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전, 284조 5000억 원 규모의 2009년도 새해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확정되었습니다. 세계적 금융위기를 맞아 전 세계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음에도 우리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도 끝까지 싸움만하다 헌법에서 정한 기한을 넘겨 여당단독으로 가까스로 통과시킨 것입니다.


 


 여당의 대표는 “예산투쟁에서 승리해 내년 예산안이 마련되었으니 앞으로 위기에 찬 경제와 민생에 허덕이는 서민을 살려야 한다.”고 했으며, 이에 대해 민주당은 규탄 성명을 내고 “2008년 12월 12일, 30년전 군사쿠데타가 있었던 그날 국회는 또다시 한나라당의 예산안 날치기 폭거에 짓밟혔다.”고 강력 반발하였습니다.




우리 헌법 제54조는 국회의 예산안 심의 의결권을 규정하면서 제2항에서 “정부는 회계연도마다 예산안을 편성하여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전까지 이를 의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 예산안은 법정 기한인 12월 2일에 10여일을 지나 통과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1993년 이래 예산안은 짧게는 5일에서 길게는 29일까지 기한을 넘겨 통과되어 왔으므로 결국 거의 매년 법정기한을 지킨 적이 없습니다. 연말이면 국회의 예산안 통과를 위하여 정부 특히 기획재정부의 기능은 거의 마비되다시피 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정부예산의 미확정으로 인해 더 큰 혼란을 겪게 됩니다.




우리 헌법의 예산심의조항은 초창기부터 별 수정 없이 그대로 답습하였으며 현재의 예산심의 제도는 1963년에 골격이 마련되었는데 당시 우리의 재정규모는 700억원에 불과하였습니다. 내년도 예산안과 비교할 때 정부예산규모는 무려 4,064배나 확대된 것입니다. 현재의 막대한 예산규모나 60일간이라는 헌법상의 심의 기간을 고려할 때 예산안 처리는 상습적으로 지연될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졸속심의와 기한 넘기기 투쟁 속에서 당리당략이나 지역구의 이해관계가 우선되어 예산 배정이 제 멋대로 왔다갔다합니다. 이런 과정에 원대한 국가경영의 설계나 국제관계에서의 위상제고 노력은 고려될 수 없습니다. 나아가 제대로 된 예산안에 대한 심의가 부족하다보니 정말 감액하여야 할 예산은 그대로 통과되어 매년 연말이면 지방자치단체들이 멀쩡한 보도블럭을 교체하거나 가로수를 심는 등 예산 잔액을 남기지 않도록 애쓰는 진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예산안 심의제도는 근본적으로 고쳐질 때가 되었습니다. 여당도 무조건 야당이 예산안을 반대한다고 속단하고 협상을 거부해서는 안됩니다. 한나라당이 야당인 시절이었던 지난 2000년 이래 2002년을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헌법이 정한 기한을 맞춘 적이 없습니다. 민주당도 직전까지 국정을 책임졌던 책임정당으로서의 원숙함을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예산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새로운 예산심의 제도를 마련하여야 할 것입니다. 자라나는 후세들에게 매년 연말이면 국회가 헌법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상설화를 포함한 폭넓은 연구가 이루어져 이제 더 이상 기한초과니, 사각지대니, 밥그릇다툼이니, 정쟁이니, 폭거니, 하는 용어를 듣지 않게 되어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서영득(변호사, 불교방송 객원논평위원)


 


*이상은 12/15 논평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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