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형 운전금지…이슬람 가르침을 왜곡한 남성 우월주의

● BBS 불교방송 ‘박경수의 아침저널’ (FM 101.9Mh / 07:30~09:00)
● 코너명 : ‘세계는 지금’
● 진행 : 박경수 앵커
● 출연 : 정치외교부 최재원 기자

[세계는 지금] 세계 곳곳의 소식들 가운데 한 가지를 골라 집중적으로 알아보는 세계는 지금 시간입니다. 최근 아랍의 일부 이슬람 국가들에서 여성을 억압하고 차별하는 사례들이 계속해서 보도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슬람의 여성 차별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불교방송 보도국 최재원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 1] 최 기자, 우선 일부 아랍권 국가들에서 벌어지는 여성 차별 사례들부터 살펴보죠. 최근 전 세계적 걱정거리가 된 IS가 공개한 끔찍한 영상이 있다구요?

 
[답변 1] 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죠. 국제적 골칫거리가 된 IS입니다. 이슬람교의 양대 종파, 시아파와 수니파 가운데 수니파를 신봉하는 단체고요. 최근 IS 격퇴를 위해 미국이 공습을 계속하고 있죠.
 
IS가 최근 인터넷에 영상을 하나 공개했습니다.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파문이 일었는데요. 이 영상에는 한 아버지가 여러 명의 남성들과 함께 자신의 딸을 향해 돌을 던지는 장면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영상에 등장하는 젊은 여성은 시리아 국적으로 보이는데요. 사람들은 이 여성이 간음을 범했다며 비난을 퍼붓습니다. 이 여성은 계속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아버지로 보이는 남성에서 용서를 간청하는데요. 이 남성은 “너는 내 딸이 아니다”라며 냉정하게 밀쳐내죠.
 
그리고 주위에 있던 남성들이 일제히 이 여성에 대해 돌을 던지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녀의 아버지 역시 망설임 없이 돌을 던지죠. 이 여성이 살아있는지, 아니면 숨졌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아랍 이슬람 국가에서 공공연히 이뤄지는 일입니다. 여성에게 돌을 던지는 투석형인데요. 주로 간음과 같은 성적으로 부도덕한 일을 저질렀다는 명목으로 여성들에게 이런 잔인한 형벌을 가합니다.
 
이른바 ‘명예 살인’이라고 부르는 대표적인 여성 차별 사례죠. 제도권 안의 결혼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순결을 잃었을 때, 아니면 집안이나 공동체가 정해준 짝이 아닌 공동체 바깥의 남성과 정을 나눴을 때 여성들은 이렇게 가혹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처벌의 명분은 이렇습니다. 해당 여성의 성적 일탈 행위로 가문과 공동체의 명예에 흠집이 났다는 겁니다. 가문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치욕이라는 건데요. 이때는 가문의 명예를 더럽힌 당사자를 공개적으로 처단해야만 실추된 명예를 지킬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아버지라는 사람이 자신의 딸을 향해 망설임 없이 돌을 던지는 겁니다.
 
▲ IS가 공개한 영상 캡쳐

[질문 2] 또 다른 사례를 알아볼까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 여성이 밤길에 혼자 차를 몰고 운전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서 인터넷에 올렸는데, 이 영상이 사우디 사회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구요?
 
[답변 2] 네,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으신 분들이라면 뭐가 충격이라는 것인지 의아하실 겁니다. 문제는 사우디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에게 운전을 할 수 없도록 금지한 나라라는 거죠. 법 규정에는 그런 내용이 없는데요. 이슬람 율법을 엄격히 적용해 여성에겐 운전면허를 발급하지 않습니다. 그런 나라에서 여성이 밤길에 홀로 운전하고 그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공개했으니 파문이 일고 있는 겁니다.
 
이 여성의 이름은 ‘옴 압둘 모쉔’입니다. 이 여성은 영상에서 다른 여성들에게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조언합니다. “금요일 밤거리에서 홀로 운전하지만 나는 아주 안전하다, 여성이 사우디 사회 발전에 공헌하는 시대인데 여성이 운전을 못할 것도 없다”고 주장합니다.
 
▲ 운전 영상을 공개한 사우디의 옴 압둘 모쉔 (사진:유투브 캡쳐)
사우디라면 이슬람 국가 가운데서도 경제규모도 크고 종주국이라는 자부심도 있는 나라인데요. 그런데도 이처럼 이해할 수 없는 여성 차별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여성들의 운전을 반대하는 논리가 참 해괴합니다. 이슬람 율법이 여성은 불안전하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들은 운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건데요. 여성들은 감정에 치우쳐 판단하고 쉽게 흥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여성이 운전대를 잡으면 사고가 난다는 겁니다.
 
