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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조계종의 입법기구인 제16대 중앙종회가
지난 11일 개원해 전 동화사 주지 성문 스님을
의장으로 선출하는 등 원 구성을 마무리짓고
본격적인 의정활동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초반부터 대화와 타협보다는
여권과 야권으로 나뉘어 정파 싸움을 벌이는 등
향후 종회 운영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좀 더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이현용 기자 (네, 안녕하세요.)

[질문1] 제16대 중앙종회가 개원했죠. 먼저 개원식 모습부터 전해주시죠.

[답변1] 네, 종도들을 대표하고 뜻을 아우르는 중요한 자리죠.
 지난 11일 종회의원 전체 80명 가운데 79명이 출석한 가운데 개원식과
제200회 정기회가 열렸는데요.

종회의원들은 먼저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 모여 개원식을 함께 했습니다.

이들은 삼보전에 종회의원으로서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선서했습니다.

종단 행정부의 수장인 총무원장 자승 스님도 이 자리에 참석해 개원사를 통해 
16대 중앙종회는 1994년 종단개혁의 관점을 넘어 종단의 틀과 내용을 새롭게 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면서 종단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협력하자고 강조했습니다.

자승 스님의 말을 들어보시죠.

자승 스님 / 조계종 총무원장
[인서트]
"총무원장 선거제도를 비롯해 교구의 역할과 행정, 종무구조 개편,
중앙종회의 구성 변화 등 모두 종단의 근본적인 문제와 연결된 사안들입니다.
이런 현안들을 지혜롭게 해결하기 위해
중앙종회와 적극적으로 논의해 협조해 나갈 것입니다."

종정 진제대종사는 원로의장 밀운 스님이 대독한 법어를 통해
16대 중앙정회는 더 여법하고 큰 족적을 만들어 가기를 바라니
원로 대종사들의 고견을 지남으로 삼고 뭇 종도들의 중의를 구현해 나감에 있어
금언으로 받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응당히 직지인심, 견성성불, 전법도생의 종지를 널리 선양함에 대의를 두고
간화선으로써 영을 세우고 명을 얻어야 마땅하다고 당부했습니다.

중앙종회는 이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제200회 정기회를 열어
전반기 의장에 불교광장 소속인 전 동화사 주지 성문 스님을 만장일치로 선출했는데요.

성문 스님의 말을 들어보시죠.

성문 스님 /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
[인서트]
"16대 참여한 종회의원 여러 스님들께서 정말 애종심을 가지고
중앙종회가 종도들로 하여금 신뢰를 회복하고
진정으로 희망을 주는 중앙종회가 됐으면 합니다."

전반기 수석부의장과 차석부의장에는 자현, 오심 스님이 각각 선출됐습니다.

또 종회 사무처장에는 15대 중앙종회 사무처장인 경우 스님이 유임됐습니다.

중앙종회는 이어 교육원장 임기 만료에 따라 총무원장이 추천한 현응 스님을
교육원장에 유임했고요.

7개 상임분과위원회 구성하고,
지홍 스님을 위원장으로 종정감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한 데 이어
휴회한 뒤 오는 17일 오전에 속개하기로 했습니다.

[질문2] 그런데 종회가 첫날 첫 안건부터 파행을 빚기도 했다고요?

[답변2] 그렇습니다. 7선 최다선인 영담 스님이 임시의장을 맡으면서 촉발됐는데요.

영담 스님은 임시의장의 임무인 의장단 구성을 하기에 앞서 신상발언을 하겠다며
준비한 원고를 읽어내려가며 종단을 비판하기 시작했습니다.

영담 스님은 종단은 참회라는 부끄러운 말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면서
자신은 자승 스님을 33대 총무원장으로 추대하고 3년간 총무부장에 재임하면서
종단을 이 지경으로 만든 한 사람이라고 말 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면서 총무원 집행부를 비롯한 범계행위는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만연해 있다며
백양사 도박사건, 허울뿐인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 상습고액도박을 폭로하는 스님에 대한
납치.감금.폭행, 한국문화연수원에서의 밤샘 술판,
형평성을 상실한 법인법 적용으로 인한 분종사태,
결혼.성매수에 대한 문서견책 등 종단의 부끄러운 현실을 작심한 듯 꼬집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영담 스님은 야권 종책모임인 삼화도량의 수장이죠.

이러자 여권인 불교광장 소속 스님들이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임시의장으로서 적절한 발언이 아니라는 거죠.

영담 스님과 함결 스님의 말을 함께 들어보시겠습니다.
 
영담 스님 / 조계종 중앙종회 임시의장
[인서트]
"그동안 송담 큰스님의 탈종 선언의 충격에 참회의 뜻으로
당면 과제인 직선제에 대해 공청회, 세미나를 연기하고
종회의원 선거에 임하면서 종책도 발표하지 않았지만
더 이상 침묵하는 것은 불제자의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임시의장 바꿉시다!)"

함결 스님 / 중앙종회 의원
[인서트]
"긴급동의안을 하나 올리겠습니다. 의사일정에 맞지 않게...
임시의장 스님을 바꾸는 것을 동의하는 것으로 올리겠습니다. (재청합니다! 삼청합니다!)"

앞서 열린비구니모임은 기념관 앞에 모여 '비합법적으로 선출된 16대 비구니 종회의원은
전원 사퇴하라'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비구 스님들 뿐 아니라 비구니 스님들 내부에서도
갈등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질문3] 마치 여의도 정치권을 방불케하는 날 선 신경전인데 이게 정말 스님들의 모습이 맞나
처음 보시는 분들은 놀라실 것 같은데요.

