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범죄는 부도덕하지만 성(性) 자체는 부도덕하지 않다" "세상은 나에게 가혹하다"

▲ 연세대 국문학과 마광수 교수
양창욱(이하 양): 24일 '양창욱의 아침저널'[FM 101.9 MHz (서울)] 3부입니다. 목요일 3부는 그립고 보고 싶었던 사람들 만나보는 시간으로 꾸미고 있죠. '목요스페셜 그 사람, 지금' 시간입니다. 오늘은 연세대 국문학과 마광수 교수님 모시고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교수님 나와 계시죠?

마광수(이하 마): 네. 안녕하세요.

양: 아침 일찍 감사드립니다. 요즘 근황이 우선 궁금합니다. 어떻게 지내십니까?

마: 뭐 그냥 학교에 나가고요. 또 글도 쓰고 뭐 제 홈페이지가 있어요. 인터넷에. 그것도 관리하고 가끔 영화도 보고. 애는 없고 하하.

양: 늘 하시던 활동 하고 계시는군요.

마: 네, 아, 그림도 그려요.

양: 그림에 원래 소질이 있으시잖아요?

마: 네, 전시회가 어제 끝났어요.

양: 참, 전시회가 어제 끝났죠. 며칠간 계속됐던 전시회죠?

마: 두 주일 동안 인사동에서 했습니다.

양: 예, 그랬군요.  성황리에 잘 마쳤을 걸로 기대합니다. 그러시군요. 정년이 한 학기 남았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교수님?

마: 네 내년 1학기. 8월 말에 정년이죠.

양: 벌써 정년이시군요. 항상 젊게만 느껴지는데... 네.

마: 네, 뭐 그 안에 학교 안에서 짤렸다 복직됐다 그래서 논 기간도 있어요.

양: 제가 인터뷰 초반인데도 자꾸 조마조마하고 아슬아슬합니다. 하하. 네. 그 연대를, 연세대학교를 입학하시고 거기서 석사 박사를 다 하시고 교수까지 하시면서 그러니깐 계속 연세대에만 계셨던 거죠? 학부 때부터.

마: 네.

양: 그러면 그런 걸로 따지면 40년이 넘으셨네요. 연세대학교와의 인연은...

마: 제가 69학번이니깐 따지면 그렇죠.

양: 네, 그렇군요. 벌써 내년에 정년을 앞두고 계시군요. 1학기이니깐 내년 봄학기에 마치시면 정년이 되는...

마: 네, 내년 1학기까지 네.

양: 근데 제가 보면 교수님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제 성(性)과 관련된 논란이나 이런 것에 익숙하고 많이들 얘기를 듣고 있는데, 교수님께서 박사는 윤동주를 연구하셔서 박사가 되신 거잖아요?

마: 네 그 때는 뭐 박사논문이라는 게 제 맘대로 쓸 수가 없었어요. 지도교수하고 상의해서 그 분의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런 뭐 소외되는 건 쓸 수가 없었죠.

양: 아, 윤동주 연구가 이제 당시 지도교수님하고 여러가지 상의 끝에 나온 그런 거군요. 독자적으로 이제 쓰신 박사논문이...

마: 물론, 처음 선택은 제가 했습니다.

양: 아 처음 선택은 직접 하셨고요? 네.

마: 그 윤동주에 대해서 그 때까지 전체적으로 분석한 논문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처음으로 박사학위도 윤동주로 받았고 또 처음으로 윤동주에 대한 장편 논문을 써서 또 책으로도 나왔습니다.

양: 네 지금까지도 아주 많은 사람들이 검색을 하고 있는 유명한 논문으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에 교수님이 직접 선택을 하셨다고 했는데 왜 윤동주 시인을 선택하셨습니까? 그 때 박사하실 때...

마: 저는 그 혹시 읽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시든 에세이든 소설이든 쉽게 읽히는 문장, 말하자면 뭐 좀 잘난체 하고 이런 글이 아닌 것. 쉬운 문장을 문학의 첫 째 조건으로 꼽아요.

양: 네, 쉽게 읽히는 문장.

마: 요새도 보면 젊은 분들 뭐 큰 상을 탔다 그러는데, 이런 시를 봐도 제가 읽어도 잘 모르겠어요. 무슨 소린지. 윤동주 시대 때는 더 했거든요. 막 어려운 한자를 막 섞어 쓰는 걸 당연한 걸로 여겼고, 그런데 윤동주 시의 특징은 한참 시간이 지나 지금 읽어도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어요. 그렇게 쉬울 뿐 아니라 또 아주 상징적으로 깊이도 있고 다 아시는대로 그 분 애국지사이고 이런 것들이 이제 그 분을 선택하게 했습니다.

