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이라크전 끝낸 美, 다시 중동전 수렁으로

● BBS 불교방송 ‘박경수의 아침저널’ (FM 101.9Mh / 07:30~09:00)
● 코너명 : ‘세계는 지금’
● 진행 : 박경수 앵커
● 출연 : 정치외교부 최재원 기자

[세계는 지금] 한주간 지구촌 소식을 알아보는 세계는 지금 시간입니다. 미국이 시리아 내 IS에 대한 공습을 시작했습니다. 이 소식 먼저 알아보고요. 지난주 전해드렸던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투표 결과에 대해서도 듣겠습니다. 불교방송 보도국 최재원 기자 나와있습니다.

[질문 1] 미국이 IS를 완전히 소탕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고 볼 수 있을 텐데요. IS가 어떤 단체고 미국의 공습은 왜 이뤄졌는지 다시 한 번 짚어볼까요?

[답변 1] 네, 첫 공습이 이뤄졌을 때 이 시간을 통해서 자세히 다루긴 했는데요. 기억을 되살리는 차원에서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공습 대상은 이라크 수니파 반군인 ‘이슬람 국가’입니다. 흔히 IS로 불립니다. Islam State의 약자입니다. 이라크 북서부와 시리아 북동부 지역을 장악하고 있죠.

이라크를 중심으로 설명해볼게요. 이슬람은 크게 두 종파,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뉘죠. 이라크는 원래 수니가 득세하던 나라였습니다. 많이들 기억하실 사담 후세인이 수니파 대통령이었습니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벌이면서 후세인은 권력을 내려놓고 최후를 맞았죠. 그렇게 이라크전 이후부터는 수니가 뒤로 물러나고 시아파가 정부 권력을 차지하게 됩니다.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은 커지구요.

IS는 바로 권력을 뺏긴 수니파를 기반으로 한 반군입니다. 2004년 테러 단체 알카에다의 하부 조직으로 출발했는데요. 10년만에 급성장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커진 몸집을 바탕으로 세력을 더 키워 이라크와 시리아 지역에 대한 지배력을 되찾으려 하는 겁니다. 이슬람에 기반한 자신들의 나라를 세우겠다는게 이들의 목적이죠. 

미국의 입장에서 두고 볼 수 없는 겁니다. 국제사회로부터 욕을 먹고 미국 내부에서도 갖은 비판을 받아가면서 10년 가까이 이라크전을 지속해오다가 2011년이 돼서야 어렵게 발을 뺐어요.

그랬던 이라크가 다시 반미 수니파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된다면 미국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죠. 또 IS가 미국인 기자들을 참수하면서 대내외적으로 IS를 그냥 둬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조성됐구요. 미국으로서는 이라크전의 악몽이 되살아나지만 공습을 감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 IS가 공개한 미국인 기자 참수 영상

[질문 2] 그래서 미국이 시리아 내 IS에 대해 공습 결정을 내린건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답변 2] 네, 일단 미국이 처음으로 IS에 공습을 가한 것은 아닙니다. 지난달 8일부터 지금까지 IS를 상대로 190차례에 걸쳐 공습을 감행했어요. 다만, 이라크 안에 있는 IS를 상대로 했던 공습입니다.

IS는 이라크와 맞닿은 시리아 북동부 지역 역시도 본거지로 두고 있습니다. 미국은 IS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시리아의 IS 본거지까지 타격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공습은 현지 시간으로 22일 저녁 8시 30분, 그러니까 우리시간으로 어제 오전 9시 30분에 이뤄졌습니다. 미국 국방부가 공습 사실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미군이 시리아에 있는 IS를 겨냥해 첫 군사 작전을 감행했고 전투기와 폭격기, 그리고 함대지 토마호크 미사일 등이 동원됐다고 밝혔습니다.

시리아 북부 락까 주 등 IS 근거지 50여곳이 공격을 받았습니다. 시리아인권관측소 측은 락까에서 IS 조직원 20여명이 사망했고 다른 지역에서도 IS 고위 지도부, 조직원과 민간인 등 15명 사망했다고 전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들어온 소식을 보니 대략 370여명이 죽거나 다쳤다는 보도도 있군요.

 
 
이번 공습에는 중동 국가들도 참여했습니다. 요르단과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입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이들 국가들이 IS와 같은 수니파가 정권을 잡은 나라들이라는 겁니다. 이 부분에서 중동 정세를 단순히 종교와 종파에만 기반해서 볼 수 없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이들 국가는 수니파지만 친미 성향의 중동국가들로 분류됩니다. 그러니까 최근의 중동 정세는 종파 뿐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 중동 지역 내 개별 국가의 이익 등의 문제가 맞물려 보다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는 겁니다.

시리아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요. 미국은 IS 문제가 이렇게 커지기 전까지만 해도 시리아를 공습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어요. 시리아의 알 아사드 정권이 내전 과정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해 1000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었거든요. 그래서 미국에겐 시리아도 문제이긴 한데요, 당장 더 시급하게 대응해야 할 상대로 IS가 등장한거에요.

미국이 시리아 내 IS를 소탕하기 위해서는 시리아 정부의 승인과 도움이 필요하겠죠. 시리아 입장에서도 미국은 싫지만 골치아픈 IS를 소탕하기 위한 공습이니 표정관리를 하면서 마지못한 듯 승인해주는 겁니다.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죠.

