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0년이다.
 
1995년 동국대 인도철학과에 입학 했으니, 강산이 두 번 변하는 동안 동국대와 인연을 맺어 오고 있다. 절반 못 미치는 시간은 학생으로 동국대 안에서, 그보다 더 긴 시간은 기자로서 동국대를 출입하면서 말이다.
 
건학 108주년을 맞은 올해는 김희옥 총장을 비롯한 학교 구성원들이 교내 정각원에서 108배를 하면서 한 해를 시작했다. 본 기자는 회사 시무식도 참석하지 않고 동국대 법당인 정각원에 가서 취재를 하고 이사장과 총장을 잇따라 인터뷰 했다. 첫 시작이 좋아서일까 ? 올해 동국대는 지속적인 성장의 정점을 찍었다. 2005년 모 일간지 대학평가에서 44위까지 떨어졌던 동국대는 올해들어 역대 최대인 11위에 올랐다.
 
하지만 객관적이고 수치화된 외형적 평가가 구성원들의 자부심과 실질적인 학교 발전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외부의 평가과는 별개로 동국대 내부를 들여다보면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먼저 동국대의 중요한 구성원 가운데 하나인 총동창회가 두 개로 갈라져 법적공방을 벌이고 있다.
 
동문 총장의 취임으로 기금 모금이 훨씬 늘어나고 외부평가도 좋아지고 있지만 학교의 든든한 기둥이 될 총동창회는 갈라져 있는 셈이다. 총동창회의 분열을 놓고 특정한 누구의 잘잘못임을 가리기 전에, 학교발전의 한 축인 총동창회의 다툼은 동문 모두에게 부끄러운 자화상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다음으로 총장선출 과정에 대한 공론화 작업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현 김희옥 총장의 임기 마감은 내년 2월까지이다. 늦어도 올 연말에는 차기 총장이 선출돼야하기 때문에 남은 기간은 불과 두 달여 남짓이다. 이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 언론도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기자로서 내 자신이 먼저 참회하고자 한다. 변명을 하자면 동국대를 포함해 출입처가 7군데나 된다. 그래도 뒤늦은 후회 속에 불교 언론사 중 차기 총장 선출과 관련된 기사를 제일 먼저 썼다. 김희옥 총장의 재임여론과 보광스님의 하마평 등은 출입기자라면 누구나 아는 내용이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차일피일 미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동국대 이사장 스님의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 동국대 김희옥 총장과 함께 지속적인 학교발전을 이룬 이사장 정련스님의 임기도 내년 3월이면 끝난다. 이사장 스님의 임기가 총장선출 그리고 학교발전과 무슨 관계가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일이 있어서도 안 되고 또 없겠지만 혹시 다시 법인이 이사장 선출을 놓고 갈등을 빚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예전에는 조계종 종단 정치가 여권은 총무원, 야권은 동국대라는 공식 아닌 공식이 있었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한 고 지관스님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학승이자, 동국대 총장을 지내신 어른이다. 잘 알다시피 지관스님은 학승으로서 종립대학 발전에 누구보다도 많은 열정과 관심이 있었으나 이사장이 되지 못했다. 총장선출에 이사장 스님 이야기를 두서없이 길게 한 것은 동국대는 종립대학이며, 종단정치와 밀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종립대학의 큰 어른인 차기 이사장 스님을 여법하게 모시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다시 총장 선거를 이야기 한다면, 총장선출 과정이 갈라진 총동창회 때문에 늦어지고 있다. 혹자는 아주 조금 약 일주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일정과 과정이 지연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현 김희옥 총장은 대학평가와 108주년 기념관 등 괄목할 성장을 이뤘다. 또 총리후보에 하마평 될 만큼 동국대를 넘어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인사로 꼽힌다. 그래서인지 지난 17대 총장 선거 때 만큼 많은 후보가 나서지도 않았고 분위기도 조용하다. 또 현재로서는 현 총장의 재임으로 여론이 기우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김희옥 총장이 재임을 하든 다른 인사가 총장이 되든 공론의 과정이 생략 되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현 총장이 재임을 한다면, 업적에 대한 평가와 함께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이 공약으로 나올 때 학교와 동문, 학생 등 구성원들이 믿고 따를 것이다.
 
얼마 전 인터뷰를 한 동국대 영어영문학부 조의연 교수의 말처럼, 이번 총장선거가 학교발전의 모멘텀이 되었으면 한다. 어릴 적 사자암에 다녔지만, 수계는 20년 전 동국대 정각원에서 이사장 녹원스님으로부터 받았다. 함께 수계를 받았던 과 동기는 조계종 모 원로의원 스님의 손상좌로 출가해 현재도 군법사로 군 포교에 앞장서고 있다. 함께 공부했던 선배와 동기들도 스님으로 또는 학자로서 불교계에 일하며 함께 모이면 빠지지 않고 학교이야기를 하곤 한다.
 
도반들과의 풋풋했던 내 청춘이 녹아있는 모교가 이번 총장 선출과정을 여법하게 마무리하고 건학 108주년 기념관 건립까지 순항하기를 정말로 바란다. 기자가 아닌 동문으로서 서원한다.

홍진호 기자 / jino413@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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