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퇴임을 앞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요? 당시 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절반 내외가 “5년 전 노 대통령의 당선은 잘못된 일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2012년 말 퇴임을 앞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요? 5년 전 이명박 대통령의 선출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할까요? 아니면 이 대통령의 당선은 대한민국의 국가적 영광이자 행운이라고 생각할까요?


 


        유감스럽게도 취임 2년차에 들어선 이 대통령에 대한 최근 지지도를 보면 전망이 그리 밝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가 20% 중반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4년 후 우리는 또 다시 5년 전 우리의 선택을 후회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정치에 대한 불신은 깊고 정치 리더십에 대한 불만도 높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최근에는 파행국회가 한몫 단단히 하고 있습니다. 국회는 보여 줄 수 있는 상상 가능한 추태(醜態)는 모두 보여주려고 작정한 사람들이 모인 곳처럼 보입니다. 사실 18대 국회는 개원도 예정보다 훨씬 늦었습니다. 지각개원도 모자라는지 그 다음엔 국감도 부실하게 하더니 예산처리도 늑장을 부렸습니다.


 


        이러한 국회실종은 정당실종의 결과물입니다.국민들은 여당에 대해서도 야당에 대해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민 대다수가 여당과 야당의 역할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나라당은 자신의 지역적 지지기반도 이미 상실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압승했던 수도권의 민심이반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같은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평가는 당연한 결과입니다. 한나라당은 국민들에게 이미 기득권 수호정당으로 비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야당에 대한 지지가 상승한 것도 아닙니다. 사실은 이것이 더욱 큰 문제입니다. 국민들이 민주당을 여당에 대한 ‘대안정당’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이러다 보니 어떤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無)당파층의 증가현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유례 없는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국회와 정당이 하는 일이라곤 싸움밖에 없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이는 정당과 국회라는 대의제의 핵심제도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 빈자리는 ‘거리의 정치’가 메웠습니다. 거리의 정치는 ‘대의(代議) 실패’이자 ‘정치의 실패’입니다. 정치 실패의 끝은 ‘국회와 정당의 폐지’일 것입니다. 공멸을 막기 위한  정치권의 대오각성(大悟覺醒)을 촉구합니다.


 


박명호(동국대 정외과 교수, 불교방송 객원논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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