그리고 지금 뉴욕 유엔 본부에서 유엔 총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우리 박근혜 대통령도 가 있구요. 외교장관도 가 있고, 한국과 미국이 양자회담도 가지고 있는데요. 보통 한미 양자회담이다 하면 주요 사안은 북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번 유엔 총회 계기의 양자 회담에서는 IS 문제 역시 중요한 비중으로 다뤄지고 있어요.

미국으로서는 때마침 열린 유엔 총회를 계기로 외교전을 펼칠 필요가 있는거죠. IS 격퇴 문제를 국제사회에 설득하고 참여를 권유해야 하니까요.

[질문 3] 미국으로서는 IS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 지원을 좀 더 이끌어내려는 거군요. IS가 그만큼 거물급 조직으로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겠네요?

[답변 3] 그렇습니다. IS는 그동안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수많은 전쟁과 전투를 벌여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상당히 몸집을 불렸습니다.

IS는 전문적인 군사조직을 갖추고 있습니다. 탱크며 장갑차 등으로 무장했구요. 훈련된 군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병력 숫자만 5만 명은 넘는 것으로 추정이 되고 있구요.

지금도 세계 각지의 IS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몰려와 군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열렬한 이슬람주의자로 지하드, 성전이라고 하죠. 성전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자살폭탄 테러도 불사하는 겁니다.

특히 IS는 막대한 자금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테러조직 중 가장 부자다’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일단 시리아와 이라크 일대에서 빼앗은 것들이 많습니다.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시리아 땅에서 나오는 석유를 팔아 자금을 충당하는 거죠. 이라크 정유시설 한 곳에서만 하루 2백만 달러, 우리 돈 20억원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IS의 지배 아래 놓인 주민이 800만 명 정도라고 하는데요. 이들로부터 보호세다, 통행세다 하는 명목으로 돈을 갈취하는거죠.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모술을 장악하면서 은행에서만 4억 달러, 우리 돈 4천억원을 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모든 것이 현금이에요. 국제사회가 경제 제재를 하려고 해도 방법이 없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IS가 운용하는 자금이 20억달러, 우리 돈으로 2조 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그래서 아마도 IS는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겁니다. 오랜 시일과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것입니다. 미국은 이라크전의 수렁에서 어렵게 빠져나왔는데요. 또다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새로운 중동전의 수렁으로 빨려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질문 4] 다음은 스코틀랜드 소식으로 넘어가보죠. 지난주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투표를 앞두고 배경에 대해서 깊게 다뤄봤습니다. 그래서 결과를 안 짚어볼 수 없네요. 이미 많은 분들이 투표가 부결됐다는 소식은 알고 계실 거에요?

[답변 4] 네,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지난주 방송을 들으시고 투표 소식을 접하셨다면 좀 더 흥미롭게 추이를 지켜보지 않으셨을까 싶네요. 아시는 대로 부결됐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독립 반대가 55.3%, 찬성은 44.7%였습니다.

스코틀랜드가 307년 만에 영국 연방과 결별하느냐 싶었는데 무산된 거죠. 투표율은 84.6%로 최종 집계됐습니다. 엄청난 참여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독립 찬성으로 결과가 나왔다면 정치적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거에요. 투표 직후 “이제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스코틀랜드 독립 움직임을 이끌었던 것이 스코틀랜드 자치의회의 국민당인데요. 알렉스 새먼드 국민당 당수는 투표가 끝내 부결로 결론이 내려지자 오는 11월에 사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답변 5] 이번 투표가 영국과 스코틀랜드에 어떤 의미를 남겼는지도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답변 5] 네, 일단 제가 이번 스코틀랜드의 분리 독립 소식을 접하면서 받은 첫인상은 이렇게 평화로운 분리 독립 과정이 있었나라는 점입니다.

현실적으로 한 국가가 평화로이 둘로 나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을텐데요. 가까운 우크라이나의 예만 봐도 극명한 대조를 이루죠. 정부측과 독립 반군이 충돌해 사망자가 몇 명이 나왔다라는 뉴스들이 당연하듯 나오니까요.

그런데 스코틀랜드는 다릅니다. 일단 투표라는 민주주의 결정 방식이 정상적으로 이뤄졌구요. 찬성파와 반대파들이 투표가 끝나고 함께 맥주를 마셨다는 스케치성 외신 보도도 있었어요. 이런 점이 신선했습니다.

영국은 과거 이른바 영광의 시대들이 있었잖아요. 스코틀랜드 역시 그 시대들을 공유하고 있구요. 지금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서로 편이 갈라졌지만 말입니다. 이런 점들이 다른 나라의 분리 독립 문제와의 차이점일 것 같아요.

투표 성향도 중요합니다. 찬성표를 던진 사람들, 그러니까 스코틀랜드의 독립 요구했던 사람들이 누구였느냐를 살펴보는 것이 앞으로 스코틀랜드와 영국을 안정시키는데 중요한 바탕이 될 겁니다. 특징은 젊은 청년층일수록, 저소득자일수록 스코틀랜드의 독립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거에요. 영국을 통치하는 보수당 특권층에 소외당하고 있다. 런던만이 이기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인식이 이들에게 있는 겁니다.

스코틀랜드의 선택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독립은 원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현상 유지를 바라는 건 아니다’입니다. 영국 중앙 정부가 투표 부결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것이 스코틀랜드에 대한 자치권 확대입니다. 이제는 자치권 문제, 2라운드에 접어든 겁니다.

최재원 기자 / yungrk@bbs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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