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의정서를 채택하지 못해 6자회담이 성과 없이 끝났다. 시료채취(sampling)를 포함한 검증의정서 채택은 북한 핵활동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비핵화의 핵심사항이다.




  검증의정서 채택에 실패한 후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핵 검증체제가 없으면 향후 대북 에너지 지원을 위한 중유선적은 더 이상 진전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대북 중유지원이 중단된다면 핵 시설 불능화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회담 결렬 이후 대북 에너지 지원 여부와 관련해서 관련국가들 사이에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원래 10.3합의에 따르면 폐쇄→불능화→폐기로 이어지는 3단계 북핵해법의 2단계에서 다뤄야 할 것은 북한이 불능화 조치를 취하고 핵신고서를 제출하면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하고 경제.에너지 지원을 행동 대 행동원칙에 따라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2단계에서 검증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된 것은 미국 강경파의 반발과 한국과 일본의 강력한 검증요구 때문이다. 미국의 강경파들은 검증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가운데 테러지원국 명단을 해제한데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한국과 일본은 경제.에너지지원과 검증의정서를 포괄적으로 합의해야 한다고 하면서 경제보상을 검증문제와 사실상 연계하고 북한을 압박했다.




  3단계 핵폐기로 나아가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2단계에서 북한 핵개발의 전모를 확인하자는 5자의 요구에 북한은 끝까지 이를 거부했다. 북한은 검증문제는 3단계에서 다뤄야할 의제라고 하면서 의정서 채택을 거부했다. 북한이 시료채취를 거부하는 것은 그들이 추진한 핵계획의 전모가 드러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북핵폐기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단계 불능화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검증문제는 3단계에서 다뤄도 되는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2단계에서 검증문제를 명문화하자는 데는 상호불신 때문이다. 북한은 부시행정부가 2단계까지만 마무리하고 3단계는 어차피 오바마 행정부로 넘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검증의정서란 선물을 부시행정부에게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면 2단계와 3단계를 연결하여 포괄적으로 협상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이 검증의정서를 강하게 요구하는 것은 북한이 2단계까지만 이행하고 핵보유국의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다. 2단계에서 북한 핵개발의 전모를 확인해서 이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어제 북핵문제는 미국 다음 정부의 숙제로 넘어갔다. 한국도 오바마 행정부 출범을 기다리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기다리는 동안 한국정부는 남북관계와 북핵해결의 선순환의 고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고유환(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불교방송 객원논평위원)


 



저작권자 © BB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