여성에게 운전권을 주는 문제는 20년 넘게 논란이 되고 있지만 아직도 해결될 기미가 안보이고 있습니다. 여성들의 요구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26일에 여성인권운동가들이 대규모 운전 시위를 벌이려다가 정부의 압박으로 취소한 일이 있었는데요. 최근에 동영상을 올린 여성도 지난해 좌절됐던 시위를 기념하는 차원에서, 그리고 여성들의 자각을 촉구하기 위해 이 같은 영상을 올린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3] 일부 사례만 살펴봤지만 일부 이슬람 국가에서는 여전히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여성 차별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죠.
 
[답변 3] 네, 황당한 사례들 몇 가지를 살펴보죠. 미국의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게재한 기사인데요. 여성 인권을 탄압하는 황당한 법규 7개를 소개했습니다.
 
첫 번째 나라는 인도입니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오토바이를 탈 때 헬멧을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정부의 설명이 참 실소가 나오는데요. ‘여성들의 화장과 헤어스타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러나 여성인권운동가들은 여성의 생명을 경시하는 문화적 배경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예멘입니다. 예멘에서 여성이 혼자 법정에서 증언하면 인정을 안 합니다. 여성이 혼자 하는 증언은 대부분 무시되고 남성이 함께 증언할 때만 법적 효력을 갖습니다. 게다가 여성은 강간이나 명예훼손, 절도, 남성 동성애 죄목과 관련해서는 아예 증언조차 할 수 없습니다.
 
또 예멘 사례인데요. 여성은 남편의 허락 없이 집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부모님이 병환으로 쓰러지시는 등 ‘응급 상황’에만 예외적으로 외출이 가능합니다.
 
사우디는 3관왕을 차지했습니다. 앞서 소개해드린대로 여성이 운전할 수 없고요. 여성들에게 투표권이 없습니다. 다만, 법 개정으로 내년부터는 가능해질 것이라고 합니다. 또 여성이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여도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남성 동행자 없이 혼자 외출했다든지, 낯선 남자와 함께 있었다가 성폭행을 당했다면 여성 역시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마지막으로 에콰도르입니다. 에콰도르는 이슬람이 아닌 가톨릭 국가이긴 한데요. 낙태가 엄격하게 금지됩니다. 정신지체가 심한 여성만 낙태가 가능하다고 하구요. 심지어 성폭행으로 인한 낙태도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질문 4] 이슬람 국가들의 여성 차별은 뿌리가 깊은 문제죠? 여성 차별의 악습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인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겠어요.
 
[답변 4] 네, 우선 한 가지 분명히 짚어야할 부분이 있는데요. ‘이슬람교가 여성을 억압한다’는 명제는 일단 사실과 맞지 않습니다. 이슬람을 믿는 많은 국가들 가운데서 오히려 서방 국가들보다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고 사회 활동이 활발한 곳들이 많거든요.
 
예를 들어서 터키도 이슬람 국가인데, 터키에서는 사형 제도를 폐지하고 아예 간통죄까지 폐지했습니다. 또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로 꼽히는 인도네시아에서는 국민들의 직접 선거로 여성 대통령을 선출하기도 했죠. 이슬람 국가라고 해서 모두 여성을 탄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슬람 국가들의 국제기구인 ‘이슬람회의기구(OIC)’에 가입한 국가들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전 세계의 이슬람 국가들은 모두 57개국인데요. 이 가운데서도 유독 일부 아랍 국가의 여성들이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랍 사회는 유목 전통의 영향으로 가부장제, 부계 중심, 남아 선호, 남성 주도의 경제적 행위라는 전통 문화가 팽배해 있습니다. 부족과 공동체 문화에서 비롯한 아랍 지역 특유의 남성 우월주의가 있는 건데요. 그러니까 이슬람교가 문제가 아니라 여성을 바라보는 일부 아랍 지역의 잘못된 관습이 문제라고 표현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오히려 코란은 “남녀 모두 알라의 피조물이며 동등한 가치와 존엄을 가진 존재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코란은 남성과 여성의 해야 할 역할이 서로 다르다고 강조합니다. 남성은 가족을 지키고 경제적인 삶을 책임져야 하는 반면, 여성은 가족을 부양하고 자녀들을 양육하는 것을 미덕으로 권장하죠.
 
