다양한데요,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것으로는 공신단, 십전대보탕, 녹용대보탕, 보중익기탕, 육미지황탕, 경옥고, 연령고본단 같은 귀에 익은 약들이 있습니다. 이런 약들을 체질과 증상에 따라 몸에 맞게 잘 구별하여 사용하면 면역증진에 도움이 됩니다.
 
질문3) 물론, 암이나 질병에 걸렸을 때도, 면역증진이 필요할텐데요. 원장님께서 암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면역증진 어떻게 하셨는지요.

-저는 암과 투병할 때 여러 번 재발이 되었는데요, 재발이 되더라도 어떤 형태든지 면역항암요법은 계속 유지했습니다. 철저한 체질식이요법과 운동, 명상 등 생활방식뿐만 아니라 면역을 증진하는 한약도 꾸준히 복용했습니다. 이전에도 소개해 드렸지만 쌀이 한 톨도 섞이지 않은 밥을 짓고 파, 마늘, 양파, 고추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반찬을 만들어 먹는 철저한 체질식이요법을 했습니다.

운동도 했는데요, 한꺼번에 몰아서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 효과가 있습니다. 저는 헬스장에 가거나 무슨 특별한 운동을 하기 보다는 걷기를 했습니다. 거의 매일 4Km를 걷고, 주말에는 7~8Km를 걸었습니다. 좀 빠른 걸음으로 약간 숨이 찰 정도의 속도로 걸었는데요, 하체도 튼튼해지고 심폐기능도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첫 수술을 한 이후로 검사를 위해 약을 먹지 말아야하는 경우나 수술을 위해 금식을 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빠뜨리지 않고 계속 한약을 복용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한약을 그렇게 장기간복용하면 간이 나빠지지 않느냐고 질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약이 간을 나쁘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체질과 증상에 맞게 적절한 처방을 하면 한약은 간을 나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면역을 높여주고 병을 치료하기도 합니다.

 
▲ 박태열 경인한의원장
질문4) 그리고, 암 극복과정에서의 면역증진 효과, 어땠는지요.

-제가 암을 투병하면서 화학요법과 방사선요법을 했습니다. 그 치료를 받고나자 그야말로 그로키상태가 되었는데요, 극심한 전신피로와 함께 어지러워서 핑핑 돌고 입안이 헐고 식욕이 떨어졌습니다. 매사가 귀찮고 짜증이 늘고 힘이 없어서 목소리도 작아졌습니다.

 그때 제가 했던 면역요법은 한의치료를 하면서 체질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했는데요, 그렇게 하면서 수술 후에 약 한 달 동안 멎지 않았던 출혈도 그치고 통증도 사라졌으며 차츰 건강이 회복되어서 나중에는 몸이 날아갈 듯이 가벼워졌습니다.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치료 때문에 생긴 후유증과 합병증의 회복시간을 단축시키고 정상컨디션으로 빨리 회복되었습니다. 몸이 회복되니까 자신감도 붙고 삶의 희망도 생겼습니다. 그래서 한의사로서 진료에도 빨리 복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저의 경험을 말씀 드린 것이지만, 최근 외국에서 연구된 자료에도 비슷한 결과가 있습니다. 미국의 MD-앤드슨병원에서 적용하고 있는 통합의학 치료나 그 외 유럽의 대학병원에서 연구된 자료를 보더라도 암환자에게 양방치료와 병행한 한방면역요법은 양방치료의 부작용이나 후유증을 빨리 회복시키고 수명을 연장하며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분명한 결과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하루빨리 양의치료와 한의치료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협력체계가 바탕이 된 통합의학적 치료가 방광암의 보편적인 치료로 자리 잡게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질문5) 특히, 최근에는 질병예방과 피로회복에 좋은 '공신단'에 관한 말들이 많습니다. 보통 ‘공진단’이라고 더 많이 알려진 '공신단'은 정확히 어떤 것을 말하는 겁니까.

-한방 보약 중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봤을 정도로 보약중의 으뜸 보약이 공신단 입니다. 면역증진, 피로회복, 허약 체질 개선, 노화방지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비싸지만 인기가 높아서 늘 건강효도 선물 랭킹 상위에 꼽히고, 각종 TV 프로그램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오늘은 공신단에 대해서 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요즘 세간에서 <공진단>으로 통용되고 있는 한방보약은 <공신단>이 올바른 표현입니다. 공신단의 유래는 14세기 중국 원나라 시대 위역림이라는 명의가 저술한 의서 '세의득효방'에 처음 기재되어있는데 황제에게 진상된 '황제의 보약'으로 유명하죠. 동의보감에는 공신단이 '원기를 튼튼하게 하여 오장이 절로 조화되고 백 가지 병이 생기지 않는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공신단>에서 공(拱)은 공손하게 두 손을 마주잡는다는 뜻이고, 신(辰)은 지구 자전의 중심축과 닿아있는 뭇 별들의 중심인 북극성을 가리킵니다. 지구자전의 영향으로 뭇별들이 북극성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뭇별의 중심으로 표현했던 것이죠.

