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욱 : 10일 '양창욱의 아침저널' [FM 101.9  MHz (서울)] 1부, '불교를 말하다' 시간입니다. 어제에 이어서 퇴휴스님과 9호선 봉은사역 역명 논란에 대해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스님 나와 계시죠?

퇴휴스님 : 예.

양창욱 : 예. 이틀 연속 연달아 이렇게 또 인터뷰를 하는 경우도 참 드문 일입니다. 어제 못다 한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이웃 종교, 개신교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이, 이 봉은사역이 안된다고 내세우는 이유 중에 하나가 친일사찰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관련 말씀을 하시며 역사적 배경을 짚어주시면서 말씀이 끝나셨어요. 시간이 다 돼서. 오늘 계속 이어주시죠.

퇴휴스님 : 그 친일이라고, 친일사찰이었다라고 하는 의견에 대해서 천부당만부당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일단 어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봉은사'라고 하는 사찰 자체가 당시 일제, 일본에 의한 조선 침략, 다시 말하자면 임진왜란, 또는 병자호란 등등의 당시 의승장, 그러니까 의병들을 지도했던 스님들을 발굴해낸 승과를 치러낸 그런 사찰입니다. 그래서 대표적으로 서산, 사명대사라든지 이런 위대한 구국의 스님들을 배출한 그런 사찰인데...

양창욱 : 아, 봉은사에서 승과가 그럼 치러진 거예요?

퇴휴스님 : 아, 그렇죠. 승과가 봉은사에서 치러졌죠.

양창욱 : 아, 봉은사에서 승과가 치러졌군요. 예예.

퇴휴스님 : 예. 그래서 결국은 일본의 침략으로부터 조선을 건져낸 그런 구국의 사찰이었다는 걸 일단 말씀 드리고싶고요. 또 하나는 일제 시대의 친일사찰이다라는 건 천부당만부당하다고 말씀드렸는데 1911년도에 사찰령이라고 하는 게 만들어집니다. 여기에서 모든 불교계의 자주권을 일본총독부가, 일제에서 어떻게 보면 빼앗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친일사찰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차라리 피해자였던 불교계와 사찰들을 친일사찰로 둔갑시키는 그런 전혀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하고 있다는 데 대해서 아주 경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양창욱 : 예, 그렇군요.

퇴휴스님 : 예. 당시 불교계나 사찰들은 모든 자주권을 상실해가지고 사실상 1대 총독의 모든 인사권에 복속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것은 우리 불교계나 또 사찰, 특히 봉은사의 의지와 전혀 관계없는, 최대의 피해를 우리가 입고 있었던 것입니다.

양창욱 : 예. 어쩔 수 없이 그렇니까 치욕스러운 일을 겪은 거죠.

퇴휴스님 : 아, 치욕스럽고 최대의 피해를 일제시대에 겪은 거죠, 봉은사가.

양창욱 : 예. 오히려 막대한 피해를 본 거군요.

퇴휴스님 : 그것을 갖다가 친일로 매도하고 덧씌운다고 하는 것은 그 동안에 불교가 박해를 받았던 것에 대해서 기독교에서 일본인들과 동일한, 그런 주장과 다를 바 없는 억지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죠. 그래서 이것은 참, 이번 기회에 기독교 일각의 잘못된 시각이, 친일이 아니라 최고의 피해자였다, 역시 봉은사도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라는 것을 한 번 인식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양창욱 : 예. 4013님이 이런 문자를 주셨어요, 스님. 경주의 기차역인 불국사역도 알기 쉽고 찾아가기 쉽습니다. 봉은사역명은 당연합니다, 합당합니다. 이렇게 의견을 주셨는데 타 종교, 이웃 종교 이름을 딴 역명도 많습니다, 전국적으로. 그쵸?

퇴휴스님 : 아, 그럼요.

양창욱 : 예.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데 유독 봉은사역에 일부 개신교인들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뭘까요?

퇴휴스님 : 예. 지명이라고 하는 것은 인위적으로 조작되기가 사실 어려운 거죠. 그래서 억지로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역사성, 향토성이나 또 지역의 대표성 등을 따서 역명이 된 지명을 짓는 거 아니겠습니까?

양창욱 : 예예, 맞습니다, 스님.

퇴휴스님 : 그래서 한국의 지명은 그런 그 역사성, 향토성, 대표성 그런 것을 봤을 때에 불교가 1,700년의 역사가 있다 보니까 대부분 불교와 관계된 지명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건 당연한 거예요.