이러한 가르침을 남성 우월주의와 결부시켜 해석하면서 아랍 일부의 남성들이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겁니다. 코란의 가르침이라며 여성의 사회적 진출과 정치 참여를 힘들게 하는 거죠.
 
[질문 5] 여성에 대한 차별은 이슬람 극단주의와 만났을 때 더욱 강화되는 모습을 보이죠?
 
[답변 5] 네 그렇습니다. 단적인 예가 한때 탈레반이 지배했던 아프가니스탄입니다. 탈레반은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죠. 지금은 세력이 많이 약화됐지만 과거에는 지금의 IS와 같은 악명을 떨쳤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 탈레반 정권이 들어선 것이 1996년입니다. 탈레반은 권력을 잡자마자 잔혹한 여성 탄압을 가하죠. 학교 교육과 사회 참여를 원천 봉쇄했습니다. ‘책에 손을 대면 교육에 대한 모독죄다’, ‘진한 화장을 하면 남성 유혹죄다’ 온갖 구실로 마녀사냥을 가했습니다. 탈레반이 2001년 권력을 내려놓고 난 뒤부터 아프간의 여성 인권은 차츰 나아지기 시작합니다.
 
극단적 이슬람주의가 여성 차별을 부추긴다는 것은 최근 이란에서 발생하는 염산 테러 사건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여성을 겨냥한 염산 테러 사건이 연이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극단 이슬람 보수주의자들의 공격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유는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제대로 가리지 않았다는 이유입니다. 얼굴을 가리는 가리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건데요. 일종의 증오범죄인데요. 이란에선 무슬림이 아닌 외국인이더라도 여성은 모두 히잡을 써야 합니다.
 
여기서 또 지적해야 할 부분은 여성의 얼굴을 가리도록 법으로 강제한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정도라는 겁니다. 나머지 이슬람 국가에서는 히잡이 오히려 문화적 전통으로 바뀌기기도 했어요. 프라다나 구찌 같은 의류 브랜드에서는 ‘명품 히잡’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하죠. 이슬람교의 문제가 아니라 이슬람교를 잘못 해석하는 것이 문제라는 말씀입니다.
 
[질문 6] 최근 파키스탄의 10대 소녀가 노벨평화상을 받게 된 것도 이러한 아랍 이슬람의 여성 인권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겠군요?
 
[답변 6] 네, 그렇습니다.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가 됐죠. 17살의 ‘말랄라 유사프자이’라는 소녀입니다. 이 10대 소녀는 여성 인권 운동의 상징으로 떠오르며 노벨상까지 받았는데요.
 
말랄라는 지난 2012년 10월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로 향하던 도중 무장 괴한들에게 총격을 받았습니다. 머리와 목에 치명적인 총상을 입었는데요. 수차례 위험한 뇌수술을 받은 끝에 겨우 목숨을 건졌습니다.
 
어린 나이의 말랄라가 총격을 당한 이유는요. 공부를 하고 싶어 했기 때문입니다. 말랄라가 살던 ‘스와트밸리’라는 지역은 앞서 말씀드린 탈레반이 점령한 곳이었습니다. 탈레반은 아프간을 차지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교육기관들을 폐쇄하거나 폭파해 버렸구요. 특히 여성들은 교육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아예 금지했습니다.
 
그럼에도 말랄라는 공부가 무척 하고 싶었던 겁니다. 2009년 초부터 가명으로 ‘소녀들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영국 BBC 방송 블로그에 올렸어요, 이후 말랄라는 아예 ‘가난한 소녀 학교 보내기’ 등 어린이 인권운동을 벌이기 시작했죠.
 
격분한 탈레반이 행동에 나서 말랄라를 살해하려 한 겁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말랄라는 현재 영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물론 탈레반들은 말랄라의 노벨상 수상에 크게 반발했습니다. 심지어 다시 말랄라를 살해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하고 있습니다.
 
▲ 말랄라 유사프자이
오늘 소식을 들으신 분들, 답답한 마음부터 들 것 같은데요. 아랍 이슬람의 여성 인권 문제가 하루 아침에 달라질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변화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여성들이 운전대를 잡을 수 없는 사우디아라비아지만요. 내년부터는 여성들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 싸워온 결과물이겠죠.
 
그저 공부하고 싶었던 10대 소녀가 노벨상을 받게 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 역시 남의 나라 일이라고만 치부하지 말고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응원해야겠죠. 조만간 사우디에서 운전 면허를 소지한 첫 여성 운전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최재원 기자 / yungrk@bbsi.co.kr
저작권자 © BB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