왜 <신>이 북극성이냐 하면 천자문 둘째 구절에 일월성신이라 하여 신(辰)자가 나옵니다. 이때 일월이 해와 달을 가리키면서 음양의 대비를 나타내듯이 성신도 대비적 의미가 있습니다. <성>이 북극성이외의 뭇별을 나타낸다면 <신>은 거대한 뭇별들의 중심인 북극성을 말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신>이라는 한자는 두 가지 발음이 있는데요, 별이라는 의미로 사용될 때는 <신>으로 읽고 십이 지지에서 용을 뜻하는 간지로 사용할 때는 <진>으로 발음합니다. 공신의 사전적 의미는 '뭇별이 북극성을 향한다는 뜻으로 사방의 백성이 천자의 덕에 귀의하여 복종한다'인데요.

공신의 이런 의미는 이 처방을 만든 중국 원나라 때 명의 위역림이 황제에게 진상한 보약의 의미와도 맞아떨어집니다. 공신단은 애초 일반인이 아닌 황제의 건강 증진용으로 만들어진 처방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신단을 읽을 때는 <공진단>이 아니라 <공신단>이 올바른 표현이 됩니다.
공신단을 공진단으로 읽게 된 이유는 공신단의 처방이 수록된 책을 출판할 때 처방이름에 한글발음을 달면서 일부에서 공진단으로 잘못 붙인 이름을 그대로 읽으면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이 유력합니다.

공신단에 쓰이는 약재는 녹용과 사향, 산수유 이외에도 환자의 체질과 증상에 따라 효과를 상승시키기 위해서 조금씩 가미하여 만들기도 합니다. 이들을 가루로 만들어 꿀로 반죽한 뒤 둥글게 뭉쳐 환(丸)으로 만듭니다. 공진단에 가장 중요한 약재는 사향인데요, 사향노루 수컷의 배꼽 아래에 있는 향낭인 사향은 무스크 향을 함유하고 있어서 향수로도 많이 사용되고, 남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며 혈액 순환 등에 효과가 있어서 중풍, 실신에 사용하는 우황청심원 등 구급 처방에도 쓰입니다. 그런데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대상 품목이어서 수입 제한이 있고 식약청의 허가 대상이기 때문에 비싸기도 하거니와 구하기도 어렵죠.
 
질문6) 그리고, 복용방법이라든지, 효과 같은 것에 대해서도 설명을 한번 주시죠.

-공신단은 최근 대전대학교 손창규 교수팀에서 연구한 논문에서 인내력을 증가시키고 스트레스호르몬을 감소시켜서 지구력과 인내력을 증가시키고, 뇌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여 항노화작용을 하며, 세포내 활성산소를 낮춰주고 염증수치를 줄여주어서 만성피로와 병후 회복을 돕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공신단은 만성피로를 회복하고 남성의 활력을 주며 근육이 힘이 빠지는 무력증이나 간장기능을 좋게 해주어서 잦은 음주로 숙취회복이 잘 안 되는 경우, 무기력하고 전신의 여기저기가 아픈 여성분들에게 좋은 약이 됩니다. 또 피부에 맛사지를 하면 항노화작용을 나타내기 때문에 이것을 이용해서 화장품을 만들기도 합니다.

실제로 조선시대 있었던 궁중의 역사기록을 잠깐 소개하자면, <승정원일기>에 이런 기록이 있습니다. 임금님께서 즉위년에 이르러서도 후사가 없자 특단의 대책으로 공신단(拱辰丹)을 처방하였다는 기록이 있는데요, 어의 권성규와 이진성이 "상의 하초(下焦·배꼽 아래 부위) 맥인 척맥(尺脈)이 약하다"고 진단하자 김창집이 무시로 공신단을 복용할 것을 건의합니다. 잇따라 9월 14일에도 하초의 부실함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처방으로 공신단을 추천했습니다. <승정원일기>는 이 모두를 '종사의 경사를 위한 것'이라고 전제하며 '선조들도 큰 효험을 봤다'는 경험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공신단은 후사를 잇기 위한 남성불임 치료제, 정력제로도 활용되었는데요, 공신단의 치료 목표는 수승화강(水升火降)입니다. 말 그대로는 찬 기운은 위로 올리고 열은 아래로 내려서 하초를 따듯하게 한다는 의미지요. 수승화강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한의학적 전문지식이 필요한데요, 좀 더 쉽게 말해서 남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여 남성의 활력을 좋아지게 하고 스트레스도 풀어주어 만성피로를 해소하고 면역증진을 시켜 몸을 조화롭게 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앵커멘트) 네, 오늘은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원장님,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부산 사하구 다대동에서 경인한의원을 운영하고 계신 박태열 원장님이었습니다.


박찬민 기자 / highha@bbs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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