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냉혹하다. 5킬로미터를 이동하면서 거기 들어서 있는 식당들을 살폈다가 5년 후 다시 찾아보면, 그중 대다수가 다른 이름으로 바뀌어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제대로 경영하지 못한다면 어떠한 보상도 없다. 그것이 내가 처음부터 우량 기업을 사는 이유이다.”  1999년 3월 20일자, <샌안토니오 익스프레스 뉴스>에 실린 금세기 최고의 투자가인 워렌 버핏의 의견이다. 정말 자본주의는 냉혹하다는 표현 그 이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객의 선호 변화, 기술 변화, 환경 변화 등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서 업종의 부침이 일어나고 있으면, 특정 업종에 속한 기업들의 흥망성쇠가 엇갈리고 있다.





필자가 워런 버핏의 인용문으로 이 글을 시작하는 데는 며칠 전에 한 인터뷰에서 들었던 놀라운 이야기 때문이다. “지난 해 한의원 가운데서 폐업한 개수가 853개나 됩니다.” 물론 폐업과 창업이라는 것이 늘 일어나는 일이지만 보통 사람들의 기대보다는 훨씬 큰 숫자임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관심도 있고 해서 한의원 폐업에 대한 통계를 찾아보았다. ‘놀랍다’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폐업에 이른 한의원 수가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00년 폐업 한의원 수는 364개, 2002년에 503개, 2004년 589개, 2006년 734개 그리고 2008년에 853개에 이른다. 9년의 통계치는 매년 폐업 업체수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런 추세 속에서도 인기를 끄는 한의원들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통계라는 것은 업계 전체의 평균적인 추세를 말해줄 뿐 개별 업체들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한 가지 사실은 업계 전체의 성장 속도는 중요하다는 점이다. 평균적으로 다수의 업체들은 업계 전체의 평균 성장 속도를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형 한방병원들 조차 고전하고 있다. 한때 경희대 한의예과의 입학 수준은 자연계의 최상위 학과인 서울대 의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다. 상의 0.5% 학생들이 들어갈 정도로 어려웠다.





현재의 위기는 일부에서 보듯이 결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물론 개별 업체 차원에서 자구 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하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수요와 공급 면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런 변화는 거대한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비상한 노력이 더해지지 않으면 이를 뒤집기는 힘들다. 마치 거대한 해일과 같은 것이 몰려오고 있다고 보면 된다. 젊은 세대들은 한방에 대한 선호가 거의 없다. 40대 이후 세대만 하더라도 부모와 함께 한의원을 찾아서 진료를 받았던 기억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젊은 세대들은 그런 경험들이 별로 없다. 게다가 영양 과잉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과거처럼 몸을 튼실하게 하는 약재에 대한 수요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1990년대 이후 경쟁적으로 이루어진 한의대 신설과 이로 인한 한의사 공급의 절대 수 증가를 들 수 있다. 시장은 한정되어 있고 점점 그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데 일 년에 750명이 새로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앞으로 공급과잉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지난  11월 5일에 발표될 한 논문은 “2010년 최대 4077명, 2020년에는 최대  3650명의 한의사가 과잉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한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화하지만 한의원의 부침은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공병호(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불교방송 객원논평위원)










저작권자 © BB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