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남북관계 재설정에 실패한 남과 북은 연초부터 험한 말을 주고받았다. 북은 신년공동사설에서 남측 당국에 대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전면부정하고 파쇼독재를 되살리며 남북대결에 미쳐 날뛰는 남조선집권세력”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맞서 이명박 대통령은 새해 국정연설에서 “북한은 이제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구태를 벗고 협력의 자세로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초 덕담으로부터 시작하지 못한 것을 볼 때 올해 남북관계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 이 대통령은 “대화 재개를 목표로 주고 또 주고 하는 패턴으로 가서는 안 된다”다고 하면서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흔히들 남측에서 정권이 교체되면 예외 없이 길들이기 또는 기싸움 차원에서 집권초기 대화가 중단되는 예가 많았다고 한다. 정부당국에선 지금의 갈등이 남북관계 조정기에 있을 수 있는 불가피한 정체나 교착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김대중 정부 때의 경우는 김영삼 정부 시절의 남북갈등을 풀기 위한 조정기가 필요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대북송금문제와 관련한 특검실시 등으로 집권 초기 남북관계 정체가 불가피했었다. 지금은 ‘잘 진행되던’ 남북관계가 부분 차단되는 등 악화되는 것과 함께 대북정책을 둘러싼 남남갈등이 재연됐다는 점이 이전시대와는 다르다고 할 것이다.




  지난 1년여 동안 남과 북이 관계설정을 하지 못하고 갈등을 지속하는 데는 무엇보다 6․15와 10․4선언과 관련한 계승문제를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 남북기본합의서 정신을 강조하면서 6․15와 10․4선언에 대한 이행의지를 밝히지 않고, 핵시설에 대한 ‘선제타격’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이전 정부와는 현격히 달라진 대북관을 보였다. 북한은 이에 반발하면서 ‘이명박  역도’란 극언을 서슴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신뢰가 무너지고 감정이 많이 상해서 당장 당국대화를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북한은 우리의 본질적 변화 요구를 수용하기보다는 다른 대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새해 북한과 중국은 외교관계 60돌을 맞아 ‘조중친선의 해’로 선포하고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은 신년공동사설에서 ‘조선반도비핵화 실현’의지를 밝히고 북미 적대관계 해소에 주력할 것임을 밝혔다. 하지만 북한이 남한당국배제정책을 지속할 경우 북미관계 진전도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남북관계를 일정정도 관리하려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남측정부로선 민간교류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늦어도 다가오는 봄까지 금강산과 개성관광부터 재개해서 신뢰를 쌓고 당국간 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고유환(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불교방송 객원논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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