양: 그렇군요. 본격적으로 이제 선생님의 최근 신작 얘기도 좀 해 보고 선생님을 둘러싼 여러 논란에 대해서 여쭤 보겠습니다. 권영민 교수가 한국현대문학 대사전이라는 데서 교수님의 문학세계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마광수는 문학의 실제 효용가치를 본능적 욕구의 상상적 대리배설에 있다 전제하고 대리배설로서 카타르시스를 연구하고 몸에 철학, 육체주의등에 주목하고 있다’ 이렇게 평가를 해 놨습니다. 동의하십니까?

마: 네 대충 맞습니다. 학술서에다가 한국에서 유일한 책인데 카타르시스란 무엇인가? 이런 책을 냈고 저는 문학이 무슨 뭐 영혼을 깨우친다거나 뭐 깨달음을 준다거나 이런 형이상하적인 게 아니라 실제적 효용, 실제적으로 뭐 정신의학에서 독서치료라고 하거든요.

양: 독서치료.

마: 네 그래서 책을 읽고 직접 몸과 마음에 효과를 줄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그럴 때 카타르시스를 줘야 된다. 카타르시스라는 건 말하자면 우리 말로 해석하면 대리배설입니다. 그러니깐 그리스말로 그게 설사에요. 설사. 그래서 우리가 이제 오랫동안 변을 못 보면 거기서 찌꺼기가 남아서 아주 큰 변의 원인이 되죠. 그래서 관장도 하고 그러는데 카타르시스가 관장이라는 뜻도 있어요. 그래서 문학이 이제 우리 마음 속에서 축적된 여러가지 억압과 못 이룬 욕망, 이런 걸 대리적으로라도 충족시켜줘야 된다. 그런 쪽으로 제가 주목한 건, 이제 문학을 보면 알겠지만 사랑은 다 나오는데 사랑의 진짜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섹스에 대해선 안 나와요. 하하. 요즘엔 좀 나오지만 예전엔 거의 없죠. 뭐 유명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도 정신적 사랑이고 뭐 로미오와 줄리엣도 그렇고 다 그런데 지금 시대는 뭐 나는 평생을 당신을 정신적으로 사랑했다, 이건 거짓말이거든요. 일단 육체적인 어떤 느낌으로 오죠. 그래서 이제 육체주의라는 말을 제가 만들었고 또 성문학이라는 게 한국에 없어서 처음 했고 또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양: 그러다 보니깐 참 오랜 시절 20년, 30년 가까이 된 논란입니다만, 여전히 성을 둘러싼 퇴폐 외설 논란이 교수님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이거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논란은?

마: 그거 사실은 한국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거에요.

양: 아. 한국이라는 국가이기 때문에?

마: 네. 근데 제가 유럽에만 태어났어도 저는 그렇게 유명해지지도 않았을 것이고 또 이렇게 괴상한 사람으로 찍히지도 않았을 거에요. 우리가 뭐 OECD에 들었다. 경제적으로 유명한 몇 위다, 이러는데 실은 성 문제, 또는 성에 대한 교육, 성교육, 이런 거에 대해선 아주 뒤쳐져 있어요.

양: 아, 우리나라가요?

마: 뒤쳐진 것은 오로지 정부 탓이죠. 예를 들면 저를 잡아간 것도 그렇고. 이게 뭐 세계 최초인데...

양: 세계 최초입니까?

마: 그 전엔 없었는데 가끔 뭐 판매 금지는 시켰어요. 예를 들면 채털린의 부인의 삶 같은 것. 근데 저는 민주화 됐던 시절에 잡아 갔단 말이에요. 이런 것들이 이제 절 아주 특이한 인물로 만들었고 일종의 그 뭐랄까... 악명을 떨치게 만들었지, 제가 쓴 것은 사실 세계적인 어떤 추세에 비춰보면 뭐 아주 당연한 겁니다.

양: 근데 교수님 뭐 이런 시절부터 젊은 시절부터 왜 그렇게 성에 집착을 하세요? 여러가지 문학적 소재가 있지 않습니까?