양창욱 : 예예.

퇴휴스님 : 그럼 오늘날 각 동네마다 보면은 버스 정거장이나 마을버스 정류장이 수 없이 있는데 교회이름, 성당이름 등등의 이런 종교 이름을 딴 그런 정거장들이 많지 않습니까? 또는 역명 가운데 총신대역이라는 신학대학, 역에서 몇 km나 떨어져있는 그 신학대학 이름까지 따가지고 짓는단 말이에요? 이런 것들을 봤을 때 유독 봉은사역을 문제 삼는다라고 하는 거 자체가 이건 불합리하고 일방적 주장이다, 특히 봉은사라고 하는 곳 자체가 서울의 대표적인 지역이다 보니까 아마도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는 것 아니겠느냐 이렇게 보고요. 그 다음에 이제 봉은사 주변 일대, 뭐 코엑스, 경기고, 경기고등학교죠? 어느 자동차 회사에 팔린 한전 부지. 그 일대가 전부가 다 봉은사 땅이라는 건 역사적 사실 아닙니까?

양창욱 : 예, 사찰 땅이었죠.

퇴휴스님 : 그런데 경제 개발을 위해서 불교계에서 사실상 증여에 가깝게, 거의 기증에 가깝게 불교계에서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하여, 서울의 발전을 위하여 기증한 땅들이란 말이죠.

양창욱 : 예, 그럼요. 사실상 기증했죠.

퇴휴스님 : 그렇게 대한민국 경제에 봉은사가 크게 기여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지금와서 어떻게 보면은 뿌리인 봉은사를 배제하고 다른 지명을 하자, 이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고 또 이것은 합리성이 결여된 주장이다, 이렇게 밖에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양창욱 : 예. 알겠습니다, 스님. 근데 문제로 삼고 있는 일부 개신교에서 대안으로 내놓고 있는 지명, 역명이나 이런 것이 있습니까? 대신 뭐 이런 것으로 하자, 특별하게 뭐 제시한 게 있나요, 그쪽에서?

퇴휴스님 : 뭐 특별하게 있는 건 없는 것 같고요. 코엑스역으로 바꾸자, 아마 이런 의견이 있는 것 같아요.

양창욱 : 코엑스역이요?

퇴휴스님 : 그런데 이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 같아요. 아, 코엑스도...

양창욱 : 아니, 코엑스가 생긴 지 얼마나 됐다고 코엑스역이에요?

퇴휴스님 : 그것도 그렇고 코엑스조차도 봉은사 땅입니다, 그것도. 사실상 봉은사가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 기증한 거나 다를 바 없는 땅이에요.

양창욱 : 예.

퇴휴스님 : 이것을 갖다가 지명으로 넣자는 것은 이것은 그냥 일방적 주장이고 또 어떻게 보면 개신교 일부 단체들이 아마도 괜히 훼방놓기 하는 게 아니겠느냐, 뭐 이렇게 보는 게 타당할 것 같아요.

양창욱 : 예. 훼방놓기, 딴지걸기... 그러면요, 스님. 뭐 이제 사실상 결정된 거 가지고 왈가불가하면서 이렇게 또 논란을 만드는 게 오히려 더 부추기는 거 같은 느낌도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어쨌든 그래도 아무튼 불교계가, 3월 28일 날 이게 최종결정이 된다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만, 그때까지 대비나 대응을 해야 되지 않겠나 그런 생각인데 짧게 좀 말씀해 주시죠.

퇴휴스님 : 맞는 말씀입니다. 사실 이것을 우리 불교계에서 좀 더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데 소홀했던 것 같아요. 불교계 종단이라든지 또는 아니면 불교계 언론들이 이것에 대해서 공감대를 적극 넓혀나갈 수 있도록 불자들 스스로 인식을 높여야 될 것 같고요. 그 다음에 이제 뭐 관계된 정부와의 긴밀하게 협력하고 우리의 확고한 의지를 전하고, 또 무엇보다도 합리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어느 이익집단이라든지 이런 것에 휘둘리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위하여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양창욱 : 알겠습니다, 스님. 저희 아침저널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도와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퇴휴스님 : 네, 감사합니다.

양창욱 : 지금까지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상임대표이신 퇴휴스님과 함께 했습니다.

 



양창욱 / wook14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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