[답변3] 그렇습니다. 이게 바로 종단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보시면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대화와 소통이 없이 종책모임으로 나뉘어져 서로를 반목하고 있다는 것이죠. 

물론 영담 스님의 발언이 없는 얘기를 지어낸 것은 아닙니다. 모두 한국 불교의 부끄러운 민낯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서로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개원 종회에서 의장단을 구성은 뒤로 한 채 일부 스님들의 문제점들을 되짚는 것이 적절했는지는 의문입니다.

영담 스님이 미리 준비한 원고를 보면 사실 애초부터 임시의장으로서 의장단을 구성할 계획은 없었습니다. 직능대표 종회의원 선출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기 때문에 호계원과 사회법의 판단을 구한 뒤에 원 구성을 해야 혼란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영담 스님은 이어 최다선 의원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참회정진에 돌입하겠다고 말하고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에 좌복을 깔고 준비한 듯이 부처님 전에 108배를 올렸습니다.

영담 스님의 발언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불교광장 소속 스님들이 보여준 언행도
종회의원으로서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종회를 개판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하는가 하면
'깽판을 놓을 때 때려주는 법은 없냐'는 발언 등 실소를 자아내는 발언이 서슴없이 나왔습니다.

[질문4] 과거 폭탄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던 전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이번 종회에 입성했는데,
이번에 중앙종회 의장 후보로 올랐었어요. 그런데 금품 살포 의혹을 폭로하며 또 파문을 일으켰죠?

[답변4] 그렇습니다. 명진 스님은 자신이 종회의장 후보로 추천되자, 의장 출마에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면서 또다른 종회의장 후보인 성문 스님이 야권 종책모임 삼화도량에 천만원을 보내왔다고 말하는가 하면 교육원장 현응 스님이 2백만원을 가져왔다며 "종도를 대표하는 종회의원이냐 돈에 의해 자리가 거래되고 돈에서 자유로운 스님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무기명 비밀투표를 제안했습니다.
    
장내는 술렁였는데 이에 대해 당사자인 현응 스님과 성문 스님은
별도의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이를 시인했습니다.

현응 스님은 교육원장에 유임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5년간 교육원장으로 일한 사람으로서
빈손으로 가는 것은 예의에 맞지 않는 것 같아서 공양비 정도로 건넨 것이다"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짧은 생각으로 부적절한 처신을 하게 돼 송구스럽다"고 사과했습니다.

성문 스님도 다음날인 지난 13일 기자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경선으로 진행되는 것이라면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경선이 아닌 상황에서
관례적으로 종책연구지원비를 전달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성문 스님의 말을 들어보시죠.

성문 스님 /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
[인서트]
"종책연구지원비라 해서 아마 조그맣게 상자에 놓고 간 모양인데
어쨌든 경선을 하고 이런 때는 그런 일이 없었겠지만,
종단의 주요 소임을 맡았을 때 약간 관행적으로 해왔던 것이 있었나봐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교육원장 유임을 앞둔 현응 스님과 종회의장 선출을 앞둔 성문 스님이
야권 종책모임에 금품을 전달했다는 것인데,
두 스님의 해명처럼 대가성이 없는 것이라면 하필 중요한 인사를 앞두고
해야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질문5] 지금 보니까 중앙종회 앞으로 주요한 현안도 많은데
순탄하지 않을 것 같아서 우려스럽습니다.
종회의장에 선출된 성문 스님이 향후 전반기 종회를 이끌어갈 각오를 밝혔죠?

[답변5] 종회의장에 선출된 성문 스님은 지난 13일
서울 견지동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표결로 하는 것도 좋지만 그 전까지 최대한 합의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여당.야당이니 계파니 이런말이 거북스럽고 마음 속으로는 용납하지 않는다고도 말했습니다.

뜻을 달리하는 사람도 있고 달리 보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겁니다.

특히 절집이라는 승가공동체에서는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면서
바른 법에 의지해서 바른 안목을 가지고 정확하게 대안을 제시하고 원칙을 얘기하면
대중들이 수긍할 것이고 그런 분위기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성문 스님은 종단의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비교적 뚜렷한 입장을 밝혔는데요.

종회의장 한 사람의 의견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총무원장 직선제 도입 논의와 관련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습니다.

이른바 정치판이 커질수록 조직에 따라서 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 만큼
종단 분열로 갈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성문 스님은 다만 전체 분위기로 봐서는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서
선거제도에 대한 종도들의 민심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종회에서도 고민하고 의견을
모을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성문 스님 /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
[인서트]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직선제를 만약에 다 한다하더라도 현재같은 이러한 구조속에서는 오히려 종단을 더 크게 분열시키고 크게 하여튼 정치판이라기보다 선거분위기랄까 이런것들이
안좋은 방향으로 갈 우려가 없지 않아 있다고 봅니다."

성문 스님은 16대 중앙종회 첫 정기회가
시작부터 계파간 언쟁으로 파행을 겪은 것과 관련해
종단이 종책모임별로 나뉘어 소통과 대화가 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앙종회 의장은 대단한 권한이 주어지는 자리는 아니고
무엇보다 종회의원들이 활발하게 토론을 하고 견제와 비판을 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자리라며 소통과 대화, 화합을 통해
종단이 더 건강해지도록 하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각오를 밝혔습니다.

[앵커] 승가공동체인 중앙종회에서 여의도 정치권의 폐해를 답습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지만요. 성문 스님 말처럼, 16대 중앙종회가 무엇보다 대화와 화합을 통해 종도들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현용 기자 잘 들었습니다.
 

이현용 기자 / cast27@bbs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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