마: 왜냐면 제가 피부로 느꼈으니깐요. 저 같은 경우는 이제 사춘기 때 아주 괴로웠거든요. 뭐 그 땐 정말 성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고 성 교육은 물론 없었고요. 또 책도 뭐 없고 외국 책 밖에. 그런데 이제 본능은 솟아나고 이럴 때 뭐 아무한테도 그걸 말할 수가 없었고, 저도 뭐 누구나 그 땐 남학생이 하는 자위행위를 하면서 엄청난 죄 의식을 느꼈어요.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깐 물론 다른 문제들도 있어요. 예를 들면, 소설에서 다루는 건 두 가지입니다. 문학에서 다루는 건. 하나는 먹는 것. 하나는 섹스에요. 식욕과 성욕. 그런데 먹는 것에 대해선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또 그것에 대해선 뭐라고 안 그래요. 그런데 먹는 문제를 많이 다루는 문학이 이제 사회주의 문학이라든가 민중문학, 서민문학 뭐 이런 거죠. 그런데 그만큼 중요한 정말 인생에 반이라고 할 수 있고 어떻게 보면 전부에요. 왜냐면 동물들 보면 번식하고 죽잖아요. 그러니깐 번식을 하려고 하나의 뭐 누가 하여튼 만들었는데 조물주가. 그걸 전혀 무시하니깐 거기에 대한 반발도 생기고 왜 그런가. 이런 것에 대해서 연구도 하게 되고 외국 책도 많이 참조하게 되고 이래서 이제 처음에는 논문을 쓰게 됐어요. 이론으로. 그러다가 이제 차츰 창작 욕구도 생겨서 시로 먼저 쓰고 그 다음에 소설로 쓴 거죠. 그 맨 처음에 나온 것도 굉장히 논란이 됐죠.

양: '즐거운 사라' 등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마: 네. 그런 다음에 에세이로 설명을 했는데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양: 그러니깐 시, 소설, 수필로 간 거군요.

마: 네, 소설은 맨 처음에 '권태'라는 걸 쓰고 그 다음에 '강매'라는 걸 쓰고 세 번째로 쓴 게 즐거운 사라에요.

양: 아 세 번째 작품이군요. 즐거운 사라가.

마: 그런데 제일 처음에 쓴 '권태'라는 소설이 제일 야하다고 그래요.

양: 아 실제로는?

마: 그 땐 아무 얘기도 없었어요. 문제가... 근데 '즐거운 사라' 때 갑자기 또 그 당시에 야한 외국 소설책이 다 나왔었는데도 갑자기 일종의 기획수사라고 그러죠. 또는 시범케이스. 이런 걸로 이제 뭐 난리가 났고 저도 고생했고 학교에서도 잘렸고 또 문제아로 찍히고 그런 겁니다.

양: 세상이 교수님한테 가혹하다고 생각하세요?

마: 세상이 좀 가혹해요. 왜냐면 일단 잡혀 가면 아무리 사람이 결백하다고 하더라도 믿어주질 않아요.

양: 아 일단 잡혀 가면?

마: 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검찰에 끌려다니다가 자살한 분들이 많잖아요. 정몽헌 씨도 그렇고 또 지방의 도지사, 군수, 시장 뭐 대개 억울하다고 자살하죠. 하하. 그래서 검찰이 정말 무서운 데인데 저를 정말 잡아간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전혀 상상도 못했어요. 제가 일종의, 뭐 신문에 의하면 아주 시범케이스. 하하. 그런 걸로다 이제...

양: 어쨌든 그 때가 6공 말엽이었으니깐 여러가지 시대 분위기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마: 네, 선거용이라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양: 아, 당시에 선거용이라는 얘기도.

마: 보수정치가들. 그래서 성하고 도덕은 전혀 다른 건데 성범죄는 물론 부도덕 이지만 성 자체는 부도덕이 아니거든요. 그걸 여기선 착각을 하고 있어요. 성 자체가 마치 부도덕 한 것처럼. 그럼 뭐 애 낳는 것도 다 나쁜 거죠. 하하.

양: 교수님 생각하시기엔 어디까지가 예술이고 어디까지가 외설입니까?

마: 그건 이미 뭐 서구에서 논의가 끝나갑니다.

양: 교수님 생각하시기엔요?

마: 외설은 없어요. 외설은 혹시 있다면 본인의 생각하는 것에 따라 달라요. 그 때도 뭐 지금도 즐거운 사라가 도서관 같은 데 남아 있으니깐. 지금도 그걸 보고 싱겁다고 사람들이 많아요. 이거 왜 잡혀갔는지 모르겠다. 또는 뭐 먼저 쓴 권태가 훨씬 야하다. 그런데 그건 또 왜 가만있었을까.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해요. 그러니깐 외설이라는 게 있다면 자기 맘대로지.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은 없습니다.

