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온라인 장터 진출 새 활로
오프라인 경험 + 인터넷 무제약성… "할인점 안무섭다"

디지털 시장으로 나서는 재래시장 상인들

8여년간 부모님과 함께 서울 평화시장에서 의류 장사를 해 온 최성희(32)씨는
요즘 “열 아들 못 지 않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인터넷 경매 사이트 옥션에서 등산복을 팔아 10월 매출이
무려 3,000만원에 달한 것.
최씨는 이 사업으로 부모님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계열사에 근무했던 김정경(39)씨는
외환위기로 명퇴바람이 불 때 경기 여주군 점동농협에서 쌀 가게를 열었다.

최고의 미질을 자랑하는 여주쌀에다 고객의 취향에 맞게
곧바로 방아를 찧어 배달해 주는 ‘맞춤형 쌀’ 이었지만
오프라인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던 중 주위의 권유를 듣고 인터넷에 매장을 낸 후
전국에서 밀려드는 주문 때문에 월 2,000만원대의 짭짤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디지털시장이 살 길

극심한 불황과 대형할인점 등의 위험에 직면한 재래시장 상인들이
디지털시장에 뛰어들어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의 풍부한 경험과 온라인 장터의 무제약성을 활용해
매출 배가에 힘쓰고 있는 것.
새 상품을 도입하면서 소비자조사를 위한 채널로 인터넷을 활용하는 상인들도 있다.

동대문시장에서 옷을 디자인하는 박수경(31ㆍ여)씨는
"새 디자인을 인터넷 장터에 올려놓으면 전국 소비자들의 반응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며 “편리한 시장조사 채널"이라고 말했다.

재고를 처분하기 위해 인터넷 시장을 활용하기도 한다.

명동에서 신발을 판매하는 김인경(41ㆍ여)씨는
"전에는 ‘땡처리’ 등으로 헐값에 넘겼었지만
인터넷에서는 어느 정도 값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 강좌에 몰려

디지털시장에 매장 갖기를 원하는 재래상인들이 늘자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옥션은 최근 서울 동대문ㆍ남대문 등의 재래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전단지와 쿠폰 등을 나눠주는 ‘인터넷에 매장내기’ 캠페인을 벌였다.

옥션 홍윤희 과장은
“캠페인 이후 신규 경매자 설명회에 전단지를 갖고 찾아온 재래상인이 30명이 넘었다”며 “재래상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호응에 따라 이 회사는 내달 이화여대 앞,
내년에는 서울 장안동 중고차 시장 등으로 캠페인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옥션은 인터넷 사용에 익숙하지 못한 재래상인을 위한
교육 기회를 늘려 나갈 예정이다.

작년 초부터 시작한 신규 경매자를 위한 인터넷 교육에
최근 재래상인들이 몰리면서 서울에서 한 달에 두 번 열던 강좌를
내년에 3~5회로 늘리고 예산도 두 배로 늘리겠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디지털 마인드 먼저 갖춰야

디지털시장에 뛰어든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시장에 맞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고
충분한 사전준비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자상거래 컨설턴트 노주환씨는
“인터넷 쇼핑몰의 성공율은 10~20%에 불과하다”며
“오프라인에서 처럼 일방적으로 고객이 물건을 고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동영상 등을 이용, 고객의 입장에서 상품에 대해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시장에 뛰어들기 전에 직접 인터넷 서핑을 해 보면서
어떤 설명이 붙은 제품이 잘 팔리는지, 직접 주문을 하고
배송과정을 지켜보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노씨는 덧붙였다.



저작권자 © BB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