양: 그렇군요. 최근에 신작을 오랜만에 내놓으셨습니다. '나는 너야' 이 작품은 또 어떤 작품인지?

마: 이건 이제 소설집입니다.

양: 소설집.

마: 긴 것도 있고 짧은 것도 있는데 어떤 제목이 나는 너야라는 뜻에, 내가 이제 야하다고 불리우잖아요? 당신도 야하다. 이런...

양: 아. 그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군요.

마: 내가 너다.

양: 나만 야한 게 아니라 너도 야하다 이런 뜻이군요. 이게 제목이...?

마: 네 그렇습니다. 뭐 어쨌든 저는 이제 아주 건방지게 얘기해서 초지일관 우리나라에서 아무도 안 하는 성문학을 하기 때문에 성에 대한 소설이 많죠. 물론 정신적 사랑에 대한 것도 몇 개 있어요.

양: 아, 몇 개 있긴 있군요?

마: 걔는 양념으로 넣고 그것도 사랑이니깐. 나머지는 다 소위 야한 그런... 성에 대한 거죠.

양: 그렇게 교수님께서 앞서 간다면 앞서 가실 수 있는 그런 성문학을 통해서 알려주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뭡니까? 궁극적으로 구현하고 싶은 게 뭐에요, 문학을 통해서?

마: 솔직하자는 거에요. 우리나라의 제일 문제는 위선이에요. 예를 들어, 요새 뭐 성매매특별법이라든가 등등으로 집창촌을 다 없앴잖아요. 거기 종사하는 성 노동자 분들이 몇 명 자살까지 했다고요. 그러면서 이제 아 이젠 끝났다. 우리나라 성매매는 없다. 떠든단 말이에요. 그런데 음성적으론 더 퍼졌어요.

양: 네, 그렇죠.

마: 그리고 진짜 부자들이 가는 룸사롱. 거기서는 성매매가 이뤄지는데 거기는 하나도 단속을 안 했어요. 겉으로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다. 이렇게 위선을 떨어요. 그럼 일반인들도 밤에는 뭐 별짓 다하면서 겉으론 아, 섹스 나쁘다. 이렇게 얘기한단 말이에요. 이게 몸에 뱄어요. 완전히. 이중성이... 그게 아주 심한 것 같아요. 제가 솔직하게 아주 도덕이다, 이런 걸 많이 강조하는데 성 뿐이 아니라 이건 돈도 그렇죠. 우리가 부자들을 보면 속으론 부러워하면서도 저 놈들 돈독이 올랐다거나 이런 식으로 욕을 하는 척 하거든요. 공산주의가 그래서 무너진 겁니다. 사실 다 돈에 대한 욕심이 똑같이 있어요. 민중이나 뭐 귀족이나... 그런데 이제 민중은 욕심이 없고 봉건 지주들은 욕심이 많다 이런 것 아닙니까? 무산자는 뭐 욕심이 없고 자본계급은 욕심이 있다. 뭐 이런 건데 그것때문에 공산주의가 거의 다 무너진 겁니다. 누구나 다 욕심이 있는 겁니다. 특히 돈, 물욕, 그 다음에 성욕. 이런 것들에 대해서 특별한 거짓말을 하도록 사회가 강요해요. 그러다 보면 그게 몸에 배서 완전히 다른 것까지도 다 위선적이 되는 거죠. 그게 우리나라에서 제일 고질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양: 그렇군요. 아주 간단하게 짧게, 한 문장으로, 교수님 사후에 세상이 교수님을 어떤 문학가로 기억해 주길 원하십니까?

마: 글쎄, 우리나라가 전혀 변한 게 없어요. 24년이 지났는데 뭐 전혀 달라진 게 하나도 없어요. 제가 죽어도 저는 아마 재평가를 못 받을 거에요.

양: 왜 재평가를 못 받는다고 생각하세요?

마: 그냥이지 않을까. 끝나면 뭐 모르니깐 저하고 상관없죠. 하하.

양: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시간이 어느덧 다 돼 여기서 줄여야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드리고 다음에 또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님.

마: 네.

양: 연세대 국문학과 마광수 교수님과 얘기 나눠 봤습니다.
 
 

양창욱 / wook14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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